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8시32분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며 40여일 전 부산·울산 지역을 따라 퍼진 정체불명의 가스냄새가 다시 입길에 오르고 있다. 가스냄새가 한반도 내륙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의 전조현상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 지난 7월28일 민·관 합동조사단은 당시 가스냄새를 부취제와 공단악취로 추정 발표했다.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었지만, 반박도 어려웠다.

가스냄새가 지진의 전조현상이라는 주장에 아예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198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난 규모 6.9의 지진 당시 생존자가 지진이 일어나기 몇 주 전부터 강한 유황냄새를 맡았다고 방송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당시 지진전문가들은 유황냄새 또는 계란 썩는 악취를 통해 지진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UC버클리대 지질학과 앤드류 로슨 교수팀 역시 샌프란시스코 부근에서 지진 발생 수일 전 강한 유황냄새가 진동했다고 기록했다. 지진발생 전 광범위한 지역에서 황 성분 악취경험이 있었다는 샌프란시스코 사례와 가스냄새가 퍼지던 당시 울산지역 아황산가스 농도가 최고값 기준으로 주간평균보다 8배 높은 0.04ppm(한국환경공단 기준)이 측정된 사실에 연관성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홍태경 연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13일 CBS와 인터뷰에서 “지진이 발생했던 곳과 부산 간의 거리는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다”고 밝힌 뒤 “이번 지진이 있기까지 지속적으로 그런 현상(악취)이 계속 나타나지 않았다”며 가스냄새를 지진전조현상으로 연결 짓는 것은 성급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는 13일 ‘괴담’이 또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조현상인지, 괴담인지 여부는 과학자에게 맡기자. 지금 중요한 건 핵발전소 밀집지역에서 지진이 났다는, 바로 그 사실이다. 현재 한국사회는 지진에 대한 국민안전처의 구체적 정보나 대비책 없이 300만 명 넘는 인구가 핵 발전단지와 각종 화학물질 취급시설이 몰려있는 곳에 거주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진 발생 후 기다렸다는 듯 ‘원전은 안전하다’고 밝혔다.

▲ 한반도 지진 인터랙티브(1978~). 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권혜진 기자가 제작했다. 핵발전소가 밀집한 경남지역에 지진 빈도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팩트는 무엇일까. 지진 진앙지는 경주시 내남면으로 월성원전 및 방폐장과는 약 25km 거리에 불과한 곳이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매립된 경주 방폐장 부근에서 최근 30여 년 동안 38차례의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 7월 5일에도 울산 인근 해역에서 규모 5.0 지진이 일어났다. 영남지역 동해안 일대에는 양산단층과 울산단층이라는 지진가능성이 높은 활성단층이 분포하고 있다. 그리고 어젯밤,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 1~4호기는 수동 정지됐다.

고려사에는 150여회, 조선왕조실록에는 1500여회의 지진 기록이 남아 있다. 지질학계의 연구 결과 한반도에는 약 400년마다 규모 7 수준의 큰 지진이 발생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643년 울산과 1681년에 강원도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다고 나와 있다. 400년 뒤면 2040년대다. 

지진에 맞서고자 한다면 지금은 ‘괴담’을 차단하는 것보다 핵발전소 신규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노후 시설부터 시작해 가동 중 핵발전소를 폐쇄해 나가며 ‘대재앙’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한반도가 지진대임을 인정하고 내진설계 강화 등 안전정책의 전반적 재설계를 추진하는 동시에 핵발전소 폐쇄를 논의해야 한다. “이번 지진을 ‘자연의 경고’로 읽을지 말지는 인간에게 달려 있다.”(녹색당 13일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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