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방송업체 티브로드 이용자들이 티브로드에 비정규직 대량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집단 가입 해지 운동을 벌였다. 해고사태가 벌어진지 235일 째지만 티브로드는 이들과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티브로드 이용자들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티브로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를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악덕기업 티브로드를 가입자의 한 사람으로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수신료를 지불하며 케이블방송 티브로드의 돈벌이 수단에 동조할 수 없음을 천명한다"고 선언했다.

▲ 티브로드 이용자들이 9월22일 오전 서울 중구 티브로드 본사 앞에서 22명 해고자 복직 촉구 가입해지서 전달 기자회견을 열었다. ⓒ변백선 '노동과 세계' 기자

티브로드 이용자가 집단 가입해지 움직임에 돌입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달 25일 10명 남짓의 이용자가 동시에 가입해지에 나섰다.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조(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는 22일 전주, 시흥광명, 서울 지역의 티브로드 이용자 30여 명이 가입해지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북구 시민으로 티브로드 서비스를 이용했던 김일웅 정의당 강북구 지역위원장은 발언에 나서 "케이블 방송을 시청하는 권리를 보장하는 일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일과 결코 다르지 않다"면서 "올해 설 명절이 오기도 전에 거리로 쫓겨난 비정규 노동자들이 회사로 돌아갈 때까지 티브로드 상품을 이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3년 넘게 티브로드를 이용해 온 동대문구 주민 심명숙씨도 "가입해지 전화에 티브로드 본사가 하청업체 노동자 해고하고 이에 대한 책임 안지고 있으니 해지한다고 말했더니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면서 "소비자로서 티브로드 케이블 설치 노동자가 본사 직원이 아니란 것에 놀랐고 하청업체 계약을 해지해서 해고시키는 것에도 놀랐다"고 발언했다.

사회적 공기인 언론으로서 더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티브로드는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 전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사업자인 동시에 국내 최대 유선 방송사를 가지고 있는 복수 유선방송사업자(MSO)다.

노조는 정치권을 향해 오는 국정감사에 김재필 티브로드 대표이사의 증인채택을 요구해왔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김 대표이사의 채택을 합의했다. 대량 해고 사태를 통해 종합편성채널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서 공공성을 훼손했다는 것이 채택 근거다. 노조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방송사업자 허가 여부를 심사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티브로드에 재허가를 내줘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 2016년 6월7일 오전 9시 50분경 티브로드 노동자 2명이 한강대교 북단쪽 아치 구조물 위에 올라 '진짜 사장 티브로드가 해고자 문제 해결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고 농성에 들어갔다가 오후 5시 30분경 내려왔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노조는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환경노동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 등에도 태광그룹(티브로드 소유) 총수 일가 및 임원에 대한 증인채택을 요구했다.

법사위는 14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5년형을 선고받은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꼼수 병보석'으로 풀려났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 회장에 대한 증인채택을 논의 중이다. 정무위는 태광그룹이 지난해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타시스'에 77%의 일감을 몰아준 것 등과 관련해 이호진 회장, 이호진 회장의 부인 신유나씨 등에 대한 증인 채택을 논의 중이다. 김진억 희망연대노동조합 나눔연대국장은 "새누리당의 반대로 증인 채택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성근 티브로드 수석부지부장은 "정기국회를 앞두고 해고자들이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도 했었다. 이제 국회와 정부가 나설 차례"라면서 "국정감사로 이호진 회장이 구속되기 전에 이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말했다.

티브로드의 케이블방송 및 인터넷을 설치·수리하는 하청업체 노동자 51명은 업체 변경 과정에서 무더기로 해고당했다. 경기 광명·시흥의 한빛북부센터 28명은 지난 2월1일자로, 전주 전주기술센터 23명은 3월1일자로 해고됐다. 노조는 이를 원청의 노조탄압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이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티브로드를 상대로 직접고용 책임을 확인하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노조 가입률이 높은 업체에서만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티브로드는 직접 고용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어떤 대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

티브로드는 설치·수리 업무를 외주화한 이래 1년 단위로 하청업체와 계약을 갱신해왔다. 지난 2013년엔 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 및 임‧단협을 승계한다는 ‘원·하청 노사상생 협약’을 맺은 바 있다. 한빛북부센터와 전주기술센터는 고용 승계가 보장되지 않았다.

현재 원직복직을 두고 싸우는 해고자는 22명이다. 지난 2~3월 해고된 51명 중 10명은 한빛동부센터에 선별 고용돼 우선 복귀한 상황이다. 19명은 생계 문제로 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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