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거부권 행사가 ‘미르재단’이 설립되기 전부터 관련 사업을 지원한 데 대한 ‘보은성’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관부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관심을 뒀던 ‘에꼴 페랑디’와 한식 연계 사업 등에 대해 “김재수 장관이 사장으로 있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예산과 인력이 상당히 들어갔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김재수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받지 않는 것은 이 때문 아니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손혜원 의원에 따르면 프랑스 국립 요리학교인 에꼴 페랑디가 한국 언론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2013년10월28일이다. 삼성전자가 페랑디와 합작해 냉장고·와인셀러·빌트인 오븐 등 삼성 주방가전 제품으로 구성된 ‘삼성 키친 클래스’를 만들어 요리강의를 진행한다는 보도였다.

▲ 박근혜 대통령이 한불 정상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를 방문한 3월24일 요리학교 '에꼴 페랑디'에서 열린 '프랑스 미식주간 마스터 클래스'에 참석하고 있다.


한 달여 후부터는 aT가 에꼴 페랑디와의 사업에 적극 나선다. aT는 2013년 11월19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에꼴 페랑디에서 한불 셰프 공동 한국식품 홍보행사를 열었다. aT는 같은 해 12월 유럽지사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프랑스 파리로 옮겼다.

aT는 또 2013년 12월14일 에꼴 페랑디에서 프랑스 쉐프들의 한식 경연대회를 열었다. 이듬해인 2014년 9월24일에는 역시 에꼴 페랑디에서 한국 식재료·요리 강좌를 개설할 때엔 aT 파리 지사가 주관이 됐으며 2015년 10월19일 ‘한불 미식의 밤’도 aT 주최로 에꼴 페랑디에서 열렸다.

aT와 에꼴 페랑디 사업은 2013년부터 시작이 됐다. aT 사장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10월부터 지난 8월 장관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김재수 장관이 맡고 있었다.

손혜원 의원은 “2015년 10월25일 만들어진 미르재단의 첫 프로젝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에꼴 페랑디와의 사업인데 2013년부터 에꼴 페랑디와 사업을 하기 위한 준비가 되고 있었다”며 “삼성도 잠깐 등장하지만 aT 사장으로 김재수 장관이 있던 곳에서 모두 진행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손혜원 의원은 “미르재단 창립 한 달 후인 11월30일 에꼴 페랑디와 MOU를 맺는데 신생 재단이 한 달여 만에 MOU를 체결하긴 상당히 어렵다”며 “2013년부터 사실상 준비되고 있었던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미르재단은 지난 2015년 10월25일 단 하루 만에 설립 허가를 받은 이후 한 달여 만인 11월30일 에꼴 페랑디와 MOU를 체결했다. 미르재단이 홈페이지에서 밝힌 연혁을 보면 에꼴 페랑디와는 올해 4월22일 MOA(합의 각서) 체결 등 에꼴 페랑디와의 사업이 주요하게 기재돼 있다. 

미르재단은 이외에도 기업 대상 간담회를 두 차례 진행했다고 밝히고 있으며 올해 3월24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 프랑스 미식주간 마스터 클래스 행사를 개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르재단이 주최한 마스터 클래스에서 “프랑스 에꼴 페랑디가 한식과 창조적인 융합을 통해 같이 세계에 진출하는 길을 모색하고자 한국에 요리학교를 세우고 에꼴 페랑디 안에 한식과정을 만드는 것은 참 의미가 큰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국내에 귀국해서도 4월11일 배우 송준기씨와 함께 한식 문화관 개관식에 참석하고 같은 날 제2기 문화융성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에꼴 페랑디 등과 연계한 ‘한식 마스터클래스’ 등 추진 방향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프랑스를 방문한 6월3일에는 에꼴 페랑디 유학생과 함께 간담회를 하는 등 에꼴 페랑디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aT가 미르재단에 도움을 준 것이나 김재수 장관이 aT 사장 시절 미르재단 사업을 사전 준비했던 인연 때문에 장관 자리를 보장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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