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민실위(민주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는 아파트 경비실에 놓고 간 중국집 전단지와 다를 바 없다.” 

지난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조능희 본부장)가 발행한 민실위 보고서를 훼손했던 최기화 MBC 보도국장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노동위원회 심문 과정에서 나온 사측의 답변 내용이다. 

최 국장은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노동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예컨대 아파트 경비실 등에 비치된 광고 전단지를 주민이나 경비원이 수거해 폐기할 수 있는 처분권이 주어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라며 보도국장이 민실위 보고서를 폐기한 행위는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최 국장은 지난해 9월9일 언론노조 MBC본부가 발행한 민실위 보고서 수십 장을 뭉치째 찢어 보도국 쓰레기통에 버렸다. 보도국 내 유인물이 비치된 캐비닛이 민실위 보고서를 올려놓는 공간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관련기사 : 지노위 “최기화 MBC 보도국장 부당노동행위”)

지난해 9월9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발행한 민실위 보고서.
중앙노동위원회 심판위원회는 지난 7월27일 판정회의에서 최 국장의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신청 대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 2심 판정을 확정했다. 중노위는 지노위 1심 판정에서 기각됐던 최 국장의 민실위 보고서 훼손 행위를 포함해 민실위 취재 불응·접촉 보고 지시 등 모두 부당노동행위임을 인정했다. 최 국장과 사측의 재심 신청은 전부 기각됐다. 

중앙노동위원회 판정문에 따르면 최 국장은 민실위 보고서를 찢어 버린 후 보도국 편집회의에서도 기자들에게 “취재 및 보도 관련한 사항에 대해선 민실위 간사의 전화에 응대하지 말고, 전화 통화할 경우 통화 내용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중노위는 최 국장이 민실위 보고서를 훼손한 행위와 민실위 취재 불응, 접촉 보고 지시 등 모두 노조의 정당한 활동을 통제하고 운영에 대한 지배·개입할 목적으로 이뤄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중노위는 “다수의 직원이 보는 가운데 민실위 보고서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린 행위 자체가 노조 혐오 및 노조활동에 대한 강한 부정의 의사표시로 볼 수 있다”며 “노조의 조합 활동에 대한 혐오를 보여주는 이 같은 행위는 향후 직원들의 자유로운 노조 가입 및 제반 활동에 제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기화 MBC 보도국장(왼쪽)은 지난해 6월 한국언론인연합회가 선정하는 ‘참언론인대상’을 받았다. 사진=한국언론인연합회
최 국장의 민실위 취재 불응과 접촉 보고 지시에 대해선 “노조의 정당한 조합 활동으로 볼 수 있는 민실위 보고서 발행과 이를 위한 취재 활동을 방해하고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노조의 자유롭고 독립적인 민실위 보고서 발행과 취재 활동이 제한될 위험이 있는 등 사용자의 정당한 업무 지시와 지휘 감독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밝혔다.

중노위는 노조의 민실위 보고서 발행과 취재 활동에 대해서도 “노조를 포함해 모든 국민은 공영방송의 뉴스 보도에 대해 비평할 수 있고, 민실위 활동은 오랜 기간 노조의 핵심적 활동으로 이미 근로조건화돼 규범적 효력이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노조 민실위의 공정방송 모니터링 활동은 근로조건이나 노조의 단결 강화 활동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어 보고서 발행과 취재 활동은 정당한 조합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8일 발행한 특보에서 “최 국장의 부당노동행위 논란은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 끝날 일을 이를 거부해 사측이 얻은 것은 현행법 위반과 부당노동행위자란 낙인뿐”이라며 “지금이라도 최 국장과 사측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재발 방지 약속하라. 또 민실위 활동을 제대로 보장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관련 기사 : MBC ‘욕설 국장’의 믿을 수 없는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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