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영상화면 속에서 보인다. 그들의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길을 걷던 아저씨는 달려가 앞에 있던 고양이의 배를 힘껏 걷어찬다. 고양이는 화면 밖으로 날아가 내동댕이쳐진다. 알고 보니 고양이는 임신한 상태였고, 아저씨가 발로 걷어차는 바람에 유산의 아픔을 겪게 됐다. 아저씨와 함께 길을 걷던 아주머니는 고양이 주인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지만 정작 아저씨는 아무 말 없이 도망가 버렸다.

이 영상은 YTN에 제보로 들어온 영상이었다. 고양이의 주인인 슈퍼마켓 아저씨가 CCTV영상을 제보했다. 이 영상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며 네티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결국 고양이를 발로 걷어찼던 아저씨는 입건됐다. 26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미디어오늘 주최 ‘2016년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스토리텔링의 진화’에서 서정훈 YTN 모바일프로젝트팀장은 위와 같은 YTN의 모바일 제보 영상 플랫폼 성공 사례들을 설명했다.

YTN에 하루 약 70건, 1년에 2만 건 가량의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어떤 남성은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본 매미 유충이 허물을 벗고 매미로 탄생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내기도 한다. 울산에 지진이 발생했던 당시 집에서 키우던 애완견이 지진에 놀라 ‘개 깜놀’하는 영상이 제보로 들어오기도 했다. YTN은 일상의 영상을 시청자들이 보내오면 2차 가공을 통해 의미를 부여해 새로운 스토리텔링으로 구성한다.

▲ 26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2016년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스토리텔링의 진화’에서 서정호 YTN 모바일프로젝트팀장이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독자들이 뉴스의 서사를 새로 만들어가는 사례도 있다. 앞서 언급한 울산 지진의 경우 ‘개 깜놀’ 영상이 올라간 뒤 천안과 진해 등 다양한 지역에서 지진을 경험했다는 전국 독자들의 제보가 300여개나 쏟아졌다. 하나의 이슈를 독자들과 함께 다양한 서사로 풀어갈 수 있다는 것은 제보영상 뉴스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의도치 않게 찍힌 블랙박스나 CCTV 영상은 6mm카메라와 ENG카메라를 들고 기자가 출동해 의도를 갖고 찍는 화면보다 의미 있는 영상이 나오기도 한다. 기존 방송사들이 카메라로 담지 못했던 일상 속의 의미 있는 영상들이 시민의 눈으로 발굴되고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 YTN에서 제보받은 '개깜놀' 영상 갈무리. 지난 7월 공개된 이 영상 속 강아지는 당시 울산에 진도 5.0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자, 자다가 벌떡 일어나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YTN은 올해 초 횡단보도를 건너는 할아버지를 찍은 제보영상을 공개했다. 할아버지는 걸음이 불편해 신호등이 빨간 불로 바뀌었는데도 미처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남학생과 여학생이 할아버지에게 얼른 달려갔다. 이 학생들은 할아버지가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끝까지 부축했다.

이 영상은 엄청난 파급력을 불러왔고, 영상 속 학생들은 교육청에서 상도 받았다. 이 사례는 기존 언론사들이 ENG카메라를 들이댈 만큼 큰 사건이 아닌, 일상 속에서 볼 수 있는 가슴 따뜻한 현장들도 뉴스가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YTN이 동영상 제보 플랫폼을 구현하고 페이스북 구독자를 1년 반 만에 100배 늘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간단한 가정이 하나 놓여있었다고 서정호 팀장은 설명했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와 모바일 혁신을 해야 한다는 언론계 과제 앞에서 YTN은 시민들의 손에 들린 카메라가 늘어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리고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제보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라는 간단한 가정을 세웠다. ‘뉴스는 제보에서 시작되고, 뉴스는 YTN이다.’ YTN의 뉴스브랜드를 강화하겠다는 혁신은 이처럼 가장 단순한 원칙에서 출발했다.

▲ 지난 1월 YTN에서 제보받은 영상 화면 갈무리.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의 모든 일상은 실시간으로 모두와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생산주체가 언론사에서 독자로 넘어간 시대에선 콘텐츠는 결국 일상 속의 재미와 사건사고가 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었다.

YTN은 이용자들의 다양한 뉴스들을 제보받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에 나섰다. YTN의 콘셉트 모델은 크게 4R과 2G다. △보상체계(Rewards system) △빠른 대응(Readiness) △전담인력(Roles&Responsibilities) △도달범위(Reach) 등 4R과 개발범위와 서비스단&관리자단 디자인 등의 관리(Gent chart)와 모바일 제보 시스템 구축(Goal setting) 등 2G다.

YTN은 2014년 8월 모바일 제보시스템을 기획했고 같은 해 10월 디지털센터를 출범시켰다. 2015년 6월부터는 모바일 제보 영상 등 1차적 저작물을 2차적 저작물로 가공하는 작업에 돌입했고 이를 ‘제보영상’이라는 이름으로 포맷을 만들었다. 같은 해 10월부터는 제보 영상의 범위를 차량용 블랙박스로 넓혔다. 올해 4월부터 YTN은 제보 받은 블랙박스 촬영물을 2차 저작물로 가공해 서비스하고 있다.

물론 제보 영상을 페이스북을 포함해 방송 영상으로도 사용하는 것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게이트키핑 과정을 거치긴 하지만 빠른 승인해 노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보니, 제보영상이 다 담지 못한 진실의 이면은 알 수 없는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한 운전자가 오토바이가 도로에서 위협운전을 한다며 고발 영상을 제보했는데, 오토바이 운전자가 반대로 항의의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사생활 침해 논란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제보 영상에 담긴 인상착의를 보고 누군지 충분히 알 수 있는 경우 제보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영상에 찍힌 이들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 특히 영상 안의 사람들에 대한 인격 모독성 댓글이 달리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주의해야 할 지점들이 많다.

서정호 팀장은 YTN 모바일 혁신의 비결에 대해 “뉴스 브랜드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당장 뉴스를 통해 돈이 되는지가 중요한 지점이 아니다. 뉴스가 나간 뒤 가치가 있다면 YTN 뉴스 자체의 가치가 상승되는 효과가 있고, 더 좋은 뉴스 제보가 찾아올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힘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결국은 뉴스 브랜드 가치가 혁신의 시작이면서 해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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