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국내에서 갤럭시노트7 폭발 사례가 알려졌다. 9월1일, 삼성전자는 국내외서 총 35건의 폭발사례를 접수했다. 2일, 갤럭시노트7 전량교환조치(리콜)에 나섰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8일 갤럭시노트7의 항공기 내 사용 자제를 권고했고 9일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갤럭시노트7의 사용·충전 금지를 권고했다. 그러자 삼성전자는 10일 전 세계 소비자에게 갤럭시노트7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스마트폰이 세계적으로 사용중단조치에 직면한 초유의 사태다.
한국의 주류언론은 갤럭시노트7 리콜을 삼성의 ‘통 큰 결단’ 쯤으로 묘사하고 있다. 삼성은 출시된 스마트폰 250만개를 전부 리콜한다고 밝혔다. 삼성SDI 배터리에서 결함이 발견됐다는 이유다. 현재 갤럭시노트7 사용 중지 권고가 내려진 국가는 미국 한국 캐나다 대만 멕시코 호주 등 10개국이다. 리콜이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언론은 임시 대여폰이 지급되는데 추가 부담 비용은 없다고 전하며 “고객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삼성전자 측 해명을 비중 있게 전달했다.
한국경제의 경우 “1조~2조원에 달하는 예상 손실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신뢰를 위해 250만대 전량 교환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미디어로부터 호평 받았다”(12일)고 보도했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날 수 있었던 폭발의 가해자인 삼성전자에 대한 비판을 최소화하고, 리콜 조치는 당연한 조치임에도 마치 삼성전자가 결단을 내린 것처럼 긍정적으로 묘사했다. 1조~2조원 예산 손실도 과장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리콜제품의 부품 일부는 리퍼 등으로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는 미국정부 조치를 두고 “외국 기업 제품 리콜에 대한 과도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갤럭시노트7이 자발적으로 리콜을 했지만 미국정부가 삼성을 때리며 애플을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뉘앙스의 보도는 현재 수십여 곳의 언론사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기정사실화됐다. 이 주장이 성립하려면 미국정부를 제외한 곳에선 한국 언론이 말하는 ‘과도한 대응’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일본 국토교통성도, 아랍에미리트(UAE) 항공당국도, 태국·싱가포르·호주·대만·북유럽 스칸디나비아항공 등에서도 갤럭시노트7의 기내 사용과 충전을 금지했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갑자기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지 않는 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안전문제에 따른 당연한 조치를 보호무역주의 피해로 포장해 삼성전자를 ‘피해자’로 만들었을 때, 가장 이득을 보는 곳은 당연하게도 삼성전자다.
경향신문은 12일 사설에서 “미 연방항공청의 최초 사용중지 권고 때만 해도 기내에서 충전해도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삼성의 설명을 무한 반복했던 게 국토부”라며 “단언컨대 미국에서 문제제기가 없었다면 삼성 편을 들어 아무런 안전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보다 더 빠르게 대처하는 미국 정부를 바라보는 시민의 심정은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한국 언론에도 해당된다. 대다수의 한국 언론은 삼성의 해명이 나올 때까지 기사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는 12일 “갤럭시노트7 리콜로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