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일주스 전문점 ‘쥬씨’에 대해 당 함량 등 언론의 비판이 계속되자 결국 쥬씨 측에서 사과문을 발표했다. 쥬씨가 자사 주스를 ‘생과일주스’, ‘1L 주스’라고 홍보한 점이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지면서 과대광고가 부메랑으로 다가왔고, 언론의 지적에 쥬씨가 정확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비판이 가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쥬씨는 언론의 비판이 잇따른 것에 대해 처음에는 “쥬씨가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며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언론의 지적에 뚜렷한 반박을 하지 못하면서 결국 사과문을 발표하는 것으로 태도를 바꿨다. 27일 쥬씨는 동아일보 1면 하단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최근 쥬씨에 대해 생과일주스에 당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과 과일 외에도 추가로 단맛을 내는 조리법을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 27일 동아일보 1면.
쥬씨는 이 사과문에서 “최근 불거진 당분 및 가맹점 관리 미흡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지난 몇 달 간 미디어에 노출된 용량, 당류, 위생관련 보도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동일한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쥬씨는 “더 이상의 가맹점 확보와 외연 확장을 유보하고 그동안 미흡했던 경영방식을 정비해 회사의 내실을 다지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게재한 사과문은 불과 6일 전 윤석제 쥬씨 대표가 낸 호소문과는 사뭇 다른 대응이다. 지난 21일 윤석제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이 쥬씨에 대해 악의적 보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표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대기업의 중소기업 죽이기다, 경쟁업체가 언론사를 이용하는 거다’ 등등 루머가 돌았다”며 “계속되는 언론보도로 저만 잘한다고 되지 않는 게 사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적었다. 언론보도가 대기업 등 경쟁업체 음해로 이뤄졌다는 뉘앙스였다. 현재 이 호소문은 삭제된 상태다. 

▲ 지난 21일 윤석제 쥬씨 대표가 쓴 호소문.
쥬씨 대표가 호소문을 쓴 배경에는 13일자 MBN 단독리포트 ‘쥬씨 레시피 입수…과일 대신 설탕 듬뿍’ 때문으로 보인다. 해당 리포트는 쥬씨가 생과일 주스라는 홍보 문구처럼 과일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쥬씨의 850ml 분량의 XL사이즈 주스에 딸기는 소량에 해당하는 8알이 들어가고 대신 ‘쥬씨 믹스’가 조리법에 포함되며 쥬씨의 M사이즈 주스에는 설탕이 30g(스틱형 설탕 6개), XL사이즈에는 60g(스틱형 설탕 12개)이 들어간다는 내용이었다.

▲ 지난 13일 MBN의 '쥬씨 레시피 입수…과일 대신 설탕 듬뿍' 보도 화면 갈무리. 
해당 보도 이후 쥬씨 측은 윤 대표의 호소문과 함께 주스에 들어가는 과일 함량을 공개했다. 27일 오후 현재까지도 ‘쥬씨’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잘못된 언론 보도에 절대 속지마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주스에 들어가는 과일함량을 공개한 팝업창이 뜬다. 하지만 쥬씨가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한 과일보도함량을 자세히 살펴보면 MBN의 보도와는 개량 단위가 달라 MBN 보도가 사실과 다른지 정확한 판단이 어려웠다.

예컨대 MBN은 해당 보도에서 딸기주스를 예로 들었으나 정작 딸기만 들어간 주스의 조리법이 나와 있지 않고, MBN 리포트는 ‘딸기 8알’, ‘청포도 두 줌’등의 개량단위를 쓴 것과 달리 쥬씨가 공개한 조리법은 g(그램) 단위였다. 또한 쥬씨가 공개한 조리법에는 과일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알 수 있지만 논란의 중심에 있는 ‘쥬씨 믹스’가 얼마나 들어가는 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쥬씨 언론대응팀은 “XL사이즈에 작은 딸기 8알은 아니다. 사람들도 먹으면 안다”라고 해명했으며 “설탕이 많은 이유로 지목된 ‘쥬씨 믹스’는 손님들이 ‘당도 0%’를 선택하면 넣지 않는다”고 밝혔다.

▲ 쥬씨 홈페이지 팝업창 캡쳐.
쥬씨는 당 함량 문제 외에도 MSG 사용, 용량 문제, 쥬씨 가맹점 아르바이트 공고 등 언론으로부터 다양한 비판을 받았다. 일간스포츠 7월19일자 ‘달달한 생과일주스 쥬씨, MSG 사용했다’ 보도에 따르면 쥬씨가 사용하는 쥬씨믹스에 MSG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쥬씨는 쥬씨믹스에서 MSG 성분을 제외시켜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제 7월10일자 ‘1년 새 매장 500개로 급팽창했지만…말 많고 탈 많은 쥬씨’ 보도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연맹은 쥬씨의 주스 용량이 1L가 되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실제 용량과 부족량 허용 오차범위는 1L이하의 경우 15ml인데 쥬씨 주스에서는 100ml에서 많게는 400ml가 부족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쥬씨는 ‘1L 주스’의 이름을 ‘XL 주스’로 바꿨다.

전문가들은 언론이 쥬씨에 대해 많은 양의 보도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윤석제 쥬씨 대표가 쓴 호소문처럼 언론이 경쟁업체에게 이용당했다는 등의 주장 역시 지나쳐보인다고 지적했다. ‘먹거리 X파일’등을 연출한 이영돈PD는 “음식 자체에 사람들이 관심이 많아서 보도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하며 “특히 최근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어 언론 차원에서도 경각심을 주기 위해 보도를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지호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 소비자정의센터 간사는 “쥬씨의 사과문을 읽어보았는데 언론에서 보도한 것을 제대로 반박하지 않고 일단 사과만 하는 모습이었다”며 “언론보도에 잘못된 점이 있다면 틀린 부분을 명확하게 밝혀야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잃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생과일주스’와 ‘1L’를 홍보했던 것에 비해 언론의 비판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며 일간지 1면 사과문을 내게 된 셈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