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을 외치면서 생산자 중심의 조직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시도를 해도 기승전 ‘주니어 닦달’로 끝나기 쉽다. 한국언론의 대표적인 디지털 혁신 사례로 꼽히는 SBS와 혁신과정이 가장 주목받고 있는 중앙일보가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다. 그러나 이들 언론처럼 ‘조직 전체의 인식변화’가 이어지고 ‘능동적인 독자분석’을 하는 언론은 많지 않다.

김영훈 중앙일보 디지털 담당은 5일 저녁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삼성언론재단, 한국언론학회 공동주최 ‘한국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다른 언론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독자 분석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구성원들이 하고 있고, 여기에 맞춰서 뉴스를 공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 중앙일보 논설위원실의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논설위원들이 돌아가며 이슈에 대해 설명을 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게 시니어 기자들도 혁신에 대한 공부를 한다는 점이다. 중앙일보는 편집국 회의에서 매일 버즈피드, 쿼츠, 바이스 등 벤치마킹할만한 디지털 혁신 콘텐츠를 공유한다. 이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다보니 ‘논설위원 라이브 방송’도 나오게 됐다. 김영훈 담당은 “누가 시킨 게 아니라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서비스가 나오자 이하경 논설주간이 직접 라이브방송을 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다른 언론과 달리 디지털팀을 별도로 운영하지 않고 편집국 전체를 개편한 것도 조직에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개편된 중앙일보의 새 편집국은 실시간 뉴스수요를 파악하고 빠르게 제작할 수 있는 팀과 전통적인 저널리즘의 역할에 부합하는 심층취재를 하는 팀이 두 축이다. 김영훈 담당은 “중앙일보는 별도의 디지털팀을 둔 게 아니라 편집국 전체가 디지털 혁신을 위한 조직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혁신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받는 스브스뉴스에서도 시니어의 역할은 중요했다. 심석태 SBS 뉴미디어국장은 ‘믿고 맡기는 선배들과 경영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2014년 스포츠경기를 한컷의 편집된 이미지로 보여주는 최초의 스브스뉴스가 실패했지만, 책임을 추궁하는 이는 없었다. 심석태 국장은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고 웹페이지 올리는 모든 과정에서 회사의 어느 누구로부터 지적을 당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물론, 조직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책임을 지는 선배도 필요하다. 스브스뉴스 브랜드를 정식으로 런칭하게 되자 “기자들이 이런 것도 해야 돼?” “너무 가볍지 않아?” “스브스는 SBS 욕할 때 쓰는 표현 아니야?” 등 회의적인 반응이 있었다. 심석태 국장은 “조직 자체가 주저하고 있을 때 후배들이 가져온 야심찬 기획을 받아들인 다음, 책임지고 조직을 설득할 줄 아는 선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중앙일보 혁신 사례에서 다른 언론에서 찾아보기 힘든 가장 큰 특징은 ‘독자분석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다. 김영훈 담당은 뉴욕타임스의 이용자 일간 뉴스소비패턴 자료를 보이며 “우리는 신문을 만들면서 한 번도 우리 독자들이 어느 시간에 무엇을 이야기하고, 궁금해 하는지 묻지 않아왔다”면서 “중앙일보는 이용자 정보 분석 자체를 담당하는 팀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까지 특별한 성과는 없다. 이용자 분석은 구글 애널리틱스를 활용하거나, 유료 프로그램을 구매해 돌리는 걸 기반으로 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김영훈 담당은 “당장 성과가 나는 건 아니지만, 지금껏 이용자 데이터를 쌓아오지 않은 상황에서 분석을 시작한다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용자 정보가 축적이 돼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데, 그동안 기본이 안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보편화된 방식이지만 스브스뉴스는 20대의 콘텐츠 소비패턴을 알기 위해 20대가 콘텐츠를 제작하게 하는 시도를 했다. 심석태 국장은 “열정페이라는 비판이 있기도 했지만, 우리는 예산이 부족해 20대 인턴을 고용한 게 아니다”라며 “20대의 관심사, 전달방식이 궁금했고, 대학생들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게 하면서 독자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큰 규모의 언론조차 혁신을 위한 투자를 주저하는 상황이다. 언론사 디지털 담당자들을 만나온 김성후 기자협회보 편집국장은 “여전히 과감한 투자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한 언론사 관계자는 웹개발자를 1명 채용한다고 하자 상부로부터 “그 사람 연봉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냐”는 답을 들었다. 김성후 국장은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모습이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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