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치유 재단이 일본 정부로부터 10억엔을 받은 것을 두고 기부금품법 위반이며 한국 정부가 불법 내용을 알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송기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은 "기부금품법은 찬조금품 등 명칭이 어떠하든 반대급부 없이 취득하는 금전을 기부금품이라고 한다. 민간 재단이 소속원이 아닌 외부에서 반대급부 없이 받는 돈은 기부금품"이라고 밝혔다.

송 변호사 주장에 따르면 화해·치유 재단은 이사장인 김태현 교수가 100만원을 출연해 만든 민간 재단에 해당된다. 한일 양국은 지난해 12월 28일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한국 정부가 재단을 설립하고, 이에 일본 정부가 재단에 10억엔을 주고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출연금 성격 논란이 일고, 소녀상 이전 여부와 관련해 서로 다른 말이 나오면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돈을 받을 수 없다는 반발이 거셌다. 시민사회단체도 피해자들과의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로부터 10억 엔을 받은 것을 합의하면서 일본의 사과와 배상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재단에 입금한 것 역시 법률 위반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31일 화해와 치유 재단에 10억엔 송금했고, 다음날 1일 재단 계좌로 입금된 것이 확인됐다.

송 변호사는 일본 정부가 마련한 10억엔은 '대외국제기관 거출금'인데 국내법상 민간 재단이 10억 엔을 받을 경우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상 기부금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기부금품 법상 소속이 아닌 외부에서 받은 돈은 기부금품이다. 기부금품법은 국가와 공무원의 기부금품 모집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일본의 10억엔이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법이나 한국 국제교류재단법의 절차에 따라 입금된 돈이 아니라 직접 위안부 재단에 기부하는 형식으로 송금되었다면 국가의 행위는 기부금품법을 위반해 10억엔의 기부금품을 모집한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화해·치유 재단의 정관상 외교부 동북아 국장이 이사로 등재된 것을 놓고 "국가와 외교부 국장은 일본이 10억엔을 이 민간재단에 기부하는 것을 협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송 변호사는 화해·치유 재단의 정관에 김태현 교수가 출연한 100만원 기본재산으로 돼 있다며 일본의 10억엔은 재단의 기본 재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 한일합의 폐기와 치유화해재단 출범강행 중단을 요구하는 대학생 20여명이 지난 7월 28일 오전 재단 출범기념 이사장 기자간담회장에서 기습시위를 벌였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송 변호사는 "한국 정부는 어떤 국내법적 근거로 민간 재단이 10억엔을 받도록 알선한 것이냐"라며 "알선의 국내법적 근거 문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송 변호사는 관련 내용을 행정자치부에 정보공개청구한 상태다.

외교부 동북아국은 송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일본 10억엔은 기부금 성격의 돈이 아니다"라는 말을 되풀이 했다.

동북아국은 "한일 당국이 필요한 협의를 한 것이고 그에 따라 협의를 이행한 것으로 이해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법적 위반 소지가 있어도 한일 당국 합의이기 때문에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애매한 부분이 있는데 송 변호사의 주장을 정확히 봐야 할 것 같다. 법률국에서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 변호사는 “정부 차원에서 재단에 10억엔을 주는 문제에 대해 법적 검토가 잘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며 "남북 정상회담 대북 송금 문제나 개성공단 폐쇄 결정이나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됐다고 이해하더라도 10억엔 문제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도 아니다. 이런 부분을 법외의 통치행위로 이해해달라고 하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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