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흔들렸다. 경북 경주에서 역대 가장 강력한 규모의 지진이 일어나면서 한반도 전역이 흔들린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월전본부는 이날 월성원전 1~4기를 수동으로 중단시켰다.

규모 5.8은 기상청의 계기 지진 관측 이래 한반도에서 발생한 가장 큰 규모다. 국내 최고 롯데월드타워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됐고, 80층 높이의 고층 건물이 몰려있는 해운대 마린시티에서도 건물이 흔들렸다는 신고가 쏟아졌다.

언론들은 일제히 1면에서 이번 지진 소식을 비중있게 다뤘다. ‘지진 공포’가 현실화한 것이다.

13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제목 모음.

<경향신문 : 경주서 역대 최대 5.8 강진…월성원전 수동정지>
<국민일보 : 5.8 강진에…한반도가 흔들렸다>
<동아일보 : 북핵 해법 설전만115분 ‘빈손만남’>
<서울신문 : 경주 역대최강 5.8 지진…전국 공포>
<세계일보 : 경주서 규모 5.8 지진 관측 이래 가장 강력>
<조선일보 : 역대 최강 지진…월성原電 스톱>
<중앙일보 : 경주 강진, 서울도 흔들렸다>
<한겨레 : 온나라가 흔들렸다…‘지진 공포’ 현실로>
<한국일보 : 규모 5.8 지진, 한반도를 흔들다>

이번 지진은 왜? “7.0도 발생할 수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 이윤수 박사는 조선일보에 “이번 지진은 간단하게 한반도 서쪽에 있는 지각판인 인도판과 동쪽의 태평양판이 서로 부딪히면서 일어났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지구는 액체 상태의 맨틀 위로 거대한 땅덩어리인 지각판들이 서로 맞닿아있는 형태”라며 “양쪽에서 지각판이 밀어붙이면 가운데 약한 곳이 아래위로 엇갈릴 수밖에 없다. 그곳이 바로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 있는 모량단층과 보령단층”이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 13일자 2면.
단층은 외부의 힘을 받은 땅덩어리가 두 조각으로 끊어져 어긋난 것을 말하는데, 이번 지진은 동쪽의 땅덩어리가 단층에서 서쪽 땅덩어리 위로 올라오면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선창국 지질연 지진재해연구실장은 “지진은 과거에 지진이 발생했던 기록이 있는 지역에서 다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번에 지진을 일으킨 양산단층의 경우 언제든지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활성화된 단층”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의 분석으로는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큰 지진은 리히터 규모 6.5 정도이고 일부 학자들은 7.0도 발생할 수 있다고 여겼다”며 “다만 언제 어느 곳에서 지진이 발생할지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대 규모 지진이 北 핵실험 때문?

이례적인 지진으로 국민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북한의 핵실험이 지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일부 분석도 있다.

변지석 국민안전처 재난보험과장은 동아일보에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지표 밑으로 충격파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일보는 “인공지진도 주변 지각에 영향을 미치지만 물리적으로 거리가 너무 멀다. 풍계리에서 경주까지 직선거리는 590km가 넘는다”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 국민일보 13일치 2면.
이호준 삼성방재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거리가 굉장히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북한 핵실험에 따른 인공지진이 영향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북한 인공지진의 진원 깊이는 700m에 불과했지만 경주에서 발생한 자연지진은 지표면 10km 아래에서 단층 활동으로 발생했다”며 “단층 위치 등으로 미뤄봤을 때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드러난 정부의 무능

국민이 공포에 떨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무능을 다시 드러냈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지진 발생 이후 접속이 불가능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12일 오후 8시30분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에 들어갈 수 없었다.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스템 점검 작업으로 인해 현재 웹서비스가 중단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안내문만 걸려 있었다.

경향신문이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을 거쳐 확인했더니, 안전처 홈페이지는 오후 8시23분 접속 불가 상태에 들어간 이후 일시 회복됐다가 8시30분 이후 먹통이 됐다. 

이 의원은 “국민안전처가 대형재난에 접속자 폭주조차 막지 못한 채 먹통이 됐다는 것은 국제적 망신거리”라고 비판했다.

▲ 경향신문 13일자 3면.
중앙일보는 “경북 경주시에서 발생한 강진의 진동을 서울에서도 느낄 정도였지만 국민안전처는 국민에게 신속히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폭염이나 태풍 때는 수시로 보내던 문자메시지 한 통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국민안전처는 경주시의 진앙으로부터 반경 120km 지역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며 “이 문자를 받지 못한 다른 지역 국민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지진 발생 즉시 방송국에 재난방송을 요청했고 지진 발생 8분 뒤인 오후 7시52분 반경 120km에 해당하는 지자체 주민에게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며 “홈페이지 불통은 접속자 폭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월성 1~4호기 수동 정지
“연쇄적 영향 받을 수 있다”

언론의 관심은 원자력발전소에 쏠린다. 

한수원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한 곳과 인접한 월성원전을 제외하고 고리, 한울, 한빛 등 전국 원전은 정상작동 중이다. 한국일보는 “경주 방폐장에도 지진에 따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국내 원전들은 특정 부지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원전 밀집 지역과 가까운 곳에서 강진이 발생하거나 원전 1기에 문제가 발생하면 같은 부지 내 다른 원전까지 확산될 우려가 크다.

▲ 한국일보 13일치 4면.
한국일보는 “같은 부지 내에 있는 원전들은 일부 설비를 공유하기 때문에 연쇄적으로 영향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이번 지진이 발생한 곳과 27km 거리인 월성원전 본부에는 월성 1~4호기와 신월성 1, 2호기 등 총 6기가 가동되고 있고 멀지 않은 부산의 고리 원전 본부에는 더 많은 원전이 있다. 고리 1~4호기, 신고리 1~4호기, 최근 건설이 허가된 신고리 5, 6호기까지 포함하면 무려 10기다.

한겨레는 “경주 등 한반도 동남부 일대는 단층대가 가장 많은 곳이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건설예정 원전까지 합하면 모두 16기가 집중돼 있는 부산‧울산‧경주 지역에는 60여개의 활성단층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고 밝혔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 교수는 “역사서에는 17세기 이 지역에서 규모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던 기록이 있는 것을 고려하면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지진의 규모는 7.4까지 커진다. 현재 6.3~6.9로 돼 있는 원전의 내진설계 기준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선동 벌이는 ‘안보 장사꾼’들

새누리당의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의원모임’(약칭 핵포럼) 소속 의원들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을 초청하고는 핵무장론 주장을 펼쳤다. “독자적 핵능력을 포함한 실질적 대응 방법 강구”, “우선적으로 미국의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추진” 등의 주장이다.

▲ 국민일보 13일치 5면.
여권발 ‘핵무장론’에 대해 국민일보는 “북핵 실험으로 안보 이슈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지지층인 보수 세력을 끌어안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며 “특히 한 자릿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여권 잠룡들은 ‘안보의식이 강한 여권 주자’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해석은 “한국이 미국 주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해 있어 자체 핵무장은 실현 가능성이 낮고, 전술핵 재배치 역시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의 반발이 커 동아시아 안보 긴장을 더 높일 수 있다”(국민일보)는 현실론에서 기인한다.

▲ 조선일보 13일자 김대중 칼럼.
문제는 언론이다. 정치권을 선동하며 위기를 조장한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13일 칼럼 “NPT 탈퇴하고 조건부 핵무장으로”에서 “대한민국은 이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북한의 핵포기를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핵무장으로 갈 것을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과 정부는 이를 전 세계를 상대로 천명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며 “이제까지의 핵무장론이 이른바 ‘공포의 균형’을 앞세운 위협론으로, 또는 북한의 핵개발 속도를 억제하기 위한 견제용으로 제기된 것이라면 이 시점에서의 핵무장론은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핵을 가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것을 내려놓거나 내려놔야 할지 모른다”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면 그럴 수밖에 없다. 가만히 있으면 우리는 북핵의 노예로 살아야 한다. ‘많은 것을 내려 놓는 한이 있어도 우리의 목숨까지 내려놓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이충재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북핵에 ‘핵 맞짱’이 해답인가”라는 칼럼에서 “보수진영에서 주장하는 핵 무장론은 미국 등 서방세계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으로 비현실적”이라며 “대안으로 거론되는 전술핵 재배치 역시 비핵화 원칙의 포기이며 이는 일본 등 동북아 지역의 ‘핵 도미노’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현실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전시작전권 환수에 기를 쓰고 반대해놓고 이제 와서 우리의 독자적 무장과 작전에 목소리를 높이는 보수세력의 태도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군사적 타개나 경제적 제재로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면 프레임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결국은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큰 틀의 포괄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밝혔다.

▲ 한국일보 13일자 이충재 칼럼.
동아일보에 ‘백남기 청문회’는 “이벤트식 공방”

뉴스를 심심하게 만들고 정치 혐오를 부추기게 하는 좋은 방법은 ‘공방 처리’다. 사안에 대한 여야의 대립을 기계적으로 나열하면서 ‘정쟁’으로 축소하면 독자들은 실증을 내고 뉴스의 가치는 떨어지기 쉽다.

13일자 동아일보가 대표적인데, 전날 국회 안전행정위에서 열린 ‘백남기 청문회’에 대해 이 신문은 “여야는 재발 방지책을 내놓기는커녕 이벤트식 공방만 벌이다 허무하게 끝냈다”고 보도했다. 거짓 해명을 하거나 답변을 회피하는 경찰, 이를 두둔하는 새누리당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은 채 ‘공방 처리’한 것이다.

주목할 만한 기사는 한겨레에 있었다. 한겨레는 13일치 10면에서 백남기 청문회를 비중있게 다뤘다.

▲ 동아일보 13일자 12면.
한겨레는 “12일 청문회의 최대 쟁점은 경찰의 ‘살수차’ 운용의 불법성 여부와 위험성, 그 자체였다”며 “직사살수를 하는 경우 시위참가자의 가슴 이하 부분을 겨냥해야 한다는 살수차 운용지침에도 불구하고 관련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살수차 운용자들이 사실상 ‘깜깜이 살수’를 했다는 지적 △백씨가 쓰러지기 전 ‘경찰이 경고살수와 곡사살수를 했다’는 보고와 달리 처음부터 직사살수가 이뤄졌다는 주장 △경찰이 국회 제출한 ‘살수차사용 결과보고서’가 사후에 짜맞추기식으로 작성됐다는 의혹 △시위대를 적으로 상정한 경찰의 대응 등을 조목조목 짚었다.

한겨레는 10면 하단 박스 기사에서는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나온 전산유체역학 전문가 노아무개씨의 견해를 토대로 “당시 백남기 농민을 향해 쏜 수압이 15바(bar)라고 하는데 이는 50층 건물 꼭대기, 150m 높이까지 물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수압”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 한겨레 13일자 기획 10면.
노씨는 “제일 큰 상용차 엔진을 돌릴 수 있는 힘보다 더 큰 위력으로 딱딱한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것”이라고도 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경찰은 청문회에서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살수차를 운용한 경찰관들은 신변보호를 이유로 가림막 뒤에 숨었다.(중략) 정보기관원도 아니고 공개적으로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관이 가림막 뒤에 숨는 일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불법행위가 없었다면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경찰은 해당 사건의 자체 조사보고서 제출도 거부했다. 청문회가 열리는 하루만 버티면 그만이라고 여긴 듯하다. 하지만 곧 국정감사가 다가온다”고 비판했다.

검찰, 우병우 아들 ‘꽃보직’ 의혹
경찰청‧서울경찰청 추가 압수수색

검찰 특별수사팀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49)의 아들 우아무개 수경(24)의 ‘꽃보직’ 특혜의혹과 관련해 서울경찰청 등을 12일 추가 압수수색했다.

경향신문은 “수사팀이 우 수경의 복무 과정이 일부 정상적이지 않다는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에도 경찰(서울청)을 압수수색했는데, 당시에는 검사와 수사관이 필요한 자료를 받아가는 임의제출 형식이었다. 

▲ 경향신문 13일치 8면.
이번에는 수사팀 여러명이 의경계 PC와 캐비닛 등을 샅샅이 뒤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추석 기간에는 자료 분석에 집중하고 연휴 이후 핵심 관계자들을 부를 계획이다.

이번 수사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이 아들의 ‘꽃보직’ 특혜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검찰에 수사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경향신문은 “검찰은 이를 추적하던 중 우 수경이 현재 보직에서 근무하게 된 배경 등 석연찮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강조했다.

우 수경은 지난해 2월 의경으로 입대해 4월 서울청사 경비대에 배치됐지만 석달도 지나지 않은 7월 서울청 경비부장(현 서울청 차장) 운전병으로 전출돼 논란이 일었다.

이 감찰관의 정보 누설 혐의와 관련, 검찰은 이 감찰과 우 수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 조선일보 이아무개 기자의 휴대전화 분석을 통해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겨레가 밝혔다. 

해당 기자는 검찰의 출석요구에 불응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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