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교육 재정 위기론에 불이 붙었다. 이 상황에서 누리과정 같은 대통령 공약 사업을 실시하기 위해 지방에 교육 부담을 떠넘기면서 재정 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지난 8일 ‘위기의 지방교육 재정, 공개와 참여에서 길을 찾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방 교육 재정의 위기를 전제로 투명한 재정 공개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경제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날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현재 지방교육재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재정 현황 공개를 통해 현 상황에 대한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한 재정 자치와 재정 민주주의 전제는 투명한 공개와 자유로운 참여가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다.

특히 최근 누리과정에 투입되는 예산의 급증으로 지방교육 재정이 심각해졌다는 분석이다. 정 소장에 따르면 현재 시도 교육청 중 재정위기 사전경보 시스템의 모니터링 ‘주의’ 기준에 해당하는 예산대비 채무비율에 근접한 지자체가 늘었다. 전체 채무액이 아닌 지방교육채만 채무액으로 잡았음에도 경기도교육청(20.6%), 대구광역시 교육청(19.5%), 전라남도 교육청(19.3%) 등은 이미 주의 기준에 상당히 근접한 상황이라는 것.

▲ '위기의 지방교육재정, 공개와 참여에서 길을 찾다' 토론회가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진=차현아 기자.
정 소장은 여기에 최근 각 시도교육청의 지방교육채 발행이 늘고 있고 재정위기단체 지정 기준에 해당하는 채무개념인 민자투자사업 원리금 상환에 대한 내역이 빠져있어 실제로 교육청들이 감당해야 할 채무액은 더욱 커질 것으로 봤다.

특히 올해 개정된 지방재정법 시행령에 따르면 2019년부터는 민자투자사업 사업 시행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금액도 재정위기단체 지정 기준에 해당하는 채무로 포함되기 때문에 2019년 1월1일을 기점으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모두가 재정위기관리단체로 지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소장 주장과 같은 맥락으로 불거진 한 사례는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찜통더위’ 문제다. 80년만에 사상 초유의 더위가 찾아왔는데도 전국 초중고 교실에서는 전기료 부담 때문에 에어콘도 제대로 틀지 못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초중고교의 23%가 냉방 기준 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설정해 틀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 이유에는 지방교육재정 회계 자체의 문제가 있었다. 국회에서는 이미 2014년 예산 편성할 때 일선 학교의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1000억원의 금액을 초중고에 지원할 것을 예산 심사 당시 의견으로 제시했고, 실제로 시도교육청 보통교부금이 증액돼 예산이 편성됐다. 교육부는 당시 증액된 금액만큼을 냉난방 비용으로 편성하도록 요청했다.

그러나 정작 시도교육청에서는 누리과정 예산 부담이 크게 증가하면서 다른 운영비용을 크게 줄이고 있는 상황이었고, 일선 학교에서는 전기요금으로 편성한 예산이 오히려 전년 대비 313억원 줄어들었다.

이러한 상황은 누리과정 예산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기댈 것이 아니라 정부 예산 자체에 누리과정 지원금을 편성해야 한다는 야당 및 시도교육청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정부가 시도교육청에 지급하는 교부금은 전체 지방교육예산의 70% 정도를 차지하며 누리과정 이외에도 시설 개선 등 다양한 재정 용도로 사용한다. 용도 배정은 시도교육청의 자율이다. 누리과정이 도입되고 이와 관련한 재정을 투입하려면 학교 냉방비 등 다른 예산을 빼서 지원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는 것이 누리과정에 반대하는 일부 시도교육청 측의 입장이다.

한만중 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 역시 “국회에서 이번 추경 편성안이 통과됐을 때 ‘우회지원’이라는 말이 나왔다. 정부여당 입장은 누리과정 형태로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고 야당 측은 어린이집까지 시도교육청에서 지원을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각 학교 유해 우레탄 트렉 철거 비용을 추가 반영하면서 2000억원을 사실상 누리과정 예산을 정부가 우회 지원한 셈”이라고 짚었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예산안에는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는 대신 각 시도교육청에 지원하는 교부금을 쪼개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할 예정이다. 특별회계로 지원된 예산은 누리과정과 초등돌봄교실 등 특정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시도교육청에 강제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도록 한 셈이다. 강원·경기·전북교육청 등은 반발하고 아예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해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현재 누리과정으로 인해 증가한 14조6000억원의 부채 때문에 교육에 투자해야 할 것들이 제대로 투입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비율을 20.27%에서 추가로 올리는 방안과 함께 투명한 재정공개를 통해 재정 상황에 신뢰성을 회복하고 재정 문제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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