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질투의 화신’에 등장하는 SBC뉴스 기상캐스터 표나리는 어느 날 후배의 농간으로 음주 날씨방송을 진행한 뒤 해고 통보를 받는다. 그러나 그날 날씨 코너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다. 평소 표나리를 흠모했던 SBC 이화신 기자는 오종환 보도국장에게 “표나리 해고하셨습니까? 상은 주지 못할망정 해고합니까?”라고 따지며 국장에게 분당 시청률 자료를 건넸다. 덕분에 표나리는 기상캐스터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 실제 방송국에서도 가능할까.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메인뉴스의 경우 코너 별로 시청률 측정이 가능하다. 날씨 코너는 물론, 뉴스 리포트별로 시청률을 뽑는 것도 가능하다. 종합편성채널 등에선 리포트 별 시청률이 인사고과에 반영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화신 기자처럼 방송 당일 밤에 시청률 자료를 받는 건 불가능하다. 다음날 새벽2시까지 데이터를 가져와 오전 7시 시청률집계를 내기 때문이다.

▲ SBS '질투의 화신'의 한 장면. 표나리의 날씨 방송이 높은 시청률을 찍은 뒤 이화신이 보도국장에게 시청률 자료를 내미는 모습. ⓒSBS
그렇다면 시청률은 어떻게 측정하는 걸까. TV시청률은 ‘피플미터’란 이름의 시청률 자동집계기계를 고정형TV에 부착해 실시간시청을 측정하고 있다. 물론 모든 TV에 부착할 순 없다. 닐슨코리아의 경우 전국에 4300곳의 피플미터 설치 가구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가구는 4년에 한번 씩 교체된다. 피플미터가 설치된 가구 패널은 20~30대 비율이 통계청 인구주택 총 조사보다 적고 60대 이상 노년층은 과도하게 대표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왜 그럴까.

시청률 패널 모집을 유선전화로하기 때문에 젊은 층을 모집하기 어려워서다. 이 때문에 시청률조사기관에선 인구비율대로 가중치를 줘서 데이터를 보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TV시청률은 노년층에게 유리한 조사다. 오늘날 지상파와 종편의 시청자 구성을 보면 노년층 비율이 높다. 한국의 시청률조사는 1965년부터 시작됐는데 최근에는 집계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VOD(다시보기), PC, 스마트폰 등을 통한 시청행태는 시청률로 잡히지 않고 있어서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7월 “덴마크와 노르웨이에서는 PC와 노트북, 태블릿PC를 통한 실시간 시청 시간과 VOD 시청시간까지 통합한 자료를 사용한다”며 변화된 미디어환경 속에서 통합시청점유율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통합시청점유율은 모든 미디어 기기에서 소비되는 방송프로그램 시청률의 총합이다.

통합시청점유율은 PC와 모바일의 시청률을 자동 집계하는 어플리케이션 버추얼미터를 설치해 실시간 시청과 다시보기를 확인한 뒤 IPTV+케이블 셋톱박스로 고정형TV의 VOD 판매실적까지 합산해 통합시청점유율을 내놓게 된다. 미국의 경우 페이스북에서 소비되는 프로그램까지 시청률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롭게 등장할 통합시청점유율을 두고 방송사간 셈법은 복잡하다. 손해 보는 언론사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방통위의) 통합시청점유율 시범조사에서 JTBC가 종편 1위로 나타났다. 기존 시청률 1위였던 TV조선은 3위로 추락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표나리 기상캐스터가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아 스마트폰을 이용한 시청행태가 높을 경우, 통합시청점유율에선 표나리의 SBC가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청행태 측정이 기술적으로 만만치 않다.

▲ SBS '질투의 화신'의 주인공인 기상캐스터 표나리(공효진 분). ⓒSBS
방통위는 2015년 시청률조사기관 TNMS와 공동으로 N스크린 시청률 조사를 벌였다. 지상파·종편·케이블TV 프로그램과 푹(POOQ), 카카오TV, 티빙 등 모바일 플랫폼별 시청 기록을 측정했다. 조사 대상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로 한정됐다. 아이폰의 경우 애플사에서 기술 지원이 안 되기 때문이다. N스크린은 고정형TV와 달리 실시간 시청률과 비실시간 시청률이 섞여있다. 비실시간 시청률은 30초 단위로 본 시간만큼 합산하고 있다. 문제는 시청 데이터다.

스마트폰 시청 데이터 측정을 위해 음성 데이터를 추출해 이용자가 시청하는 프로그램을 추출해 내는 ‘오디오 매칭’ 방법이 사용됐다. 음성에서 특징점을 뽑아 시청기록을 내는 방법이다. 하지만 지하철과 버스에서 들리는 외부소음 따위와 합성된 소리를 추출하는 경우 비정상적인 결과가 나오는 한계가 있었다. 이어폰을 꽂으면 음성이 들리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이 때문에 2017년 초 닐슨코리아가 발표할 N스크린 시청률 조사에선 ‘비디오 매칭’ 방법을 쓸 예정이다. 화면을 캡처해 특징점을 잡아내며 오디오 매칭의 한계를 극복했다. 가장 확실한 스마트폰 시청 데이터 측정방법은 통신3사(KT, SKT, LGU+)가 갖고 있는 이용기록이지만,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시청률조사기관이 확인할 수 없다. N스크린 시청행태가 집계된 통합시청점유율이 등장하면 표나리의 날씨방송과 SBS ‘질투의 화신’ 시청률도 지금보다 정확히 집계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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