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을 쓰러뜨린 경찰의 물대포가 살인적인 수준이었다는 증거가 쏟아지고 있다. 백 농민이 쓰러진 직후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는 단순 외상이 아니라고 증언했고, 경찰의 물대포 비공개 시연 현장에선 물대포의 살인적 위력이 재확인됐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인권위로부터 제출받은 “11.14. 물포 피해 농민사건 기초조사 보고”자료에는 사고 이틀 후인 16일 백남기 농민 수술을 집도했던 서울대 병원 백모 과장의 면담 내용이 담겼다.

면담에서 백 과장은 "함몰 부위를 살펴볼 때 단순 외상이 아니라 높은 곳에서 떨어진 사람에게 나타나는 임상적 소견이며, 그냥 서 있다가 넘어질 때 생기는 상처와는 전혀 다르다"고 증언했다. 물대포의 위력이 얼마나 강했으면 단순히 넘어져서 생긴 함몰이 아니라 높은 곳에서 떨어져 생긴 함몰로 보인다는 의학적 소견이다.

인권위 자료에서는 경찰의 노인 구호 규정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살수차 운용지침’에는 부상자에 대한 구호의무와 ‘인권보호경찰관 직무규칙’에는 ‘물리력을 사용할 때 장애인, 노약자, 아동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이행조치 규정돼 있는데 경찰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집회 이전에 구급차량 배치, 사전교육 조치 이외에 사후에 백남기 농민에 대한 구급활동 내역이 전혀 없었다고 답변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경비계에서 기안한 “11.14. 민중총궐기 경비대책서” 문서에 따르면 물대포 직사 및 혼합 살수를 하기 전 서울청장에게 보고 후에 사용하도록 했고, 사전 경고 방송 시 ‘어린이・장애인・여성・노인 ・기자는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것을 고지’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홀로 차벽 앞에 섰을 때 누구 하나 이동을 고지하거나 보호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노약자를 사전에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노인 1명이 거대한 차벽에 연결된 밧줄을 잡아당겼다고 해서 무차별적으로 물대포를 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사진=민중의소리

박 의원은 "건장한 청년도 아니고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노인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는데 아직까지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사과 한마디 없는 이 국가가 과연 민주주의 국가인가. 청문회를 통해 반드시 그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이 지난 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비공개 물대포 위력을 시연한 현장에서도 물대포의 위력이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해 기자들에 공개해 물대포 시연을 한 적은 있지만 표적 없이 진행해 기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기자단은 표적지나 마네킹을 세워두고 rpm에 따른 충격을 시험해 볼 것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거부했다.

그리고 이번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비공개 시연회에서는 표적을 세우고 진행했는데 3초도 채 되지 않아 표적이 쓰러졌다.

jtbc 보도에 따르면 물대포를 맞은 표적은 3초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jtbc는 "시연은 지난해 11월 집회에서 경찰이 농민 백남기 씨에게 물대포를 쏠 때와 같은 강도, 같은 조건으로 이뤄졌다. 표적을 세워 물대포 위력을 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경찰은 안전을 위한 물대포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논란은 여전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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