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향한 편파 보도에 반발해 한국경제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한국경제가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기 위해 의도적으로 반론을 배제하고 사실관계를 취사선택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갑을오토텍 노조(금속노조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는 지난달 30일 박당희 갑을오토텍주식회사 대표이사를 포함한 이사 3인과 강아무개 한국경제신문(이하 한국경제) 기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허위사실 적시로 조합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 고소 취지다.

한국경제는 지난달 23일 "갑을오토텍 노조원 10%가 친인척 관계"라는 기사에서 노조 조합원 414명 가운데 44명이 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가 "노조가 비공식으로 특정인을 입사시켜 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기사는 이어 “취업 요청을 들어주지 않으면 노조가 실력행사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기 때문에 자리를 줄 수밖에 없다”는 해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 지난 8월23일 한국경제신문에 보도된 기사. 갑을오토텍 노조는 해당 기사를 쓴 기자와 갑을오토텍 이사 3인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노조는 위 보도가 사실 무근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와 조합원 모두 사측이 주장하는 말 또는 행동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비공식적으로 특정인을 입사시켜 달라고 요청하지 않으며, 취업요청을 들어주지 않으면 실력행사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사실이 없다"고 고소장에 밝혔다.

노조는 이를 노조의 파업 명분을 훼손하려는 사측의 악의적 제보라고 보고 있다. 이재헌 갑을오토텍 지회장은 지난 14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에 의거해 공개채용 절차를 지키라는 것 외에 그 어떤 개입도 하지 않았다"며 "대부분이 공개채용을 거쳐 뽑혔고 공채에 응시했으나 떨어진 사람이 더 많아 조합원들은 가족인 것을 불이익 조건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측 임원, 관리직 사원들의 가족도 마찬가지로 채용돼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가 "조합원이 사망하는 등 유고가 생기면 자녀가 일자리를 이어받는 ‘고용세습’도 벌어졌다고 갑을오토텍은 전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노조는 "돌아가신 조합원의 남은 가족 생계문제를 고려해 노조가 자녀채용 검토를 요구했고 회사가 산재신청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를 수용해 채용한 것"이라 반박했다.

허위사실 보도 논란과 관련해 강아무개 기자는 "고소장을 받지 못해 (관련해서)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문제가 된 부분은) 회사 관계자가 한 말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하나의 문제가 아냐… 노조 파업 이유도 왜곡 보도되고 있어"

노조는 한국경제 측의 '누적된 왜곡보도'가 고소에 나서게 된 배경이라는 입장이다. 이 지회장은 "노조는 한국경제의 보도행태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면서 "악의적 보도가 계속되면서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한국경제가 노조의 쟁의 행위의 명분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업의 본질은 '노조파괴 중단' 요구에 있는데 '임금 인상'만 부각시킨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부터 한국경제는 임금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노조가 농성에 돌입했다고 보도해왔다. 노조가 정문 앞 철야농성에 돌입한 7월8일, 한국경제는 "갑을오토텍 노동조합이 지난 8일 저녁 충남 아산 공장을 점거했다. 사측이 임금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는 7월25일 기사에서도 노조의 전면 파업 요구 사항을 △지난해 기본급 인상 요구안(15만9900원)과 올해 요구안(15만2050원) 함께 반영 △노조의 신입사원 채용 거부권 △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면책 등이라 보도하며 "노조원인 생산직 직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8400만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조는 '노사 합의 성실 이행'과 '단체협약 개악안 완전 철회'가 노조의 요구안이라고 성명서, 기자회견, 집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이 요구가 수용돼 사측의 신뢰가 확인된 후에야 2015~2016년 임금·단체협약 성실 교섭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 지난 7월11일 발표된 갑을오토텍 지회 입장문

갑을오토텍 사측은 ‘노조파괴용병’ 채용을 취소하고 퇴사조치를 할 것을 약속한 2015년 ‘6·23합의’ 및 ‘8·10합의’를 아직까지 이행하지 않았다. 노조파괴용병은 사측이 2014년 12월에 신규 채용한 직원 60여 명을 말한다. 이들 중 경찰 출신이 13명, 특전사 출신이 19명이다.

이들은 채용 후 사내 복수노조를 만들고 지난해 6월 갑을오토텍 노조의 합법 쟁의행위를 무력으로 막으면서 대규모 유혈 사태를 낳았다. 당시 언론은 "(갑을오토텍 노조원이) 20여명 넘게 다쳤고 8명이 입원했으며 1명은 중환자실에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이 '노조파괴 전략'의 일환임은 사측의 'Q-P 전략 시나리오 실행방안' 문건에서 확인된 바 있다. 갑을오토텍 노조파괴 계획이 담긴 'Q-P 전략 시나리오 실행방안'에는 "신규인원 충원(60명)하되 개별 접촉을 통해 필요인원을 사전에 확보하고 형식적 채용 절차를 거쳐 현장배치, 사전확보된 인원을 성향 및 대응력 정도에 따라 5등급을 분류해 각 등급마다 직책 및 임무 부여" "현장조합원들과 조합간부 분리 시도해 현장장악" "현장관리직은 유사 상황발생시 동료 및 조직적 대응(채증조, 채증보호조, 직접대응조, 간접대응조, 연락조로 구분)" 등이 명시돼있다. 이 문건은 최아무개 근로감독관이 지난해 4월23일 권아무개 노무부문이사에게서 압수수색한 자료다.

해당 내용은 갑을오토텍 노사 갈등을 다룬 한국경제 보도에서 언급된 적이 없다.

노사 협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경비 업무 외주화도 문제다. 경비보안 업무 외주화 문제가 불거진 2008년 갑을오토텍 노사는 '2008년 현안문제 관련 합의서'를 체결하고 "용역보안(경비)인력의 도입 필요 시 노사 간 협의(의결)를 거쳐 시행한다", "본 합의서는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고 합의한 바 있다.

사측은 합의를 어기고 지난해 12월 외주화를 강행했다. 이에 반발한 노조는 직접 회사 정문에 서서 경비업체 직원의 회사 진입을 막는 등 쟁의행위를 벌였다. 노조는 '노사 합의 준수'를 요구하며 지난 7월3일까지 하루 평균 20명씩 부분파업을 벌여왔다.

지난 7월8일 노조가 전면 파업과 공장 철야농성에 돌입한 또 다른 이유는 '사측의 불법대체인력 생산 투입 중단'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노조법 제43조는 노조의 파업 등에 대해 사용자가 대체인력 투입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체인력 투입 시 노조 단체행동권이 무용해지는 경우를 방어하기 위한 조항이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갑을오토텍 노사 갈등을 다룬 한국경제 보도에서 이 같은 내용은 언급된 적이 없다.

▲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와 민주노총,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 8월4일 충남 아산시 갑을오토텍에서 ‘갑을오토텍 노조파괴전략 문건 Q-P 전략 시나리오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문건을 공개했다. 사진=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노조 측에 확인 취재 없어… 한국경제 "보도자료 보고 반론 반영했다"

노조는 지난 2개월여 간 한국경제 보도 분석 결과 한국경제 소속 기자들의 기사에는 노조의 반론이 없거나 왜곡돼 실렸다고 주장했다.

17개 기사 중 3개 기사에 노조의 입장이 실렸으나 노조가 주장한 적 없는 내용이 직접 인용으로 보도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달 11일 기사에 보도된 "노조는 '회사 측 노조활동 방해 등 부당노동행위에 맞서기 위해 공장 점거 파업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분에 대해 이 지회장은 "조합원 확인 결과 한국경제 기자와 인터뷰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노조는 공장을 점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장점거 파업'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이 지회장은 '임금 인상 요구'에 대해서도 "노조는 지난 7월10일 교섭 자리에서 '회사 사정을 감안해 성실히 협의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고 지금까지 입장은 변함이 없는데 보도되고 있지 않다"며 "한국경제가 지적하는 15만 원 수준 기본급 인상분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자체 요구안이며 과거부터 계속 교섭자리에서 제시해 온 수준이다. 그러나 매번 타결된 금액은 물가인상 수준인 5만~6만 원 선"이라고 말했다.

▲ 2015년 6월18일 갑을오토텍 기업노조에 폭행당한 금속노조 조합원. 사진=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이에 대해 갑을오토텍 노조는 "단 한 번도 노조 측과 인터뷰를 하지 않았고 노조가 배포한 보도자료나 입장문은 전혀 참고되고 있지 않다"면서 "한국경제(극히 일부의 기자들이겠지만)는 편파적이고 왜곡된 내용을 보도함으로써 노동조합의 단결권, 단체행동권, 단체교섭권에 심각한 피해를 안겨줬을 뿐만 아니라, 허위사실로써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아무개 기자는 "노조의 보도자료가 있으니 확인하고 반론을 반영했다"면서 "노조는 (15만 원 수준의) 임금 인상 요구뿐만 아니라 노조의 신입사원 채용 거부권, 본인·가족 의료비 전액 지원, 장기근속자 부부 해외여행 제공(35년 이상 근속자금 25돈과 9박10일 부부해외여행 제공)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보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 2012년 8월, 갑을오토텍의 용역경비 투입으로 인해 긴장이 계속되는 충남 아산시 탕정면 갑을오토텍 공장 정문 앞에서 노조 가족대책위원회 가족들이 피켓을 들고 용역들과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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