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한 경찰서가 세월호 추모 집회에서 발생한 ‘소음’을 측정하는 등 엄정 관리한 경찰관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법치질서 확립을 위해 집회 소음을 적극 관리하겠다고 밝힌 이후 주요 집회 현장에서 소음 측정이 이뤄졌다. 그리고 세월호 추모집회까지도 소음 기준치를 측정하고 이를 관리한 경찰이 표창장까지 받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진주경찰서 경비교통과는 지난 9월 6일 '세월호 추모집회 관련 집회소음 엄정관리 유공자 표창수여 계획'이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 따르면 진주경찰서는 "세월호 추모집회 관련 주최 측의 확성기 이용 소음 기준치를 초과 부분에 대하여 소음유지, 중지명령 및 일시보관 경고 후 일시보관 조치한 집회시위 관리 유공자"에 대한 표창 계획을 세웠다. 표창 수여 대상자는 진주경찰서 경비작전과와 정보보안과 소속 경찰관 두명이다.

집회 소음 기준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시행령이 개정돼 75데시벨을 초과할 수 없도록 강화됐다. 학교나 병원, 공공기관을 포함해 상업 지역에서도 집회에서 발생한 주간 소음이 75데시벨을 초과할 경우 경찰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공문에 나온대로 경찰은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소음 기준치인 75데시벨을 넘는 것으로 나오자 기준치를 넘지 말라고 경고를 하고 확성기 사용 중지 명령을 내렸다. 또한 세월호 추모집회 주최 측이 사용한 확성기를 '일시보관', 즉 압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소음이 계속되자 일시보관 조치했다. 이같이 세월호 추모집회까지도 집회 소음 관리를 엄정하게 실시한 경찰관 두명을 표창수여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경찰이 소음 기준을 넘었다는 세월호 추모 집회는 진주시 대안동 '차없는 거리'에서 1년 넘게 일주일에 한번씩 열리는 집회를 말한다.

‘세월호 진실찾기’라는 이름으로 이 지역 시민들이 만든 모임은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이 되지 않았고 당시 세월호 특별법이 개정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한 목소리를 내겠다며 '차 없는 거리'에서 매주 토요일 촛불집회를 열었다.

진주경찰서는 세월호 추모집회 엄정관리가 표창 수여 근거라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듯 적극적인 해명을 내놨다.

경비교통과 관계자는 "지난 석달 동안 일주일에 한번하는 세월호 집회뿐 아니라 다른 집회까지 포함해서 이를 관리한 경찰관을 격려하는 차원이었다"면서 "공문 제목을 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상징적으로 하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으로 큰 의미를 두면 안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진주시 대안동 차없는 거리는 번화가여서 상인들의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세월호 추모 집회에서 소음 기준치를 초과해 협조를 요청해서 엠프라던지 사용을 안 하게끔 이격시킨 것이지 엠프를 차로 실어 강제로 일시보관 조치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경비 쪽 경찰관들이 정해진 근무시간 이외에서도 고생을 많이 해서 지도부 차원에서 표창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집회소음 관리를 엄격히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강 전 청장은 "소음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소음이 발생하면 소음 사용 중지 명령, 일시보관 조치 등을 통해 국민불편요소를 해소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 서울 중구 남대문로 SK빌딩 앞에서 열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조 주최 집회에서 소음이 기준치를 넘어서자 집회 측의 확성기를 일시보관을 조치한 일이 있었다. 경찰청은 일시보관 조치를 한 사례를 전국 지방청에 내려보내 교육자료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권영국 변호사는 14일 통화에서 "유공이라고 하는 것은 엄청난 자기 희생이나 노력이 투여돼 공로로 인정될 때 표현하는 것이지 경찰의 일상적인 직무수행에 대해 유공 표창을 수여하는 것 자체가 납득이 어렵다"며 "결국 정권 입맛에 맞는 직무수행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집회 소음 측정은 기본권과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며 "소음 측정이 기계적으로 이뤄지는데, 이는 집회는 하는 목적, 즉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변호사는 "이런 행위에 표창을 수여하는 건 집회 등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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