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고위인사가 박근혜 대통령이 우병우 민정수석을 경질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모든 이가 하라고 하면 안 하는’ 대통령의 스타일 때문이라고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어제 만난 새누리당 고위인사와의 대화 한 토막을 소개 합니다”며 새누리당 고위인사의 말을 전했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새누리당 고위인사는 “(박 대통령이) 우병우는 안 내보내”라며 “모든 언론이, 정치권에서 그렇게 몰아붙이면 대통령께서 하시려고 해도 밀려서 하시는 것 같으니”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대통령의 고집이시니 제가 골몰이 생각중이다”라고 밝혔다.

보수언론과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우 수석 의혹에 대한 진위와 관계없이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이 물러서지 않는 이유가 박 대통령의 특유의 고집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인사 실패가 드러났음에도 경질을 하지 않는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다.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문창극 총리후보자는 스스로 후보직에서 물러났고 문 후보자에 앞서 총리후보자였던 안대희 전 대법관도 ‘전관예우’ 논란 등에 휘말리자 스스로 후보를 사퇴했다. 이완구 전 총리도 ‘성완종 녹취록’이 공개되자 스스로 사의를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 동방경제포럼과 중국 G20 정상회의, 라오스 ASEAN 관련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출국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 자신이 임명한 인사를 스스로 물러나게 할 경우 인사실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에 스스로 사퇴하게 만드는 그림을 만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논리라면 우 수석 본인이 사퇴하지 않은 한 우 수석이 경질될 일은 없다. 실제 우병우 수석에 관한 의혹과 사퇴 요구는 점점 커져가지만 우 수석은 건재하다. 반면 우 수석을 감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감찰 누설’ 의혹에 휘말려 사퇴했다. 우 수석 의혹을 최초 보도한 조선일보는 청와대와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송희영 전 주필은 ‘대우조선해양 비리’와 연루돼 사퇴했다.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를 통해 송 전 주필 비리 의혹을 폭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이 ‘부적격’ 보고서를 채택한 김재수 농림부 장관 후보자와 조윤선 문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우병우 수석이 검증한 인사를 계속 중용하겠다는 뜻이다.

대통령의 ‘고집’이 이어지면서 우병우 수석은 새누리당에게도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1일 정기국회 개원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에 항의하며 집단 퇴장했다. 정 의장이 개원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논란은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다. 고위 공직자가 특권으로 법의 단죄를 회피하려 한다”고 말했다는 이유였다. 보이콧은 2일까지 이어졌다. 대다수 언론은 우병우 수석 언급 때문에 새누리당이 국회를 보이콧했다고 보도했다.

국회 보이콧으로 인해 새누리당은 정치공방 때문에 본인들이 급하다고 주장하던 추경의 국회통과를 지연시켰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9월2일 오후 국회의원 워크숍 자리에서 “어제 오늘의 행태는 새누리당이 우병우 민정수석을 지키는 행동대원들로 전락한 것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한다”며 “그렇게 급하다고 우리를 밀어붙였던 추경 예산안은 돌아보지도 않고 방치하고 있다. 참으로 무능하고 무책임한 집권 여당”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점을 인식한 듯 새누리당은 ‘우병우 지키기’에 나선다는 비판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주광덕 새누리당 의원은 2일 의원총회에서 “대부분 언론에서는 저희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것이 우병우 때문에 박차고 나간 것으로 기사제목을 뽑았다. 우리가 우병우 때문에 뛰쳐 나갔는가”라며 “기본적인 상황에 대한 사실관계에 대해 정확히 말씀해주시고 비난을 하던 비판을 하는 것이 좋지 않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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