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한복을 입고 어른들은 차례를 지내고 성묘객들은 방송사 헬기를 향해 손을 흔들고 마당 앞에선 윷놀이가 벌어지며 손주들의 재롱에 할아버지 할머니는 웃음꽃이 핀다. 매년 명절 때마다 뉴스에서 보는 익숙한 장면들이다.

뉴스가 보여주지 않는 실제 농촌은 적막하고 쓸쓸하다. 길은 잡초로 우거지고 미처 따지 못한 단감과 호박은 썩어간다.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 적막한 동네에서 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는 자식들 제사지낼 때 편하라고 명절 당일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아무도 살지 않는 기와집과 돌담은 저절로 무너지고 동네엔 곡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자식들은 TV만 보다 불편한 잠자리에 들고, 손주들은 스마트폰만 쳐다보다 차에 올라탄다.

▲ KBS 1TV 추석 특집 ‘어머니의 집’의 한 장면. ⓒKBS
▲ KBS 1TV 추석 특집 ‘어머니의 집’의 한 장면. ⓒKBS
고향은 명절이 와도 사람이 그립다.

아이돌을 ‘갈아’ 만든 명절 특집 프로그램에 속에서 16일 밤 방송된 KBS 1TV 추석 특집 ‘어머니의 집’은 가장 현실적인 우리의 명절을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전남 영암군 송정마을에 사는 87세 임경순 어머니는 다섯 자식을 키우며 이곳에서만 70년을 살았다. 세월의 무게만금 굽은 등을 토닥거리며 할머니는 하염없이 자식들을 기다린다. 오랜만에 시끌벅적해진 마당에서 할머니는 분주하게 움직이며 자식들에게 줄 깨와 콩, 고추를 만진다.

치매를 앓고 있는 또 다른 어머니는 어서 남편 곁으로 가고 싶다고 말한다. 익숙해진 불편함과 외로움은 옆집 어머니들과의 ‘고독의 연대’로 이겨낸다. 고향집에 혼자 남은 어머니들은 60이 훌쩍 넘은 자식들을 바라보며 “자식은 봐도 늘 질리지가 않는다”고 말한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빈 집이 된 고향을 찾아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어머니의 손길이 느껴지는 장독대를 어루만지며 어머니를 추억하는 아들과 며느리의 모습은 아름답다.

자식을 기다리는 어머니, 그리고 자식을 떠나보낸 어머니의 모습을 차분하게 그려내며 고향과 가족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 ‘어머니의 집’은 11.6%(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지상파 프로그램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