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초등학생에서 야간당직기사로 일하는 오아무개(75)씨는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 추석 이야기를 꺼내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13일 오후4시30분부터 20일 오전8시30분까지 학교를 벗어나지 못하는 탓이다. 6박7일, 시간으로 따지면 160시간이다. 

오씨는 “명절 소식으로 온통 떠들썩한데 우리는 잠시도 학교를 벗어나지 못한다”며 “손주를 안아보기는커녕 차례도 못 지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씨는 “교대 근무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몇 시간이라도 학교 밖으로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6박7일을 연달아 일해도 임금은 더해지지 않는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에 따르면 야간당직기사들이 명절기간 근무를 하는 이유는 명절연휴기간이 ‘유급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을 해서 임금이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쉬게 되면 임금이 깎이는 구조다. 

이런 이유로 야간당직기사들은 “무급으로 쉬느니 차라리 힘들더라도 일하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교육청 등 교육행정당국이 “야간당직기사들이 스스로 연속근무를 희망한다”라며 야간당직기사들의 연속근무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책을 내놓고 있지 않는 이유다. 

▲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13일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야간당직기사의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사진=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오씨와 같은 야간당직기사는 약 8000명에 이른다. 학교 직원들의 출퇴근시간이 아닌 야간시간과 휴일에 학교 시설물과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는 업무를 한다. 학교의 야간 경비라고 생각하면 쉽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숨은 노동’이라 잘 알려지지 않았다. 

통상 평일 오후4시께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8시께 퇴근을 하고 주말은 금요일 오후4시께 출근해 월요일 오전8시께에 퇴근한다. 연휴에는 짧게는 3박4일, 길게는 일주일 이상 학교에서 지낸다. 연간으로 따지면 평균 6000시간이 넘는 초장기근무다. 오씨는 “빨간날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이렇게 일해서 손에 쥐는 월급은 100만원 남짓이다. 평일 16시간, 휴일 24시간을 일하지만 실제 임금이 지급되는 시간은 평일 4.5시간, 휴일 6시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씨의 임금은 106만인데 오씨는 “나는 그나마도 많은 받는 편”이라고 말했다. 따로 받는 수당 등은 없다. 

노동시간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임금의 이유는 야간당직기사가 감시단속직으로 분류된 탓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야간당직기사는 감시단속직이 아니다. 노동부훈령 제102호에 따르면 1일 12시간이내 근무인 경우나 다음날 온전한 휴일이 보장되는 24시간 격일제 근무인 경우만 감시단속직에 해당된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13일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간당직기사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2인 근무 교대제를 실시하고 △주1일 이상 유급휴일 보장과 △명절을 포함한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지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평균 연령 70세인 야간당직기사들의 연간 6000시간이 넘는 초장시간 근무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 권고가 나온 지도 2년이 넘었다”며 “하지만 교육당국과 정부 무대책으로 올해 추석에서 일주일 연속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 학교현실”이라고 꼬집었다. 

2014년 2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들의 노동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2인 이상의 근무자가 숙직과 일직을 교대로 근무하거나 격일제로 할 것 △급여수준을 인상을 위해 인건비 비중을 총용역비 대비 80%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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