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 지진 전문가로 알려진 가사하라 준조 도쿄대 명예교수가 28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3~4개월을 전후해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진원지의 동쪽 방면에서 이번 지진보다 더 강력한 지진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사하라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진 발생 범위가 확산되고 있으며, 한반도 지진도 그 연장선에 있다”며 “과거에도 일본 열도와 한반도가 강진 시기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고받았고, 지금이 그런 시기로 추정 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가사하라 교수를 두고 “그는 지난 4월 구마모토 대지진 예측에 성공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가사하라 교수의 주장은 일본 동쪽에 위치한 태평양판의 북상(北上)을 기본 근거로 한다”며 “태평양판이 연간 평균 10㎝씩 북서 방향으로 올라오며 일본 열도와 한반도가 놓여 있는 유라시아판에 부딪치는 바람에 지하에 엄청난 에너지가 축적되며 이 에너지가 광범위한 지역에서 강진을 일으킨다는 설명”이라고 전했다.

▲ 조선일보 9월28일자.
2011년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뒤 활성 단층에 축적된 응력에 불균형이 생겼고 이 때문에 한반도에서도 예전에 비해 강한 지진이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전문가 지적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가사하라 교수는 “한반도 지진의 특성은 일본 지진보다 진원(지구 내부의 지진 최초 발생 지역)과 지표 거리가 매우 가깝다는 것”이라며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면 피해는 한국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실제로 일본은 진원 깊이가 보통 80~100㎞인데 한국은 5~1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똑같은 진도여도 한국의 피해가 극심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 26일 경주에선 정체불명의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연이어 접수됐다.

더 큰 문제는 ‘쓰나미’(해일)다. 해저지진연구 권위자인 박진오 도쿄대 지진해일연구소 교수는 27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2011년 동일본 지진 당시 사망원인의 90%가 익사였다”고 강조하며 “인공위성에 따르면 양산단층의 북동쪽은 동해로 향하고 있고 남서쪽으로는 남해안으로 향하고 있다”며 “만약 양산단층의 연장선 해저단층이 남해와 동해에 발달하고 있다면, 그 단층이 움직이게 된다면 쓰나미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쓰나미가 등장하면 해안가 부근에 위치한 핵발전소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박 교수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데미지를 입었던 이유는 흔들림 때문이 아니라 단지 바닷물 때문이었다. 바닷물이 방파제를 넘어 발전소 안에 들어와서 지하에 있는 전기설비를 잠식해버렸기 때문에 전기가 멈추고 냉각수도 쿨링하는 효과가 다 떨어지며 무너졌다”고 밝혔다.

▲ 고리원전. ⓒ연합뉴스
▲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피해를 입은 참사 현장. ⓒ게티이미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후쿠시마 제1발전소에 13.1m의 쓰나미를 몰고 와 5.7m 방벽을 넘고 10m암반위에 건설된 후쿠시마 1~4호기를 덮쳤다. 그 사이 비상 디젤발전기 13기중 12기가 침수해 고장 났다. 지진을 견디는 것만큼 쓰나미로 인한 피해에 대처하기 위해 해저단층도 함께 조사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 이유다.

박진오 교수는 “활성단층의 길이와 단층의 발달 상황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 없이 (한반도에서) 반드시 규모 6.5 이상이 안 일어난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6.5 이상 대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상청의 주장이 비과학적이라는 의미다. 박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 때도 모두 진도 7.0을 예상했지만 9.0이 일어났다. 상상을 초월하는 지진에 대한 대비는 한국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도 27일자 경향신문 기고에서 “원전에서 얼마나 가까운 거리에 활성단층이 있는지 그리고 그 활성단층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가 원전 내진설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교과서적으로 규모를 명시하고 최대지진지반가속도(Peak Ground Acceleration, PGA)가 0.2g 혹은 0.3g에 맞추어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당장 한국은 양산단층 주변 지질 상태에 대한 분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한편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신고리 5·6호기 건설지점에서 5km 떨어진 곳에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활성단층이 자리 잡고 있는 걸 알면서도 한수원이 원전건설을 강행한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원전 14기가 몰려있는 경주·부산 원전단지 인접지역에 2개의 활성단층이 존재한다는 국민안전처 연구보고서가 이미 2012년 정부에 제출됐던 것으로 밝혀져 역시 파문이 일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보이콧’으로 29일 예정된 원자력안전위원회 국정감사 개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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