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가 작업 중 선박 자재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달 11일에 이어 20일 만에 발생한 산재 사망 사고다. 이로써 현대중공업그룹 산재사망 건수는 올해만 11건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 의장1부 대국기업 소속 박아무개씨(34)는 1일 오전 2도크 2857호선에서 유니트 및 ‘후레쉬 워터펌프’ 탱크 탑재 도중 약 1.5m 높이에서 떨어진 탱크에 깔려 숨졌다. 박씨는 곧장 병원으로 후송돼 응급조치를 받았으나 10시34분 경 사망했다.

▲ 위에 있는 자재가 유니트, 아래에 있는 자재가 '후레쉬 워터펌프' 탱크다. 피해자는 골리앗크레인2호기가 두 자재를 권상하던 도중 떨어진 탱크에 깔려 숨졌다. 사진=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제공

노조는 사고 당시 안전 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146조는 크레인 사용 작업 시 고정된 물체를 직접 분리제거 하는 작업을 금지하고 있다. 사고 원인이 된 탱크는 골리앗크레인2호기가 유니트 권상 작업을 하는 동시에 유니트 탑재를 위한 보강제 제거 작업이 이뤄지는 도중 떨어졌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작업 중이던 유니트 및 탱크는 무게중심이 안정적으로 잡히지 않은 자재임에도 크레인 와이어로프 4줄을 연결해야 하는 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무게중심이 잡힌 사각 구조물이면 와이어로프 두 줄로 들면 되지만 중심이 안 잡힌 부재는 반드시 4줄을 연결해 권상(들어올리는 작업)해야 한다"며 "탑재물 고박상태를 점검하고 탑재물 주위에 접근을 금지하는 표준작업지도서를 미이행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및 사내하청노조는 "분사를 거부한 정규직과 숙련된 노동자들을 빼고 비숙련공으로 채운 결과로 나타난 중대재해"라는 입장이다. 골리앗크레인2호기를 관리하는 현대중공업MOS(이하 모스)는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에 따라 업무와 인력이 함께 외주화돼 만들어진 '분사업체'다.

모스는 현대중공업 내 전기전자, 조선 크레인, 건설장비 등의 설비 정비를 도급 형태로 맡았고 이 중 일부 업무를 재도급 형태로 하청업체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분사 후 업무를 시작하는 첫 날인 9월1일 모스가 관리하는 크레인에서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와 사내하청노조는 지난 6월부터 구조조정 반대 투쟁에 돌입하며 분사로 인한 산업재해 발생을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노조는 현대중공업이 무리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크레인 운전수 및 신호수 등 중기 운전 관련 숙련노동자들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비숙련공으로 자리를 급조해 채웠다며 이는 중대재해를 낳을 수 있다고 수차례 문제제기를 해왔다.

▲ 사진=현대중공업 홈페이지 캡쳐

노조는 모스가 현장위험성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고 크레인과 신호수 작업을 무리하게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신호수의 전문성이 부족해 권상물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 점도 비판했다.

이번 산재사망 사고는 지난달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가 추락사망한 데 이어 불과 20일 만에 발생했다. 조선사업부 하청업체 기린테크 직원 A씨(42)는 지난달 11일 오전 해양18안벽에서 건조 중인 2836호 선박 내 2번 카고홀드(선창)에서 청소작업을 하던 중 추락 사망했다.

올해 현대중공업 그룹 내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총 11명이다. 이중 사내하청노동자는 8명, 정규직 노동자는 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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