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 SK텔레콤등 대기업이 기금을 지원해 운영 중인 언론재단이 김영란법 시행으로 주요 사업들을 할 수 없게 됐다. 저술지원과 연수지원이 대표적이다. 사업의 수혜자였던 기자들은 재교육의 기회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언론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삼성언론재단은 20일 공지사항을 통해 “2016년 하반기 언론인 저술지원 신청을 9월26일~30일 받을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9월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로 인해 현직 언론인에 대해서는 접수를 잠정 보류합니다”라고 밝혔다.

언론계에서 특히 주목하는 사업은 해외연수다. 삼성언론재단과 LG상남언론재단, SK텔레콤이 기금을 지원하는 한국언론학회 등은 지금껏 이 돈으로 언론인의 장·단기 해외연수를 지원해왔다.

삼성언론재단의 경우 올해 15명 내외의 언론인에게 1년간 월 취재비 3500달러, 연 학비 1만 달러, 항공료 등을 지원했다. 

그러나 국민권익위 매뉴얼에 따르면 언론인은 기업이 운영하는 언론재단이 지원하는 해외연수를 갈 수 없다. 이들 해외연수가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 해당하지 않으며 연수비용 역시 ‘통상적·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금품 등’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권익위 매뉴얼에 따르면 정부에서 운영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만 언론인 해외연수 지원이 가능하다. 이는 대기업 언론재단의 공익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 될 수 있다. LG상남언론재단 관계자는 “저희는 지금도 공익성 차원에서 재단 사업을 하는 것”이라며 “권익위 해석 때문에 난처하다”고 밝혔다. 

▲ 삼성언론재단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일단 이미 연수를 떠난 언론인에 대한 지원은 끊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언론재단과 한국언론학회는 이미 올해 지원자들에게는 전액 입금을 한 상황이다. LG상남언론재단이 권익위에 관련 질의를 한 결과 권익위는 현재 연수를 떠난 언론인들은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기업 운영 언론재단에선 기존 사업 가운데 얼마나 폐기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자들은 재교육 기회의 축소라는 점에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머니투데이의 한 기자는 “선배들은 기회를 다 누렸는데 없어진다니 아쉽다”며 “언론사가 재정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 지원으로나마 견문을 넓히고 좋은 기사를 쓴다면 나쁘게만 볼 일인가 싶다”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의 한 기자는 “사내에 해외연수 지원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대기업 재단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은 언론인 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득이 되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한겨레의 한 기자는 “기회 자체가 박탈되는 건 아쉽지만 원칙적으로는 회사에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기업 지원으로 해외연수를 다녀 온 한 종합일간지 기자는 “탐사보도 협회 연수를 받았고 이후 한국에서 전문기자로 지원도 했다”며 “기업 지원으로 다녀왔지만 해당 기업에 우호적인 기사를 쓸 이유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당시 열심히 공부하는 기자들이 상당했다”고도 전했다. 

▲ 3월29일 세월호 2차 청문회를 취재하는 기자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이치열 기자
문제는 대기업 지원 해외연수의 폐지가 소규모 언론사에게만 큰 타격을 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규모가 큰 언론사는 회사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해외연수 프로그램이 있다. 가령 조선일보의 경우 ‘글로벌 챌린지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10여명의 기자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준다. 

중앙일보 역시 사내 자체 프로그램이 있다. 중앙일보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외부 재단 연수자가 적으면 회사 내부 연수자가 늘어나는 등 유동적이긴 하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필요하면 자체적으로 연수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과거에는 노조에서 지원하는 단기 연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 사정이 좋지 않거나 소규모 언론사의 경우 자체적으로 해외연수를 보내는 것은 어렵다. 머니투데이의 한 기자는 “기업 지원 연수는 메이저, 마이너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고 기회라도 있었을 텐데 앞으로는 회사 자체 프로그램이 없는 기자들이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진호 전국언론노조 경향신문 지부장은 “회사 자체 비용으로 연수를 보낸다는 것은 비용이 상당해 현실성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겨레 한 기자는 “신문업계 전반 상황이 좋지 않으니 결과적으로 연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렇게 된 이상 한 명만 보내더라도 기업 돈 받지 않고 깔끔하게 가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언론계 전반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언론진흥재단만 공익성을 인정받아 연수 지원이 가능한 만큼, 기존의 대기업 언론재단이 공익재단을 통해 다시 지원을 하는 것 역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기자들은 입을 모았다. 좀 더 투명한 절차를 거치자는 것이다. 

기자협회나 방송협회 등도 하나의 창구가 될 수 있다. 파이낸셜뉴스의 한 기자는 “기자협회에 매달 돈도 내는데 축구대회 같은 단합보다는 재교육이나 현실적인 문제에 집중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KBS의 한 기자는 “대기업이 공익적인 목적이라고 했기 때문에 그 취지를 살려서 기자협회나 방송협회를 통해 지원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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