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새누리당이 집요한 ‘지연 작전’을 펼쳤지만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당 공조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은 기로에 섰다. 국회의 해임건의안은 강제성은 없지만 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일방적 국정운영’이란 거세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를 요구하며 금융노조가 23일 1일 파업에 나섰다. 참여율은 전체 은행권 대비 15%로 시중은행 영업에 차질은 거의 없었다는 지적이다. 기업은행, 농협 등 참여율이 높은 은행 중심으로 사측이 위력과 협박 등을 통해 파업 불참을 종용한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보수언론은 “연봉 8800만원들의 철없는 파업”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한겨레가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부금) ‘쾌척’한 건설업체들이 정작 자기 재단엔 약속한 돈의 3%도 안 냈다”고 보도했다. 자신들이 설립한 사회공헌재단에 제대로 된 약정액을 납부하지 않은 점과 문제가 된 재단에 기부금을 '성실 납부'한 점이 지나치게 상반된다는 것이다. 야당은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는 현재진행 중이다.

아래는 24일자 주요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총리·장관, 사상 초유 ‘필리버스터’>
국민일보 <“돈 안되는 연구 해봐라 실패해도 괜찮다”… 카이스트, 신선한 실험>
동아일보 <김재수 장관해임안 가결 ‘巨野의 힘자랑‘>
서울신문 <김재수 해임건의안 통과… 靑 “수용불가” 정면돌파>
세계일보 <김재수 농림 해임안 가결… 정국 급랭>
조선일보 <巨野, 김재수 장관 해임안 처리>
중앙일보 <거야 실력행사…김재수 해임건의 한밤 통과>
한겨레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새벽 통과…야3당 공조 ‘위력’>
한국일보 <’김재수 해임안’ 가결… 정국 뇌관 터지다>

사상 유례없는 ‘대정부질의 시간끌기’…박 대통령, 해임건의안 받아들일까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은 24일 새벽 야당의 단독 표결로 통과됐다. 해임건의안은 찬성 160표, 반대 7표, 기권 3표로 국회 본회의장을 통과했다. 새누리당 의원 129명은 전원 표결에 불참했다.

▲ 24일자 조선일보 1면

국회 본회의는 24일 자정을 3분 남기고 개의됐다. 새누리당의 ‘지연 전략’으로 개의를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해임건의안이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 후 상정예정인 점을 이용해 대정부질문에서 시간을 끄는 전략을 택했다. 국무위원의 답변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은 점을 이용했다. 23일 오후 2시 시작된 대정부 질문은 9번째 질의자까지 5시간16분 걸렸다.

새누리당의 시도는 ‘필리밥스터’로 희화화됐다. 정우택 의원이 55분 동안 발언을 하는 등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해진 발언시간 15분을 넘겨 질의를 이어나갔고 황교안 국무총리는 2013년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등 답변자들도 긴 시간 동안 답변했다. 이 와중에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무위원들이 식사를 못하고 있다”는 문제제기로 40여 분간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

언론은 해임건의안이 야당 공조의 첫번째 결과물이자 ‘거야의 힘’이 입증된 기회였다고 지적했다. 해임건의안은 재적의원 과반을 넘겨야 통과된다. 더민주 121석, 정의당 6석, 국민의당 38석 등 야당 의석을 합치면 165석이 나와 과반을 뛰어넘는다. 해임건의안은 이같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통과가능했다는 평가다.

경향신문은 “‘여소야대’ 3당 체제로 바귄 20대 국회에서 '거야'의 힘이 입증된 것”이라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무소속 홍의락 의원을 제외한 야당 의원 전원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라며 “재적의원 129대 171이라는 수적 열세 앞에 새누리당은 무력했다”고 지적했다.

향후 정국은 냉랭해질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회의 해임건의안은 강제성이 없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경우 ‘일방적 국정 운영’를 향한 비판이 더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미 건의안 가결 시 더불어민주당이 국정 운영 파행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경향신문은 “야당은 그동안 비판해온 박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을 현실로 보여줬다. 향후 내년 예산안 심의, 법안 통과 등 더 큰 행보를 정부·여당에 요청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기로에 섰다. 해임건의안을 무시할 경우 야당 반발과 '국정독주'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 진다. 그동안 해임건의된 국무위원들이 모두 자진사퇴한 사실도 있다.

동아일보는 신임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논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동아는 “북한의 핵 위협과 경북 경주 지진 등 국내외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취임 한 달도 안 된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두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이면서 ‘역시 문제는 정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파업 불참 안하면 퇴근 안시켜”… 보수언론, 파업 또 곡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지난 23일 총파업을 단행했다. 양대노총의 공공·금융 부문 노조가 29일까지 진행하는 연쇄 파업의 일환이다. 정부가 금융 공기업에 이어 시중은행에도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압박하면서 금융노조가 성과주의 도입 철회와 관치금융 철폐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것이다.

▲ 24일자 한겨레 7면

시중은행 영업 차질은 없었다는 평가다. 경향신문은 “기업은행과 농협의 파업참가율이 다소 높았을 뿐 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영업점이 많은 4대 시중은행은 참가율이 저조했다”며 “이날 은행들은 일부 점포를 제외하고 대부분 정상 영업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보수언론은 이번 파업을 ‘고액 연봉을 받는 정규직 노동자’의 명분없는 파업으로 몰아갔다. 

조선일보는 ‘연봉 8800만원들의 철없는 파업’이란 사설에서 “우리 금융권 임금은 1인당 GDP와 비교할 때 금융 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시중 은행의 평균 연봉은 8800만원에 달했다”면서 “파업은 힘없고 가난한 근로자들이 택할 수 있는 마지막 항의 수단이다. 우리나라의 이른바 귀족 노조들은 크고 좋은 내 밥그릇 지키자고 파업을 한다”고 비판했다.

▲ 24일자 조선일보 사설

동아일보도 사설을 통해 “글로벌 금융계는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 스타트업의 도전, 업권 칸막이를 벗어난 치열한 경쟁으로 뜨겁다. 국내 금융만 연공서열에 안주한 보신주의, 예대마진에 기댄 안이한 영업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아프리카 수준”이라면서 “그런데도 평균 연봉이 9000만 원,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2.03배로 미국(1.01배), 일본(1.46배)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며 “1만8000명쯤 없어도 별 지장 없는 금융권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한편 기업은행, NH농협은행 등 파업 참가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점은 파업일 하루 전인 지난 22일 파업 불참을 종용하며 직원들의 퇴근을 막았다. 금융노조는 관련 녹취록을 공개하며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 지적함 노동청에 고발하는 등 법조치를 취할 것이라 입장을 밝혔다.

건설사 자사 공익재단 기부금 외면, '최순실 재단'엔 거금 투척…보수언론 '최순실 게이트' 일언반구 안해

한겨레가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사회공헌재단)의 기금 출연 현황을 살펴본 결과,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부금을 출연한 삼성물산·GS건설·대림산업·두산중공업이 자신의 사회공헌재단에 낸 기금은 약정액 550억원 가운데 16억원(2.9%)에 불과했다.

▲ 24일자 한겨레 1면

이들 건설업체들은 경영난 등을 이유로 재단 부담액 납부 시기를 늦춰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약정액 납부를 신속히 완료한 것과 확연히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업체들의 기부금 납입 실적은 저조하다. 각각 150억원의 기금을 할당받은 삼성물산은 10억원, GS건설은 3억원, 대림산업은 3억원을 출연하는 데 그쳤다. 두산중공업은 100억원 할당을 받았으나 아예 약정액을 내지 않았다.

야당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별검찰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확인되지 않은 폭로” “근거 없는 비방”이라고 논란을 일축한 데 대한 대응이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24일자 지면에서는 미르·K스포츠 재단 논란 및 '최순실 게이트' 논란을 보도한 기사를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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