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MBC가 2012년부터 2016년 6월까지 4년6개월간 소송비용으로 48억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국세청이 집계한 2014년도 연말정산 대상자 1618만 명 중 중위소득 노동자 월급은 191만원. 중위소득 노동자 210명의 연봉(48억1320만원)을 소송으로 쓴 셈이다. 소송비용의 상당수는 사내 노동조합 또는 자사를 비판하는 언론사를 상대로 쓰였는데, 대부분 패소하고 있다. MBC 경영진은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위한 입막음 소송을 남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명길 의원실이 MBC의 관리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MBC는 170일 파업이 벌어진 2012년 이후 4년6개월간의 소송비용 48억 원 중 41%에 해당하는 19억9000만원을 노동조합과의 소송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변호사 비용은 16억5000만원을 차지했다. MBC는 이 기간 동안 250건의 심급별(1·2·3심) 사건 소송을 진행했는데 노조와의 심급별 소송 수는 66건이었다. 승률은 어땠을까.

▲ 서울 상암동 MBC사옥. ⓒ이치열 기자
MBC 부당해고 및 징계 관련 소송에서 현재 재판결과가 나온 29건 중 노동조합측이 승소한 재판은 27건으로 나타났다. 압도적으로 노조 승률이 높다. 부당해고와 징계에 따른 체불임금과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MBC 경영진이 지불해야 할 비용은 훨씬 더 커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명길 더민주 의원은 “MBC 경영진이 직원들에 대한 근거 없는 해고와 부당징계로 패소를 거듭하며 회삿돈을 탕진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MBC는 노조와의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 힘을 쏟은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노조를 대상으로 한 사건별 소송비용은 5686만원이었던 반면 노조 외 사건별 소송비용은 2266만원으로 나타나 격차를 보였다. 심급별 건당 소송비용도 노조대상 소송비용은 3015만원인데 반해 노조 외 소송비용은 1527만원으로 역시 두 배 차이를 보였다. 올해 초 논란이 됐던 ‘백종문 녹취록’ 파문 당시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은 한 극우인터넷매체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소송비용이 얼마든, 변호사가 몇 명이, 수십 명이 들어가든 내 알바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최명길 의원실은 노조관련 소송 판결문을 통해 확인한 MBC 사측 대리 변호인 중 대법관 출신 4명, 서울고등법원장 출신 1명, 서울중앙지법원장 출신 1명,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3명,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출신 1명 등 이른바 ‘전관예우’를 받을 수 있는 고위급 법관 검찰 출신이 11명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역시 승소를 위해 신경을 썼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MBC노조관계자는 “파업 이후 회사가 노조와의 전면전에 돌입하며 사내 법무팀과 노무팀 인력을 크게 늘렸다”고 밝혔다.

소송건수도 25건(2012년)→28건(2013년)→70건(2014년)→81건(2015년)→46건(2016년6월 기준)으로 매해 증가세를 보였다. 소송건수가 크게 늘어난 2014년은 안광한 MBC 사장의 취임 첫 해다. 2015년에는 타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소송건수만 13건이었다. MBC는 2015년 2월 미디어오늘 기사 10건에 대해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기자 6명을 무더기 고소했으며, 이후 8월과 10월 각각 2000만원과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MBC는 다수의 소송에서 패소하고 있다. 4년6개월간 노동자 210명의 1년 연봉을 투입하며 쟁쟁한 변호인을 투입한 것치고는 결과가 ‘참담’해 보인다. (관련기사=미디어오늘, MBC와 소송에서 또 승소)

한편 MBC는 7일 회사 공식블로그를 통해 입장을 내고 “소송비용이 늘어난 것은 소송이 증가했기 때문이고 소송이 증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사건건 문화방송의 경영행위를 부인하고 법적 분쟁화하면서, 이를 다시 문화방송을 비난하기 위한 여론전의 도구로 활용하려고 반복적으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1노조의 태도에서 기인한다”고 밝혔다. MBC는 이어 “해사행위에 대해 적절히 응소하는 것은 정상적인 경영행위”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