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일 열린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에서는 참사의 원인을 둘러싼 국가의 책임이 주로 다뤄졌다. 이 과정에서 참사 당일 세월호의 무리한 출항이 해경과 협의를 거쳐 결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 등이 제기됐다.

3차 청문회 청문위원으로 참석한 장완익 특조위 비상임위원은 1일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전 청해진해운 제주지역본부장 A씨가 2014년 1월20일 작성한 경위서를 공개했다. 경위서에는 “화물차주들의 손해배상 관련으로 선사 입장에서 제출항할 수 없는 사정을 해경과 협의하여 22시30분 경 가까스로 출항허가를 받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출항을 할 수 없을 경우 화물차주들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수 있는데, 해경과 협의를 거쳐 출항을 결정했다는 뜻이다. 경위서에는 ‘해경통제 세월호, 금요일 출항 결정’이라는 대목도 등장한다. 

▲ 제3차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 청문회를 시작하기 전 묵념을 하던 세월호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장완익 위원이 “앞의 예에서는 해경과 협의를 통해 세월호가 출항했다”고 말하자 A씨는 “해경에서 이런 상태에서도 한 번 더 시도해보자, 바람이 잦아지면 한 번 더 실험해보자 해서 (출항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장완익 위원은 “날씨가 좋지 않고 위험한 상황이어도 해경과 협의가 잘 되면 회사가 화물차주 등의 요구 때문이든 수익 달성 때문이든 무리한 출항을 결정하게 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고 A씨는 “그런 건 아니다. 매번 해경하고 하는 건 아니고, 한 번 뿐이었다”고 답했다.

장 위원은 이어 “4월15일(참사 전날) 마지막 출항 때도 증인이 작성한 경위서에 따르면 화물차주들의 화물이 있었고 그래서 출항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닌가”라고 물었고 A씨는 “인천에서 회의하고 (결정)한 거라 (제주본부장인) 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 위원이 다시 “제주에서 했듯이 인천에서도 해경하고 협의해서 출항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으나 A씨는 “인천상황이라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장완익 위원은 A씨가 과거 작성했던 메모들을 여러 공개했다. 2013년 2월18일 메모에는 바람이 불면 세월호에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는 내용이 있고 4월5일 메모에는 “심한 기울기로 하차 및 승객하선불가”라는 대목이 나온다. 12월 1일 메모에는 “풍속 15m인데도 겨우 출항했다. 예인선 사용해도 출항이 힘들다”는 내용이 나온다.

장완익 위원은 “증인이 남긴 메모에는 세월호가 수차례나 불안정한 상태를 노출했고 안전사고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대목이 나온다. 출항에 명확한 기준 있는지 의문”이라며 “선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통제권이 희미해진 것 아닌가. 왜 결항하지 않고 출항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세월호에 제주해군기지로 가는 철근 400톤이 선적된 것이 침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다뤄졌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6월16일 “세월호 침몰 당일인 4월16일 세월호엔 400톤의 철근이 실렸으며, 그 대부분은 제주해군기지 공사에 따른 수요를 충당하는 것”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 유경근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청문회를 지켜보고 있다. 유 위원장은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 보장, 특검 도입 등을 요구하며 16일째 단식농성중이다. 사진=이치열 기자
장완익 위원이 이날 공개한 ‘청해진해운 제주지역본부 2012년 상반기 영업실적자료’에 따르면 해군기지공사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이에 대해 능동적 대처가 필요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청해진해운 제주지역본부 2010년과 2011년 영업실적 보고에도 물동량 증가 원인 중 하나가 해군기지 토목기지라는 대목이 등장한다. 남호만 청해진해운 물류팀장도 검찰 조사에서 “제주도해군기지 공사로 전년대비 30% 이상 늘었다”고 증언했다. 

청해진해운이 오하마나호로 인천∼제주 노선을 운항하고 있으면서도 다시 세월호를 도입한 이유가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물동량 증가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장완익 위원은 “세월호 도입 결정이 이루어지는 시점이 화물이 제주항으로 몰리는 시점과 맞물린다. 화물량 증가가 세월호 도입에 영향을 미친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A씨는 “본사에서 알아서 하기에 선박도입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장 위원은 “인천제주 복수노선이 있는데도 세월호를 도입한 경위에 대해서 그간 (청해진해운은) 경쟁사의 진입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는데, 특조위 분석결과 제주해군건설에 대비한 목적도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세월호 도입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해군의 협조가 필요하다. 장 위원은 “특조위는 6월16일 제주해군기지로 향한 철근 내역에 대한 자료요청을 했지만 해군은 ‘확인제한’ 조치를 내렸다. 이어 6월24일 제주해군기지에 반입된 철근의 과적 여부를 규명 위해 상세한 내용을 적시한 공문을 발송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특조위가 출석을 통보한 증인들은 대다수가 불출석했다. 강원식 세월호 1등항해사, 신보식 세월호 정식선장, 남호만 청해진해운 물류팀장, 김희석 해군 제주민군복합항 후속조치TF 육상공사 담당자 등이 불출석했다. (직함은 세월호 참사 당시 기준)

정부 측 증인들은 하나도 참석하지 않았다.  증인으로 출석을 요청한 해경 및 해군 관계자 중  장진홍 해군 해난구조대장, 김희석 해군 제주민군복합항 후속조치 TF 육사공사 담당자,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이춘재 해양경찰청장 경비안전국장, 김판규 해군본부 인사참모부장 등이 불참했다.

▲ 비공개를 원한 증인, 참고인들이 청문회장 옆 가림막 뒤에서 증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참사당시 정부의 재난대응을 조사하기 위해 출석을 요청한 정부 관계자들도 대거 불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물론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 이명준 대통령비서실 사회안전비서관실 행정관, 이인수 해양수산부 종합상황실장, 황영태 해영경찰청 종합상황실장,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불참을 통보하거나 참석을 알리지 않았다. 

▲ 출석하지 않은 정부 관계자들은 기존 영상 자료들에서 발언을 발췌해서 상영하거나, 특조위 관계자가 대신 읽는 방식으로 청문회가 진행됐다. 사진은 김기춘 의원의 국회 국정조사 당시 발언 영상.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런 상황은 예견된 것이었다. 해양수산부는 특조위가 청문회 일정을 공지한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특조위는 지난 6월 30일 조사활동기간이 종료되었으므로 청문회를 개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나서서 공무원이나 정부기관 관계자들에게 청문회에 출석하지 말라는 신호를 준 셈이다.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 위원장은 1일 인사말을 통해 “해수부는 이번 청문회가 특별법에 어긋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우리는 이런 부당한 해석이 결국 오늘 출석하지 않은 증인의 불출석을 유도하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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