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vs 조선일보 전쟁에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되치기에 나섰다. 김 의원은 청와대가 ‘부패 기득권세력’이라고 지칭한 ‘유력언론’ 간부가 대우조선해양이 제공한 초호화 전세기를 타며 외유를 했다고 폭로했다. 조선일보는 관련 보도를 하지 않은 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비판 보도를 이어갔다. 

검찰 수사를 받던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자살했다. 지나친 압박수사가 원인이기 보다는 조직에 대한 충성 차원의 행동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애초에 뚜렷한 증거 없이 시작한 ‘정치적 수사’인 탓에 수사를 속전속결에 끝내지 못한 게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진태, “유력언론 주필이 외유성 출장에 우호적 사설까지”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26일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 9월6일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그리스 산토리니까지 영국의 한 항공사 소속 전세비행기를 이용했는데, 대우조선해양 임직원을 제외한 민간인은 2명뿐이었다”면서 “한 명은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이고, 또 한 명은 유력 언론사 논설주간(당시)이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이 검찰수사를 받는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 유력언론사의 당시 논설위원인 조선일보 주필의 유착 및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된 상태에서 추가 정황을 폭로한 것이다. 

김진태 의원은 해당 주필이 전세기 여행 이후 대가성 사설을 썼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진태 의원은 “해당 언론사는 해외 출장 전후로 대우조선해양에 아주 우호적인 사설을 게재했다”면서 “도대체 출장에 동행한 이유가 무엇인지, 여행 경비는 누가 지불했는지, 계약 체결 장소도 아닌 나폴리와 산토리니까지 왜 갔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명쾌하지 않은 조선일보의 해명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조선일보측은 “주필이 나폴리에서 산토리니 구간만 전세를 이용했다. 김 의원이 지목한 사설은 출장 4개월 전에 실렸다. 당시 대우조선은 워크아웃 상태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반박은 명쾌하지 않다. 동아일보는 “해당 신문사는 대우조선의 업무출장에 왜 해당 주필만 초청됐는지, 해당 주필의 출장기간과 비용은 얼마이며 유럽행 비행기 등급은 뭐였는지, 왜 전체일정에 동행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해선 명확히 해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우호적인 사설을 썼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도 마찬가지다. 전용기를 탄 이후인지, 이전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만일 유착관계가 형성된 기업에 유리한 내용을 썼다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 한겨레는 “기사와 사설, 칼럼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지, 그 언론인이 지면 제작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면서 “상황이 이쯤 됐으면 조선일보사는 검찰 수사에 앞서 자체 진상조사를 벌여 결과를 발표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 

한겨레·경향 “주필 외유 문제지만, 우병우 구하기 의도 다분해”

김진태 의원의 폭로내용 자체는 심각한 문제지만, 배경에 대해서도 따져 물을 필요가 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조선일보의 우 수석 비리 의혹 보도의 ‘불순성’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풍긴다”면서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 언론인의 비리 의혹과 우 수석의 비리 의혹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이번 폭로가 친박의 ‘우병우 구하기’ 시도라고 의심했다. 경향신문은 “청와대의 ‘우병우 지키기’에 발맞춘 ‘친박의 역습’이 시작됐다는 풀이가 나온다”면서 “김 진태 의원의 이러한 ‘우병우 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김진태 의원은 우 수석을 검찰에 수사의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유력언론 기자에게 감찰 내용을 누설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한겨레는 청와대와 친박의 ‘짬짜미’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김진태 의원이 제시한 증거인 ‘대우조선해양 전세기 이용내역 자료’에 관해 “사정기관의 협력 없이는 구하기 어렵다는 평”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또 “사정기관 등에서 확보한 것이거나 청와대가 폭로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권력기관의 수사·정보력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지면 “...”

정작 당사자인 조선일보 지면은 침묵을 지켰다. 지면을 통해 반박은커녕 다른 언론들과 달리 김진태 의원의 폭로 기자회견 소식조차도 다루지 않은 것이다. 대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비판보도는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오세훈 '우병우 관련 청와대 입장, 상식적이지 않아"를 통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인터뷰한 내용을 기사화했다. 조선일보는 또 한국갤럽 조사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 응답률이 30%로 지난주보다 3%하락했다는 내용을 "우병우 논란에 박 대통령, 여 지지율 동반 하락"으로 보도했다.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자살, 왜?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26일 검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차량에서는 “롯데그룹에 비자금은 없다” “너무 힘들다” “미안하다” 등의 내용이 담긴 유서가 발견됐다. 그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검찰의 롯데그룹과 수사에서 핵심적인 인물이다. 

검찰은 이인원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롯데건설의 500억 원대 비자금 조성혐의와 신격호 총괄회장의 6천억 원대 탈세 혐의 등을 조사할 예정이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에는 다음주에 신동빈 회장 등 오너일가를 소환할 계획이었다.

당장 수사 일정에는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측근3인방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까지 세상을 떠나 오너 일가의 힘의 입증과 관련된 추가 진술 확보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언론은 그가 죽음을 결심한 계기에는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일보는 “검찰 출석을 앞두고 심적 부담감과 신 회장 등 조직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객관적으로 검찰을 탓할 순 없다. 이 부회장은 검찰 소환을 받기 전이었다. 강압이나 망신주기 수사를 한 정황도 없다”고 보도했다. 

다만, 검찰이 정치적 의도가 있는 무리한 수사를 벌인 게 죽음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겨레는 “지난 8개월 동안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고도 비리의 핵심을 찾아내지 못한 포스코그룹 수사의 잘못을 되풀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신속한 수사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검찰에도 책임이 있다"면서 ”이 부회장의 사망도 수사가 늦어지면서 생긴 부작용의 일단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포스코, 효성, 롯데 등 이전 정권과 인연이 각별한 기업들에 대한 수사를 연달아 벌여 ‘징치 수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특히 롯데 수사의 경우 검찰이 롯데그룹 고위관계자들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오더 탓에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수사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한편 이날 롯데그룹은 주요 종합일간지 2면 혹은 4면에 “롯데그룹이 이인원 부회장께서 별세하셨기에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부고광고를 내기도 했다.



더민주 전당대회, 추미애 승리하나

2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다. 언론은 공통적으로 추미애, 김상곤, 이종걸 후보 중 추미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온라인 당원들의 표가 압도적으로 친문계열의 지지를 받는 추미애 후보에게 쏠릴 가능성이 크고, 적지 않은 '비주류' 대의원과 당원들이 국민의당으로 떠난 만큼 주류후보의 승리가 점쳐지는 것이다.

한겨레는 "1강 추미애쪽 압승 분위기"라며 "수도권 등 전체 판세에서 우세 판단"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막판 뒤집기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대의원, 권리당원들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다. 경향신문은 또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추미애 후보의) 친노와의 악연은 위기로 남았다"면서 "실제 일부 친노 당원들이 김 후보 편에 서면서 주류그룹의 표가 분산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추미애 의원은 친노그룹이 여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하자 한나라당(새누리당)과 연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바 있다.

조선일보는 추미애 후보가 당선될 경우 "더민주의 무게추는 친문계로 쏠릴 것이라는 관측"이라며 "비주류를 어떻게 끌어안는가가 숙제로 남게 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당대표 후보 모두 사드 반대 당론 채택이나 국회비준 동의를 요구하는 등 강경성향"이라며 "누가 당선되더라도 지금보다 왼쪽으로 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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