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 부동산 의혹을 처음 보도했던 조선일보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을 두고 타 언론사 기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기자들은 진보와 보수 성향을 떠나 “심각한 언론자유 침해”라고 입을 모았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지난달 29일 이명진 조선일보 사회부 차장 자택을 찾아가 압수 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이 기자와 한 통화 내용이 특별감찰관법 위반이라는 혐의에서다. 수사기관이 취재기자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압수 수색 형식이지만 (기자가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하는 형식”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께 검사와 수사관 4명이 이 기자의 집을 찾아가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했고 기자의 집에 있는 컴퓨터 등을 뒤진 다음 휴대전화를 가져갔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 기자들은 물론이고 타 언론사 기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시사주간지 A기자는 “수사가 필요하다면 대통령의 휴대전화도 압수할 수 있다. 그 논리에서 기자 휴대전화도 압수할 수 있지만 참고인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건 무리다”라고 비판했다.

A기자는 “기자의 휴대전화에는 해당 사안 외에도 상당한 정보들이 있다”며 “이런 식의 관행이 반복된다면 수사 기관이 필요한 정보가 있을 때마다 참고인 신분의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면 될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어 “언론자유 위축은 당연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보수성향의 경제지 B기자도 “이 특별감찰관과 조선일보 기자와의 통화 내용에 별 문제가 없었음에도 이런 식의 압수수색은 경고성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유독 최근에 찌라시 등을 빌미로 기자들의 휴대전화를 검열하는 문화가 생긴 것 같아 취재 위축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진보성향의 종합일간지 간부급 C기자는 “언론사나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은 다른 기관과 달리 판단을 한다. 그만큼 언론 자유를 존중하는 차원이다”라고 전한 뒤 “이번 사건의 경우 조선일보 기자와 이 특별감찰관의 통화 내용을 보면 정보보고는커녕 찌라시 내용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압수수색이 우병우 관련 보도에 대한 경고성 차원이 높다고 지적했다.

C기자는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이 특별감찰관과 조선일보 기자의 통화 내역을 수집해서 MBC에 제공한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국가기관이 언론기관까지 끌어들여 공작 정치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한국기자협회는 기자협회보 8월31일자 사설에서 “사정당국이 우병우 비판 언론 압박을 위해 정보전을 펼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강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위원장(변호사)은 “검찰이 주장하는 임의제출 형식 여부를 떠나, 이런 식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한다는 것은 외부에서 볼 때 수사기관이 청와대의 청부 수사 도구로 전락하는 양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인으로서 부적절했던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의 혐의와는 별개로, 조선일보에 가해지는 권력의 압박을 비판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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