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여야 합의 하에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설치를 위한 예산을 요청했으나 정부가 2017년도 예산안에 이를 하나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4년 2월27일 19대 국회 여야 의원 전원은 만장일치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공원 조성 및 기림비 설치에 관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은 남인순 더민주 의원과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각각 발의한 결의안을 병합 심사하여 통과된 것이다.

해당 결의안에는 “국회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공원을 국회 외부에 조성하고 공원 내에 기림비를 설치하여, 국민 모두와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위안부피해자를 추모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올바른 역사 교육에 앞장 설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국회 사무처는 기림비 설치를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하여 2016년 4월에 그 결과가 제출되었고, 이를 근거로 2017년도 설치비 등과 관련한 예산을 정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국회 여성가족위원장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 예산은 전액 반영되지 않았다.

▲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설치사업 예산현황. (단위:백만원) 자료=남인순 의원실
▲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설치사업 예산요구서. 자료=남인순 의원실
남인순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당시 투표에 참여한 여야 의원 213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합의하여 채택한 결의안마저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남 의원은 또한 “박근혜 정부는 굴욕적인 합일 합의도 모자라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기념사업을 지속적으로 축소하더니,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결정한 기념사업조차 묵살한다”며 “일본군 ‘위안부’기념사업을 방해하는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번번히 국회의 예산 요청을 묵살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기림비 설치를 위한 사전조사 예산으로 2014년에 1000만원, 2015년에 5000만원을 정부에 요구했으나 번번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국회는 사무처내의 예산조정을 통해 연구용역을 실시하였고, 이 연구용역결과에 의해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 공원이 유력한 사업후보지로 제안됐다.

남인순 의원실 관계자는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공식적으로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정부는 기림비 설치의 실효성이 낮고, 여야 합의가 다시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19대 때 이미 의원들이 예산 반영된다는 것을 알고 통과시킨 사안인데 또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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