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개명 최서원). 이름 하나로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지인인 최순실씨가 정권의 ‘비선 실세’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 이름은 정권 초부터 등장했다. 대통령 취임식에 등장한 고가 한복을 선택·제공한 이로 최순실씨가 지목됐다. 최근까지 목걸이·브로치 등 액세서리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대한 양보해서 오랜 친구의 ‘우정’으로 봐 줄 수 있다. 하지만 이후 등장하는 의혹은 심상치 않다. 최순실 씨 이름은 인사에도 등장했다. 갖가지 의혹에도 버티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트레이너 출신의 윤전추 행정관 채용에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최근에는 설립 과정이 쌍둥이처럼 닮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논란이 되고 있다. 최순실씨는 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 등장했다. 두 재단은 박근혜 대통령의 ‘노후 대비용’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두 재단은 전국경제인연합 소속 대기업에서 총 800억원을 당겨왔다. 두 재단 설립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두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이유를 묻자 “먼 산만 바라봤다”,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답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이렇다. 대기업이 신생 두 민간 재단에 800억원을 출연했다. 자발적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두 민간 재단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수차례 동행했다. 신생 재단치고는 이례적이다. 두 재단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인인 최순실씨가 관여했다.

언론은 최순실이라는 이름에 초점을 맞췄다.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이라는 비판이다. 하지만 궁금한 점은 대기업은 왜 알 수도 없는 재단에 800억원 이라는 거금을 출연했느냐는 점이다.

야당은 22일 ‘정경유착’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지난해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재선정 당시 기업체들이 미르재단 설립 기부금 납부 압박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에는 SK, 하이닉스, 롯데 등 대기업이 면세점 사업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던 상황이었다. 해당 기업들이 미르재단에 낸 기부금은 총 60억원에 이른다. 면세점 사업자 결정은 2015년 11월이었다. 미르재단은 한 달 전 급작스럽게 설립됐다.

송영길 의원은 “당시 면세점 사업 관련 기업의 제보자를 통해 ‘미르재단으로부터 기부금 할당이 떨어져서 안 낼 수가 없었다’고 들었다. 의심의 소지가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와 민주주의회복TF는 같은 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8월 정부가 담합 처분 건설사의 관급공사 입찰참가 제한 등을 사면할 당시 대기업이 포함된 건설업계는 20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약속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모금액은 고작 47억원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기업이 전경련에 갹출해 사회협력기금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름도 생소한 신생 재단에 1년 사회협력기금의 5배가 넘는 돈을 초단기에 출연한 점과 사면이라는 이익을 받고 약속한 공헌기금 이행액 규모를 비교해보면 이 두 재단 설립은 거역할 수 없는 ‘외부의 힘’이 작용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2014년부터 전경련이 제기했던 노동법 개정(쉬운 해고법 등)을 박근혜 정부가 대통령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대가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기금 출연을 압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언주 의원은 “지난해 10월 미르재단 설립과 올해 1월 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는 노동법 개정을 마무리를 위해 박근혜 정부가 힘썼던 때”라며 “이미 2014년부터 전경련이 쉬운 해고 등 관련 내용을 민원으로 제출하고 떠들어 대던 당시”라고 되새겼다.

이언주 의원은 “전경련은 민원으로 쉬운 해고를 주장했고 두 재단의 비상식적인 문건에도 불구하고 설립 승인이 된 것은 노동법 개정과 규제완화의 대가였다”며 “큰 틀에서 보면 대가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언주 의원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을 “정경유착의 산물”로 규정하고 “대기업 민원 집단인 전국경제인연합 해체”를 주장했다.

정부 여당은 펄쩍 뛰었다. 의혹이 제기되자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즉각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비방과 폭로로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이날 대정부 질문에 나선 황교안 총리는 “박근혜 정부 3년7개월 동안 ‘비선 실세’를 본 적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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