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기자, 현직기자, 그리고 해직기자가 함께 1990년대 이후 저널리즘 논문 1200여편을 재료로 책 ‘저널리즘의 지형:한국의 기자와 뉴스’(도서출판 이채)를 펴냈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의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MBC에서 공정방송을 외치다 해직된 박성호 기자, 한겨레21 편집장 안수찬 기자와 고려대 미디어학부 석·박사과정 학생들이 의기투합해 2014년부터 3년간 준비했다. 이 책은 한국 저널리즘 연구의 집대성을 통해 한국 언론의 주요 쟁점을 짚은 최초의 결과물이다.

이 작업은 저널리즘 논문을 분석해 저널리즘 연구에 대한 논문을 써보고 싶다고 말한 안수찬 기자에게 박재영 교수가 ‘저널리즘 논문들로 저널리즘 교과서를 만들자’고 제안하며 시작됐다. 일이 커지며 석·박사과정 학생들이 모였다. 수강생 각자에게 한두 개의 주제와 함께 해당 논문 100~200편을 맡겼다. 욕심은 늘어났다. 조사분석 대상이 12개 학술지 저널리즘 논문 1200여 편으로 늘어났다. 그렇게 탄생한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됐다. 구성을 보면 ‘미디어사회학’ 입문서로 느껴질 정도로 현실과 이론의 접점을 촘촘히 꿰맨 흔적이 엿보인다.

1장 ‘한국 저널리즘 연구의 어제와 오늘’에선 한국 언론학의 역사와 저널리즘 연구의 경향 및 편향을 짚었다. 2장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에선 한국의 ‘평균’ 기자들에 대한 모든 자료가 압축됐다. 3장 ‘뉴스룸’에선 기사가 생산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관행들, 예컨대 출입처·보도자료·자기검열 등이 논의된다. 4장 ‘뉴스와 정치경제적 압력’에선 국가와 자본의 언론통제와 저널리즘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에 대해 정리했다. 5장 ‘뉴스분석’에선 뉴스를 정치/남북문제/경제/사회/과학/문화/국제/여성과 소수자/뉴미디어 보도로 나눠 뉴스 그 자체의 성격과 가치를 해설했다.

6장 ‘저널리즘 원칙’에선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소개하고 점차 ‘교감’이 중요해지는 오늘날 저널리즘과 뉴스의 상품가치에 대해 짚었다. 7장 ‘취재보도의 윤리적 딜레마’에선 공인에 대한 논쟁과 기자들의 윤리의식에 대해 설명했고 8장 ‘뉴스를 보는 사람들’에선 한국의 뉴스수용자 조사결과를 토대로 변화하는 뉴스수용자들의 인식을 정리했다. 9장 ‘뉴스의 효과’에선 뉴스의 강력한 힘인 ‘의제설정’, ‘점화 효과’, ‘프레이밍’에 대해 소개하고 그 함의를 지적했다. 10장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에선 언론의 정치종속화와 오늘날 저널리즘의 위기에 대해 짚었다.

박재영 교수는 서문에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한국 저널리즘 연구의 전모를 그려보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일을 끝내고 보니 이제 겨우 시작임을 알게 됐다”고 적었다. 안수찬 편집장은 “언론학자는 물론 기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 한 한국 언론의 주요 쟁점을 거의 모두 짚었다”고 밝혔다.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이 추천사를 썼다.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참고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9월13일 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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