1. 철도노조 파업의 목적은 단 하나
철도와 지하철을 비롯한 공공부문 노동자 5만4000여명이 27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2일차인 28일에는 경북대병원, 국토정보공사 등이 합류해 규모는 6만4000명으로 확대됐다. 이들의 주장은 하나다. 성과연봉제를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은 2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한다. 그게 유일한 목적”이라며 “수차례 이야기 했는데도 정부는 ‘너희들 목적은 그게 아니잖아’ 라고 한다”고 말했다. 

2. 왜 철도노조만 불법이라고 하나?
성과연봉제를 반대를 내걸고 파업을 하는 공공부문 노조는 16개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는 철도노조의 파업만 불법으로 규정했다. 정부는 지난 20일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공공, 금융부문 파업에 대해서는 불법이라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이 2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사진=노동과세계
정부가 밝힌 근거는 철도노조의 경우 ‘이익분쟁’이 아닌 ‘권리분쟁’이라는 것이다. 권리분쟁은 이미 존재하는 권리 해석 집행의 문제다. 가령 임금체불은 권리분쟁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파업 등을 할 수는 없다. 법원으로 가는 게 맞다. 

정부 논리를 정리하면 성과연봉제를 아직 도입하지 않았다면 파업의 근거(이익분쟁)가 될 수 있지만 철도공사는 이미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파업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에서 따지자(권리분쟁)는 주장이다. 

3. 철도노조 “정부가 파업해도 된다며” 
철도노조는 권리분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실제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를 인정했다. 중앙노동위는 철도노조가 신청한 조정에 대해 ‘조정 불성립’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노조는 해당 절차를 거치면 파업 등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중앙노동위가 이를 권리분쟁으로 봤다면 조정 불성립 판단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 박성우 노무사는 “만약 권리분쟁이라면 고용노동부 산하의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행정지도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민사소송 등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고 하는 것이 행정지도다. 

게다가 철도공사도 성과연봉제를 이익분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철도공사가 올해 4월25일 철도 단체협약에 근거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요 안건을 하는 보충교섭을 요구한 것이 증거다. 성과연봉제를 단체교섭 대상이자 조정 대상으로 본 것이다.  

▲ 박근혜 정부가 노조와 합의 없이 강행하는 공공부문의 해고연봉제, 성과퇴출제 등에 반대하며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이 27일 9시 총파업에 들어갔다. 서울 군자차량기지에 지하철들이 서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4. 회사가 파고든 틈은 ‘취업규칙’ 
그렇다면 철도공사는 어떻게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었을까. 바로 취업규칙이다. 철도공사는 노조와 2차례 본교섭을 진행한 이후 “성과연봉제 도입은 직원들에게 불이익하지 않음으로 취업규칙 변경에 해당한다”며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여기서 노조와 사측의 간극이 발생한다. 현행법상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경우 과반이상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다. 노동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변경될 경우 노조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사측은 성과연봉제를 노동자에게 이득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법무법인 시민의 자문결과에 따르면 성과연봉제 도입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일 가능성이 높다. 한정된 총인건비에서 성과연봉의 비중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기본연봉 동결, 초과근로수당의 감소 내지는 상여금의 삭감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5. 노조는 뭐하다가 지금 와서 파업?
그 동안 철도노조가 무력하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노조는 회사와 두 차례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지만 그 역시 조정 불성립 판단이 나와 파업에 돌입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중앙노동위 조정 불성립 판단 이후에도 노동조합은 회사에 보충교섭을 재개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5차례나 보냈지만 회사는 묵묵부답이었다”며 “노조가 대화없이 파업에 이르렀다고 하는 것은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시민은 자문 보고서에서 “공사가 일방적으로 보충교섭 철회를 선언하고 특정한 내용의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고 해도 주장의 불일치 상태가 해소됐다고 볼 수 없으므로 여전히 노동쟁의 상태는 유지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27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철도ㆍ건강보험노조 수도권 총파업 출정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6. 정부 논리가 가져 올 파장은? 
나아가 정부 해석대로라면 회사가 노동환경을 마음대로 바꾸어도 ‘취업규칙 이익변경’ 이라고 주장하며 권리분쟁 이라고 해버리면 노동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법원으로 가서 몇 년이 걸리든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우지연 변호사는 “이미 도입했기 때문에 교섭대상이 아니라는 말 자체가 과도한 해석을 넘어 법률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며 “게다가 임금파업(임금체계)은 불법이 아니라는 것은 노동법의 기초적이고 당연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법원은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사항”을 합법적인 쟁의행위 목적으로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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