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소속 상임위원장은 “의회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국정감사 보이콧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당 지도부에서 막아서며 사실상 감금 상황을 연출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사퇴해야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당 대표는 이틀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실상 출구 전략이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새누리당 소속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27일 “정세균 의장의 편파적인 의사 진행은 잘못된 처사였고 의회민주주의를 경시한 행위였다”면서도 “국정감사 거부 또한 의회 민주주의에 반하는 처사”라며 국정감사에 복귀할 뜻을 밝혔다.

새누리당 조원진 정세균사퇴관철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정세균사퇴관철비대위 총괄본부장은 정오께 곧바로 김영우 국방위원장실을 찾아갔다. 이후 안에서 위원장실 문을 걸어 잠근채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오후 3시 현재 3시간째다.

▲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운데)가 27일 국정감사 참여를 선택한 김영우 국방위원장(왼쪽)을 만나기 위해 국회 국방위원장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조원진 비대위원장과 김성태 총괄본부장과 대화를 시작한 2시간20여분 후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제가 지금 국방위원장실에 갇혀있습니다”고 상황을 전했다.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저는 상임위원장“이라며 ”이렇게 해서야 어떻게 의회 민주주의를 지켜야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국방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에게는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고 동참해 달라는 부탁을 드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리 깊이 의논드리지 못하고 오전에 달랑 전화 드리고 메시지 드린 점 죄송하다”며 “위원장으로서 절차상 미숙했다”고 사과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국방위원장실을 찾았으나 20여분 만에 방을 나섰다. 김무성 전 대표는 위원장실 대화 내용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내용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함구했다.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10분께 ‘감금에서 풀려’났다.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방은 1분1초도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게 소신이고 국방위도 마찬가지”라면서도 말을 아꼈다.

이날은 야당 의원과 피감기관인 합참본부 등이 현업에 복귀하면서 사실상 국방위가 국감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서야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위원장실 밖을 나설 수 있게 됐다.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국감은 열려야 한다는 게 소신”이라고 했지만 다음날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27일 국회 본관 본회의장 앞에서 정세균 의장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PBC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국감 중단의 원인이 된 김재수 장관에 대해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말고 사퇴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당 지도부가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상황을 총력 거부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결이다. 새누리당이 해임건의안 통과 거부 국면을 감정 싸움으로 몰고 가는 경향도 감지된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정세균 의장을 “정세균씨”, “정세균 의원”이라고 불렀다. 박명재 사무총장이 “정세균 의장”이라고 하자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등은 “의원”이라고 타박하는 상황도 펼쳐졌다. 박명재 사무총장은 곧바로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정세균 의원”으로 고쳐 불렀다.

이장우 비대위원은 정세균 의장을 “반의회주의자, 의회독재자, 의회민주주의 파괴한 장본인, 더불어민주당 행동대장, 대리인, 시녀일 뿐”이라고 규정했고 유창수 비대위원은 “야당의 스피커”, “더불어민주당 의장으로 전락”했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새누리당은 해임건의안 표결 전까지 ‘같은 편’으로 끌어안으려던 국민의당에는 발톱을 드러냈다. 이장우 비대위원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구태정치의 상징, 구태정치의 표본”이라고 규정하면서 “박지원 의원이 원내대표, 비대위원장을 맡았을 때 이미 새로운 정치를 하기는 틀린 당”이라고 비난했다.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7일 국회 의장실 앞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이장우 비대위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 대북송금 문제를 거론하며 “이 문제는 특이를 만들어서 청문을 통해 낱낱이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박지원 비대위원장에게 날을 세웠다.

이례적으로 여당 대표 단식이라는 상황을 만들어낸 이정현 대표는 이날 이틀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보이콧으로 야당만의 반쪽 국감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마땅한 지도력이나 출구를 고려하지 않는 상황으로 보인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국회의장실 앞에서 열린 오전 의원총회에서 “정세균 의장은 박주선 부의장에게 의장직을 물려주고 사퇴하라”고 새 제안을 내놨지만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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