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3일 국회방송 시청률이 10배나 뛰어올랐다. 2월22일 국회방송의 시청률은 0.01%였다. 그러다 2월23일 시청률은 0.10%(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입가구 기준)을 기록했다. 27일에는 0.26%로 최고시청률을 찍었다. 105위에 그쳤던 순위는 27일 지상파를 제외한 모든 채널에서 18위를 기록했다.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해 47년 만에 국회에 재등장한 필리버스터 덕분이었다.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한 건 국회방송만이 아니다. 3만~4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정치인이 국회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보며 댓글을 남겼다. ‘마이 국회 텔레비전’ ‘필리 페스티벌’ 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그러나 47년 만의 필리버스터는 KBS와 MBC에서는 생중계되지 않았다. 오히려 의미를 축소하거나 정치혐오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공영방송 KBS와 MBC는 중요한 사안은 외면하고 대통령 홍보에 집중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세월호 청문회나 가습기살균제 청문회 등은 아예 생중계를 편성하지 않았고 청와대와 여당에 불리한 내용은 생중계를 하더라도 중요한 정보는 누락하는 식이었다. 

▲ 2014년 3월24일 핵안보정상회의 개회식 연설 생중계 화면. 사진=출처 @seojuho
2014년, 대통령 홍보 생중계만 5차례 

2014년 대통령 홍보에 가까운 생중계는 무려 5번에 이른다. 2014년 3월20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규제개혁 회의가 KBS와 MBC를 통해 생중계됐다. 공영방송사가 토론회도 아닌 회의를 생중계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KBS의 경우 청와대에서 열리는 회의를 생중계한 전례를 찾기 어려웠다. 

KBS와 MBC 모두 전날에서야 생중계를 결정한 것도 논란이 됐다. 당시 권오훈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본부장은 “회의 제목과 시간만 전달받은 중계팀은 내용과 형식을 파악하느라 ‘멘붕’에 빠졌다”며 “국영 또는 관영방송으로 전락한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며칠 뒤에도 같은 장면이 반복됐다. 방송 3사는 같은 달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개회식 연설을 생중계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이 생중계됐다. 먼저 결정한 곳은 KBS였다. 그러자 녹화방송을 계획했던 MBC와 SBS가 따라갔다. 

2014년 9월3일에도 또 ‘회의’가 생중계됐다. 3월20일 열린 규제개혁 회의의 후속이다. 2차 회의 때는 MBC가 제일 먼저 1시간 생중계를 결정했다. 규제개혁 5차 회의는 지난 5월18일에 1시간(KBS는 2시간 편성) 가량 생중계됐다. 뉴스에서도 5.18 민주항쟁 기념식 대신 규제개혁 회의가 주요하게 다뤄졌다. 

2014년 12월15일에는 지상파 3사가 모두 ‘한-아세안’ 레드카펫 행사를 생중계했다. KBS는 생방송 시작 후 8분20초부터 10여명의 정상이 차에서 내리는 장면, 승강기에서 내려 박 대통령과 만나는 장면, 사진 촬영을 위해 정상이 악수하는 포즈를 취하는 장면 등을 생중계 했다. 자연스럽게 ‘대통령 홍보방송’ 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중인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2014년 8월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고 있다. 사진=교황방한위원회 제공
청와대에 불리하면 일부분만 생중계하기도

반면 청와대와 여당에 불리한 사안일 경우, 갈등 끝에 생중계하거나 일부분만 생중계했다. 2013년 8월5일 당시 야당이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진상조사’ 국정원 기관보고를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상파가 생중계를 편성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정청래 당시 민주당 국조특위 간사는 “법무부·경찰청 기관보고는 녹화방송을 했는데 오늘은 (국정원 기관보고에 녹화중계도)못 하겠단 것은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음모와 조작”이라고 말했다. 결국 여야가 공동으로 지상파 3사에 생중계를 요청하면서 국정조사는 재개됐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에 KBS는 교황과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만난 순간만 생중계하지 않았다.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던 KBS에서 해당 장면이 중계되지 않아 일부에서는 고의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에 KBS측은 교황의 일정이 앞당겨져 대응을 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국정교과서 논란과 관련해서도 갑자기 생중계가 끊긴 사건이 있었다. 2015년 11월6일 지상파 3사는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와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대국민 담화문을 생중계했다. 하지만 담화 직후 기자들의 질의응답이 시작되자 일제히 중계를 중단했다. 

생중계를 특정 시점에 끊는 건 각 방송사의 판단이다. 하지만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등 중요한 국가행사나 청와대 발표가 있을 때 기자들의 질의응답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생중계됐다. 당시 지상파 3사 모두 같은 판단을 했다는 것은 의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재인 긴급담화 요청했지만, 지상파 3사 모두 거부

박 대통령이나 정부여당이 외면하고 싶은 이슈들은 아예 생중계 되지 못했다. 2013년 5월11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의혹 기자회견부터 그랬다. 당시 종편4사를 비롯해 YTN에서는 실시간으로 해당 기자회견을 생중계했으나 KBS와 MBC는 하지 않았다.

2014년 2월7일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외압 혐의 무죄 판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할 때 역시 종편은 생중계 했으나 KBS와 MBC는 김 전 청장의 무죄판결만 뉴스에서 다뤘다. 이는 공정성과 형평성 차원에서도 맞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확정 고시한 2015년 11월3일 지상파3사에 긴급 대국민담화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하기도 했다. 정당한 반론권 요구를 거부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 1일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에서 참사 당시 및 이후 정부 재난대응 지휘 보고체계에 대한 세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영상을 띄워 놓고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유튜브에만 있는 세월호 청문회 

현재 3차(2015년 12월16일, 2016년 3월28일, 2016년 8월27일)까지 열린 세월호 청문회는 단 한 번도 KBS나 MBC에서 생중계되지 않았다. 시민들은 오마이TV, 팩트TV 등을 통해 청문회를 볼 수밖에 없었다. “TV에는 없고 유튜브에만 있는 청문회”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세월호 3차 청문회는 그나마 교통방송 TBS를 통해 생중계됐다. 

지난달 31일 열린 국회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 역시 중요한 사안이었지만 역시 ‘거절’당했다. 국회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의 지시에 따라 특위 행정실은 지난 27일 오후 방송 3사에 생중계 요청을 했으나 불발됐다.

이를 두고 KBS본부는 “청문회가 이틀이 채 남지 않은 토요일 오후 국회로부터 중계 요청이 들어왔고, 이에 중계 실무진으로서는 시간이 촉박해 중계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도 “국회 요청이 올 때까지 손을 놓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KBS는 책임을 벗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과거 KBS와 MBC는 박 대통령의 연설 등은 하루 직전에도 무리하게 생중계를 편성했다. 녹화방송을 결정한 이후에도 한 쪽에 생중계를 결정하면 경쟁하듯 생중계를 편성한 이력도 있다. 그럼에도 정작 국민이 알아야 할 세월호나 국정원 청문회, 가습기 살균제 등은 일관되게 외면하고 있다. 이게 공영방송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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