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카메라를 촬영한 성범죄자와 미성년자 음란물을 유포한 범죄자들의 신상을 등록하지 않는 성폭력특례법 개정안이 5일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받게 된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최근 몰래카메라 범죄가 급증하는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몰카 범죄를 경미하게 여기게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오는 4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성폭력특례법 개정안)의 요지는 ‘몰카범’과 아동포르노를 유포한 범죄자의 신상정보를 등록하지 않는 것이다. 5일부터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받게된다.

‘신상정보 등록제도’는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일반에게 공개하는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제도’와는 달리 국가기관이 성범죄자 관리를 목적으로 내부적으로만 보존하는 제도다.  

개정안에 따르면 성적목적공공장소침입죄와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도 신상정보 등록에서 제외된다. 반면 원래는 등록대상이 아니었던 강도·강간미수범의 신상정보는 등록된다. 또한 성범죄자라면 일률적으로 20년간 등록했던 신상정보도 죄에 따라 등록기간이 차등화 된다.

▲ 사진=포커스뉴스
정부가 이 같은 성폭력특례법 개정안을 낸 이유는 지난 3월 헌법재판소가 성범죄의 종류를 구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신상정보 등록을 하도록 한 현행법이 위헌이라고 결정(2015헌마688)했기 때문이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모든 성범죄자가 신상정보 등록대상이 돼서는 안 되고, 신상정보 등록제도의 입법목적에 필요한 범위 내로 제한돼야 한다”며 “비교적 불법성이 경미한 통신매체이용음란죄를 저지르고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들에 대해 달성되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 사이에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법률은 최근 몰래카메라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몰래카메라 범죄는 2010년 1134건이 신고됐지만 2014년에는 6623건이 신고 됐을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가대표 출신 수영선수가 진천선수촌 여자 탈의실에 몰카를 설치한 혐의로 입건된 만큼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해져야한다는 여론이 있다.

실제로 해당 법의 입법예고를 알리는 인터넷 게시판에는 입법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글이 줄지어 오르고 있다. 정부가 낸 개정안에는 이미 6500여명의 시민이 개정을 반대하는 글을 올렸다.  

해당 입법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성범죄에는 가볍고 무거움이 없다. 피해자는 사는 동안 고통 속에 힘겹게 산다”,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 음란물 배포관련 상영·유포죄는 경미한 범죄가 아니다”, “법을 더 강화해서 신상공개를 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기는커녕 신상공개를 하지 않는다니?”,“미성년자가 관련된 음란물유포에 형량을 줄인다는 것도 옳지 못하다”는 다양한 반대 의견을 올리고 있다.

▲ 국회 입법예고 홈페이지에 올라온 '성폭력특례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민 의견들. 사진=국회 입법예고 홈페이지
문제는 성범죄자에대한 일률적인 신상등록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이러한 입법 내용이 몰래카메라 범죄나 청소년 음란물을 배포하는 것이 가벼운 범죄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성범죄자 일률 신상등록을 위헌으로 결정한 헌법재판소도 결정 당시 재판관 3명이 이러한 문제 때문에 반대의견을 낸 적 있다. 이정미, 김창종, 안창호 재판관은 “오늘날 스마트폰 사용 및 모바일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사이버 성폭력이 문제되고 있다”며 “이러한 범죄들은 여성을 억압하고 왜곡된 성문화를 강화하는 사회적 기제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심각성과 폐해는 현실공간에서의 성폭력범죄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 서울 지하철 연신내역 에스컬레이터 앞에 '몰래카메라 촬영 주의지역'을 알리는 지하철 경찰대의 입간판이 서 있다. ⓒ연합뉴스

여성단체 측에서도 법을 정비할 필요는 있으나 몰래카메라 범죄 등을 경미한 범죄라고 보게 하는 해당 입법안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2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한국이 성범죄자에 대한 부과처분(신상공개, 등록 등)이 시급하게 도입한 점이 있기 때문에 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한다”며 “하지만 몰래카메라 범죄는 특성상 피해자의 피해가 어떻게 전파되고 커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쉽게 강간이나 강체추행보다 가벼운 범죄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최란 사무국장은 “이번 개정안은 몰카범죄 피해가 경미한 피해라고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실무진의 잘못된 판단을 보여줬다”며 “관련 범죄에 더 높은 형량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고 있는 법 안에서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는 말”이라고 말했다.

<기사 수정 : 9월 5일 오전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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