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4월 12일 대검찰청은 '인터넷 악성 댓글 고소사건 처리방안 시행'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검찰의 보도자료는 언론의 구미를 당겼다. 기사를 본 누리꾼들은 키보드를 두드렸다. 검찰 보도자료에 등장한 인물을 그렇게 표적이 됐다.

대검찰청은 댓글 게시자를 상대로 모욕죄로 고소한 후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등 고소제도를 남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고소 남용에 해당하는 경우 각하, 조건부 기소 유예를 하고 고소 남용자가 피고소인을 협박하거나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 공갈죄, 부당이득죄 등의 적용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런데 문제는 인터넷 악성 댓글을 유발해 고소를 남발하고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한 사례로 인터넷을 통하면 충분히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시키면서 인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사실관계도 맞지 않았다.

대검찰청으로부터 ‘합의금 장사’를 하고 있다고 낙인찍힌 인물들은 언론을 통해 피고소인을 공갈 협박하는 범죄자가 됐고, 누리꾼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다.

대검찰청은 보도자료에서 ▲'개고기 반대' 취지의 글 등에 비난 댓글을 올린 게시자 약 700명을 고소한 다음 피고소인들에게 합의금액으로 수백만원을 제시한 내용 ▲ '인터넷 신문 기자'가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 글 또는 비방 댓글을 찾아내 게시자 약 400명을 상대로 고소한 후 피고소인들로부터 합의금을 받고 취하한 내용 ▲ '세월호 사건' 구조 작업과 관련해 허위 인터뷰 논란을 일으킨 사람이 인터넷 비방 댓글 게시자 약 1500명을 고소한 후 취하 조건으로 200~500만원을 수수한 내용 ▲ 자신의 얼굴 사진을 인터넷에 게재하면서 평가해달라고 한 후 댓글을 게재한 수십명을 상대로 고소한 내용을 고소제도 남용 사례로 제시했다.

이 같은 보도자료가 인권침해에 해당된다는 결정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8월 31일 대검찰청의 보도자료가 인권침해에 해당된다고 결정하고 검찰총장에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국가인권위는 "대검찰청이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고소 남용 사례로서 진정인을 언급하였다. 이 자료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진정인은 고소제도를 남용하여 선량한 사람들을 협박하거나 부당하게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람으로 치부되어 인터넷 상에서 더 큰 괴롭힘을 당하였다. 이러한 피진정인의 행위는 진정인의 명예와 인격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국가인권위 침해구제 제1위원회 결정 주문에 따르면 진정인은 대검찰청 보도자료에서 "'인터넷 신문 기자'가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 글 또는 비방 댓글을 찾아내 게시자 약 400명을 상대로 고소한 후 피고소인들로부터 합의금을 받고 취하"한 사례로 제시됐던 이계덕 기자다. 

이계덕 기자는 일간베스트저장소를 비판하는 기사를 쓴 후 일베 회원들로부터 신상이 털리고 물리적 위협까지 당하는 상황이 오자 수백건의 고소를 진행했다. 이 기자는 익명 뒤에 숨어 인신 공격을 하는 누리꾼들을 고소를 통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이 기자는 대검찰청 보도자료로 인해 합의금 목적으로 고소하는 파렴치범이 돼버렸다, 이 기자는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냈고, 인권위는 이 기자의 손을 들어줬다.

인권위는 대검찰청의 보도자료상 오류도 지적했다. 이계덕 기자는 270여명의 인터넷 댓글 게시자들을 상대로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모욕 혐의로 형사 고소했고, 90여건은 고소취하로 불기소 처분됐다. 40여건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처분됐고, 30여건은 약식 기소 처분됐다.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하지도 않았지만 고소를 남발해 돈을 벌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닌 것이다.

대검찰청은 고소남용 사례를 제시해놓고 대안으로 공갈죄나 부당이득죄 등을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검찰은 이계덕 기자를 공갈죄 혹은 부당이득죄 등으로 기소하지도 않았다.

대검찰청 보도자료는 언론 보도로 확산돼 더 큰 피해를 줬다. 동아닷컴과 아시아경제 등은 대검찰청 보도자료 내용을 반영한 기사를 썼고, 누리꾼들은 기사를 보고 "쓰레기짓", "저거 나오니 자살한다 쌩쑈함" 등 악성 댓글을 달았다.

결국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중재에 따라 해당 언론사는 "자신에 대한 심한 비방글이 많아서 고소한 것이지 합의금을 받기 위해 비난글을 유도하거나 가해자 측에 연락해 합의금 지급을 종용한 적이 없다"는 반론보도문을 실기도 했다.

대검찰청 보도자료에 '세월호 사건' 구조 작업과 관련해 허위 인터뷰 논란을 일으킨 사람이 인터넷 비방 댓글 게시자 약 1500명을 고소한 후 취하 조건으로 200만~500만원을 수수한 내용으로 제시됐던 인물도 피해를 입었다.

홍가혜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해경이 민간잠수사 구조활동을 막고 있다"고 발언해 해양경찰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홍씨의 발언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형사 처벌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홍씨는 무죄를 선고받았음에도 인터넷에서 공공의 적이 됐다. 일베에서는 홍씨의 사진을 합성해 성희롱하는 내용의 게시물들이 무더기로 올라왔고, 인터넷 댓글에서도 홍씨의 외모를 포함해 인격을 비하하는 내용이 도배가 됐다.

▲ ⓒ 홍가혜씨 페이스북

이에 홍씨 역시 이계덕 기자와 마찬가지로 수백건의 고소를 진행했고, 악성 댓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주장했다. 대검찰청은 하지만 보도자료에서 홍씨 역시 고소남용을 한 인물로 제시됐다.

국가인권위는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특정 개인에 대하여 부정적인 평가를 수반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목적, 범위, 방법 등에 있어서 엄격한 제한이 필요하다"면서 대검찰청 보도자료는 수사공보준칙에도 어긋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사공보준칙 13조 제1항은 "수사사건을 공보함에 있어서는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사항만을 정확하게 공개하여야 하고 사건관계인의 명예 등 인권을 침해하거나 수사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도록 유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범죄로 인한 피해의 급속한 확산 또는 동종 범죄의 발생이 심각하게 우려디는 경우"를 예외 사유로 규정해놓고 있는데 국가인권위는 "설사 이 사건 보도자료에서 언급한 고소남용자에 진정인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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