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와 언론인들을 위해 부정청탁 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을 보다 쉽고 간략하게 정리하여 세차례 나눠 싣는다. 김창룡 인제대 교수는 2002년 부패방지법을 시작으로 권익위원회와 함께 법제정과 관련, ‘청렴한국 아름다운 미래’ 저서를 펴내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해왔다. 현재 권익위 소속 청렴강사로 전국적으로 자치단체, 공기업 등을 상대로 청렴특강을 하고 있다. 편집자 주)

시행도 하기전에 헌법재판소에까지 가야했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에 관한 법령)시행이 임박했다. 한국의 오랜 관행으로 자리잡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문화를 바꾸게 될 강력한 법집행을 앞두고 더 이상 김영란법 흠집내기 보도, 문제찾기식 보도는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자기변명으로 밖에 보이지않는다.

언론내부에서 어떤 준비를 마쳤는지 자기점검부터 필수지만 만나는 기자들 대부분이 ‘별 변화가 없다, 법교육도 없었다’는 식은 언론사들이 김영란법에 대한 미온적이거나 냉소적인 자세를 대변한다. 우여곡절 끝에 김영란법 대상이 된 언론인들에게 이 법은 생소할 뿐만 아니라 별로 알고싶지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을 제대로 알지못하면 언론인들은 간단하게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제 자칫 모르는 것은 ‘약’이 아니고 ‘벌’이 된다.

방대한 분량의 법 전체를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언론인이라면 적어도 김영란 법 지식 최소한 20가지는 알아야 한다. 알고 자기무장을 하면 김영란법은 아무 문제없다. 언론인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회사가 함께 준비해야 할 것이 있으니 이를 회사에 요구하여 관철시켜야 한다. 먼저 부정청탁 분야 필수지식 10선을 정리해본다.


1. 기자가 취재를 빙자하여 부정청탁을 하게 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일반적으로 법은 행위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지만 김영란법은 부정청탁으로 설혹 행위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강력한 법이다. 기자가 부정청탁을 하게 되면 담당 공무원이 그것을 받아들이든 그렇지않든 상급자에게 반드시 보고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두 번 청탁을 받고도 보고하지않은 사실이 드러나면 청탁실행 여부와 상관없이 그 공무원은 징계 대상이 된다. 물론 청탁을 한 기자도 법적 처벌 대상이 된다.

2. 무엇이 부정청탁인가 고민할 필요없이 모든 특혜와 편의가 포함된다고 보면 된다.

김영란법 제5조 (부정청탁의 금지) 규정은 인허가, 검사, 수사 등 14 개 분야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제1항은 인가, 허가, 면허, 특허, 승인, 검사, 검정, 시험, 인증, 확인 등 법령에서 일정한 요건을 정하여 놓고 직무관련자로부터 신청을 받아 처리하는 직무에 대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 마지막 제14항, 사건의 수사, 재판, 심판, 결정, 조정, 중재, 화해 또는 이에 준하는 업무를 법령을 위반하여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로 정리하고 있다. 한 마디로 공무원과 쉽게 접하는 기자들이 연고주의를 이용, 특권, 특혜, 편의를 부당하게 요구하지 말라는 것이다.

3. 부정청탁 행위란 법상 열거된 14가지 대상직무와 관련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지위, 권한을 남용하여’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법령이란 법률, 대통령령, 국무총리령, 부령을 포함한다. 물론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형법, 행정절차법 등을 포괄한다. 언론사나 기자들이 흔히 청탁하는 사안은 ‘권력자의 지위나 권한을 남용하여’ 일을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가 잦은 편이었다. 실무자가 안된다면 시장, 사장, 회장에게 부탁해도 안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4. 기자들이 청탁을 했을 때 과거에는 공무원 등 취재원이 ‘알아보겠다’는 식으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답변하더라도 보복기사를 생각하면 안된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에 대해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표하도록 못박고 있다. 두 번 반복할 경우에는 상급자에게 보고하지않으면 자신이 징계대상이 되기 때문에 명확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두 번 이상 반복하여 청탁하게 되면 기자는 행위결과와 무관하게 처벌 받을 수 있다.

5. 부정청탁과 관련하여 김영란법이 형법, 변호사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과 다른 점도 명확하게 알아두자.

형법 등은 부정청탁과 관련하여 금품수수와 결부된 경우에 처벌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김영란법은 금품수수와 무관하게, 또한 행위결과와도 무관하게 청탁 그 자체를 처벌대상으로 삼는다는 큰 차이점이 있다. 법은 일반적으로 행위결과를 가지고 형벌을 정하는데 김영란법은 청탁 그 자체를 금지하는 강력한 법이라는 차이가 있다. 일부에서 반발할 수도 있지만 한국의 연고주의, 온정주의와 결부된 청탁문화 개선을 위해 법적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6. 부정청탁금지법 제24조(양벌규정)는 청탁행위자뿐만 아니라 사업주인 법인도 형사처벌 및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규정이다.

건설회사 소속 직원 A가 기자 B를 대동하여 건축법령을 위반하여 건축허가를 내줄 것을 구청 건축허가 담당공무원 C에게 청탁한 경우. 직원 A는 법인을 위해 부정청탁을 하였으므로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대상이다. 법인인 건설회사 역시 제24조 양벌규정에 따라 2000만원이하의 과태료 부과대상이 된다. 기자B가 중립적인 취재차원을 넘어 사실상 직원 A의 뜻에따라 부정청탁에 가담한 행위를 했다면 역시 과태료 부과대상자가 된다.

7. ‘정상적인 거래 관행을 벗어나는 청탁’이라는 표현은 추상적이고 다양한 해석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는만큼 정확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정상적인 관행을 벗어났는지 여부는 “행위의 의도, 목적, 재화 또는 용역의 특성, 당사자의 지위와 관계, 다른 사람이 받는 피해, 공공기관의 내부기준이나 사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라고 김영란법은 해설을 하고 있다. 이를 굳이 명시한 것은 한국의 특권사회의식을 생활속에서부터 뿌리를 뽑고 공정한 질서를 찾자는 취지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보다 간단해진다.

병원출입기자 A는 암환자 삼촌을 서울대학교 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해 접수했으나 순서가 너무 밀려 3 달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평소 병원장 B 등과의 친분관계를 이용하여 접수순서를 변경하여 이틀만에 입원에 성공시켰다. 이 경우 김영란법은 특정인에게 특혜를 부여하여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난 것으로 판단한다. A, B 모두 과태료 부과대상자가 된다.

8. 부정청탁 예외조항은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한 것이니 기자들은 정확하게 알아둬야 한다.

김영란법 제5조 2항에는 예외조항으로 7가지를 거명하고 있다. 그 핵심은 ‘공개적으로’ 혹은 ‘공익적으로’ 확인 문의하는 것이다. 확인, 해명 등을 요구하는 일반 취재사항은 예외에 해당되니 염려할 것 없다. 기자가 수사진행 상황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수사관들에게 사실관계를 따지거나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공익적’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우려할 사안이 아니다.

9. 부정청탁의 예외조항 마지막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행위’로 다소 폭넓게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사회상규(社會常規)’란 일상적인 규범 정도로 의미하지만 법적으로는 좀 더 세밀하게 정의하고 있다. 부정청탁의 예외에 속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 3000판결 등).

10.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처벌을 규정하고 있지만 동시에 언론인과 공직자를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하려는 순기능을 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취재를 위축시켜 언론자유를 제한하려는 것도 아니고 기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우월적 지위에서 관행처럼 행해오던 특혜, 편의, 금품수수, 향응 등으로 실추된 권위와 이미지를 법적, 제도적 장치를 통해 보완해주려는 의도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법은 유무죄 판단의 최초 기준을 행위자의 범의(犯意)를 살펴본다. 기자가 애초부터 청탁을 받아 주문형 취재를 하는지, 진정으로 공익적 취재를 하게 된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 다음 단계에서 취재의 동기와 방법의 합목적성 등을 따지게 된다. 부정청탁은 언론인 스스로가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회 공동의 통일된 메시지다. 그것을 법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따라서 기자들의 일상적인 취재가 김영란법으로 위축될 이유가 없다. 일부 기자들이 청탁에 나서서 브로커 소리를 듣고 ‘해결사’ 비난을 받던 시대는 과거가 될 것이다. 그런 취재를 명분으로 청탁에 나서게 되면 이제 법적 징계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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