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일정을 보이콧 중인 새누리당이 세월호특별법 개정 논의에 대해서는 국회선진화법을 이용해 막아섰다. 국회선진화법의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이용해 특별법 개정 논의를 가로막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오는 27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기간 보장을 위한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유성엽 의원 발의)를 전체회의에 상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 농해수위 위원들이 26일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면서 전체회의 상정을 위한 논의가 지연됐다.

안건조정위원회는 국회선진화법 관련 국회법 조항에 규정돼 있다. 국회법 제57조 2항은 “위원회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하여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체토론이 끝난 후 조정위원회에 회부한다”고 규정한다. 조정위원회의 활동기한은 구성 일로부터 90일이다.

해당 조항은 상임위에서 과반수 여당이 법안을 날치기하고 야당이 이를 몸으로 막는 관행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이번 경우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당이 야당이 도입을 주장하는 세월호특별법개정안 처리를 막는 데 사용된 셈이다.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이면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할 수 있기에 새누리당 의원들의 요구만으로도 충분히 구성이 가능하다.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문제는 특조위가 9월 30일이면 강제해산당할 처지라는 점이다. 안건조정위원회 심사를 거치는 90일 동안 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할 수 없으니 이후 논의하면 특별법 개정안은 무용지물이 된다. 새누리당은 앞서 9월6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도 위성곤 더민주 의원이 발의한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 보냈고, 9월21일 회의에서는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 개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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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새누리당은 김재수 농림식품축산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에 반발해 국정감사를 비롯한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면서도 세월호특별법 개정안 통과는 막아서고 있다.

더민주 농해수위 위원들은 26일 성명을 내고 “국정감사 등 제반 의사일정에 참석하지 않으면서도 세월호 법안이 상정되기도 전인 오늘(26일) 새누리당의 의도적인 세월호특별법 개정 저지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며 “새누리당은 세월호 선체 인양을 앞둔 시점에서 더 이상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덮으려는 행위에 몰입 하지 말고 세월호 진상규명 및 선체 조사를 위하여 특조위의 활동을 보장해주는 특별법 개정에 적극 협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재정 더민주 원내대변인 역시 26일 브리핑에서 “오늘 새누리당 농해수위 의원들은 국정감사에는 참석조차 하지 않으면서 세월호 특별법은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했다”며 “국정감사 파행이라는 행태로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정권보호를 위한 안건조정위원회 회부행위는 스스로 국민들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자충수에 불과하다. 뒤에 숨어 세월호의 진상규명을 막으려는 새누리당의 행태는 비겁하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과 세월호특별법 개정안, 어버이연합 청문회를 엮는 야당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이 같은 정치거래를 주도했다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의당이 해임건의안과 세월호특별법 조사기간 연장, 어버이연합 청문회 개최 등을 제안하면서 마지막까지 대화를 하려고 했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정세균 의장도 똑같은 시도를 했다”며 “정치는 대화와 타협 협상의 산물이다. 이것을 두고 마치 무슨 거래를 한 것처럼 비난하는데 그렇다면 왜 새누리당은 ‘개헌특위를 찬성해 줄 테니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을 취소 해달라’고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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