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회담은 영수회담이라기보다 대통령의 안보교육, 안보강의에 가까웠다”

9월12일 오후 2시부터 1시간55분가량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3당 대표 간의 영수회담에 대한 윤관석 더민주 수석대변인의 총평이다. 윤 대변인은 회동 이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한마디로 만사불통이었다. 다시 한 번 소통의 높은 벽을 느꼈다. 안보와 민생, 국민통합을 3당 대표가 논의하는 자리라기보다는 대통령의 안보강의를 전달하는 자리에 가까웠다”고 밝혔다. 

이런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박 대통령이 추미애 더민주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여러 가지 문제를 수용하지 않거나 답하지 않으며 안보문제에 관한 야당의 양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여야 3당 대표와) 회동을 계기로 안보에 대해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고 북한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갖는 우리의 합의된 강력한 의지가 담긴 회동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의 성격을 안보문제에 대한 논의로 국한시킨 것이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회동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사드에 대해 대통령께서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 이렇게 다그치듯 물었고, 저한테도 똑같이 물으셨다”며 “저는 이 사안은 군사사안이 아니고 본질은 외교사안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미국입장에서 지정학적으로 폴란드와 체코가 모두 중요한데 폴란드는 사드를 수용했고 체코는 사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다고 해도 사드를 받아들이기도 하고 거절하기도 한다”며 “사드는 이처럼 동맹의 본질이 아니며 북핵을 막는데 백해무익한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3당 대표가 12일 오후 회동 중이다. (왼쪽부터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추미애 더민주 대표, 박근혜 대통령,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사진=청와대
더민주 측에 따르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회동 마지막에 “추석 전이고 하니 안보문제, 사드문제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윤관석 대변인은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초당적 협력을 하겠지만 사드문제는 당마다 입장이 다른데 한목소리를 낸다거나 합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토론이 있었다”고 말했다. 추미애 대표 역시 “마지막에 합의하자는 제안이 있었는데 데 강요된 합의는 있을 수 없다고 박지원 원내대표와 제가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병우 민정수석 관련 문제다. 추미애 대표는 “권력중심부에서 일어나는 부정부패와 인사부실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실망했다”며 우 수석 문제를 거론했고, 박지원 위원장도 “우병우 수석 해임으로 정치 정상화의 신호탄 올리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관석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우병우 수석 문제는 수사 중이라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추 대표와 박 위원장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기간 보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세월호 인양 후 특별조사위가 활동할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지시해 주셔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법적, 사회적 부담이 있다”며 “국회에 논의할 문제”라고 직접적인 답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서는 위안부 문제도 거론됐다. 추 대표는 “대통령도 여성이고 저도 여성이니 같은 여성으로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겪는 무거운 고통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재협상해야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다. 소녀상 철거도 논란이 많은데, 대통령이 아닌 건 아니라고 분명히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성과를 가지고 합의했는데 일본이 사실과 아닌 언론플레이를 한다”며 일본을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현안에 대해서도 이견만 확인했다. 더민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추 대표가 요구한 법인세 정상화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감소추세인데 우리나라 정상화 올리면 고용과 투자 부담이 간다”고,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양적으로 증가하지만 질적으로 좋아지고 있다”고 답변했다.

추미애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관료들에게 민생에 대한 절박함이 부족해보였고 경제부총리의 인식도 부족해보였다. 한진해운을 단순히 구조조정 문제로 본다거나 가계부채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 서민이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가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있다”며 “비서실장이 대통령 의 스케줄을 이유로 끝내기를 바라서 제가 그 자리에서는 사드문제로 마무리 말씀을 드렸지만 자주 만나서 민생 현안을 제대로 전달해야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이 하고싶은 말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관석 더민주 대변인은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들며 시종일관 사드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줄 것을 요구했다. 압박으로 느낄 정도였다”며 “(반면) 야당이 제기한 민생, 국정실패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외면했다. 결론적으로 민생의 열쇠는 찾을 길이 없었고 소통의 높은 벽만을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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