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맨입’ 발언을 꼬투리 잡으면서 사퇴를 촉구하고 하고 있다. 정세균 의장에게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책임을 묻고 있는 새누리당은 같은 이유로 국회 의사일정 전반을 보이콧하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섰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26일 의원총회에 참석해 “정세균 의장이 파괴한 의회 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해 목슴을 바칠 각오를 했다”며 정세균 의장 사퇴를 촉구하며 단식을 시작했다. 이정현 대표는 “정세균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라며 무기한 단식을 예고하고 “거야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 비상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이와 함께 당 소속 의원 129명 전원이 참석하는 1인 시위도 시작하기로 했다. 1인당 국회 로텐더홀에서 1~2시간 씩 1인 시위를 하게 될 예정이며 첫 주자로는 김무성 전 대표가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26일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새누리당은 정세균 의장 사퇴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세균 의장과 야당은 새누리당이 23일 의사일정 지연 등을 하다 자초한 일이라며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세균 녹취록’을 문제삼으며 “입법부 수장이 될 분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하수인”이라고 비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정세균 의장의 녹취록을 근거로 “새누리당을 상대로 특조위 연장, 어버이연합 청문회 이걸 해임건의안과 맞바꾸려는 정치 흥정이 이뤄지지 않으니까 요건도 없고 명분도 없는 장관 해임안을 날치기 했다고 자기 입으로 고백한 것”이라며 정세균 의장 사퇴를 촉구했다.

정세균 의장은 지난 24일 오전 0시35분께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중인 당시 “세월호나 어버이연합 둘 중에 하나 내놓으라는 데 안 내놔. 그래서 그냥 맨 입으로, 그냥은 안 되는 거지”라고 말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어 현안 브리핑에서 이 발언을 문제 삼으며 “국회의장이 야당과 작당해 자신의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생사람 김재수를 잡은 것으로 인격살인”이라며 정세균 의장 사퇴를 촉구했다.

국회 의장실은 새누리당이 공개한 녹취록에 대해 “지난 24일 본회의 투표 도중 의장석을 찾은 의원과의 대화 내용”이라며 “정세균 의장의 노력에도 여야간 협상과 타협이 이뤄지지 않고 해임건의안이 표결로 처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세균 의장은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이 제출된 날부터 의결 당일까지 지속적으로 여야 원내대표와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은 지난 23일 자정 이후 24일 새벽 새로 본회의를 개회하는 과정이 잘못됐다며 절차 문제도 따지고 나섰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정진석 대표와 김도읍 수석이 협의하지 않으려고 도망다녔다’고 한 말은 어처구니가 없다”며 “의사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답했다”고 반박했다.

▲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6일 세종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김종회 국민의당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법을 위반한 폭거이자 궁색한 상황을 면하기 위한 야당의 거짓말”이라고 몰아붙였다.

국회는 △23일 의사일정은 산회선포행위의 유무와 상관없이 자정이 도래하면 종료하는 것이고 △23일 본회의는 새누리당 의원총회 등으로 개의가 지연돼 늦게 개의해 의사일정이 전반적으로 지연됐지만 △법정 기한이 있는 해임건의안 처리 시한을 맞추기 위해 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의원과의 협의를 거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해임건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보여줬던 새누리당의 지연전술 때문에 차수를 변경하게 된 것”이라며 “본인들이 의사일정을 지연시켜 놓고 차수 변경의 법적 절차 하자를 문제 삼는 방식은 정당하지 않다”고 일갈했다.

박주민 더민주 의원은 지난 24일 본회의 표결 후 “국회법상 ‘협의’의 결정은 종국적으로 국회의장에게 맡겨져 있다”` 판례를 제시하며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가 없어 차수를 변경해 본회의를 개회한 것이 무효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뜻을 무시하고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을 무시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당연한 일이라고 추켜세웠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김재수 장관 새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조치로 새누리당은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 민경욱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이 26일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발언이 담긴 피켓을 들고 앉아있다. 앞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진=포커스뉴스


국회에서 통과된 5차례 장관 해임건의안은 모두 효력을 발휘했다. 6번째 장관 해임건의안을 받아든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경우에 대한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당장 새누리당은 국정감사 보이콧을 이어가고 있다. 정기국회 동안 진행될 2017년 예산안 심사 일정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정기국회 파행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10시 시작될 예정이던 국감을 보이콧한 채 현재 의원총회를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 초선 의원들은 이날 의원총회에 나서 “기만으로 일삼는 우상호 원내대표, 연륜으로 존중받았던 정세균 의장을 반드시 의장직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세균 의장이 지난 70년 국회 관행을 한순간에 짓밟고 있다. 어려운 현실과 난관을 이겨낼 수 있다”며 서소를 다독이며 강경 분위기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워내대표는 “국회의원은 개별 의원 한 명 한 명이 동등한 권학과 책무를 갖는 신성한 헌법적 지위를 가진 존래”라며 “새누리당의 국감 회피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국감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승전 위기’로 결론짓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국민도 지쳤고 야당도 힘들다”며 “대통령을 잘못된 길로 이끄는 측근과 비선 실세를 멀리하고 제대로 된 진언과 충언으로 국정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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