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거지가 휴대폰 QR코드로 구걸한다. 휴대폰 가격이 워낙 저렴하니 거지도 스마트폰을 들고다니는 것이다. 중국의 삶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한국과 달리 중국은 UI(User interface)와 UX(User Experience)가 매우 정밀하게 구성돼있다. 스마트폰과 모바일 플랫폼이 중국 전체 소비 트렌드를 이끌고 삶이 바뀔 정도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금액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수준을 넘어섰다. 세계 IT 기업 10개 중 3개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매년 4000여개의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보다 400배 큰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1인미디어 산업 시장만 약 18조원의 규모로 커졌다. 한국 경제 규모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세계 1위의 혁신 종착지, 이 곳은 중국이다.

26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2016년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스토리텔링의 진화’에서 장재혁 ICB 수석 컨설턴트는 세계의 스마트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의 일면을 소개했다. ICB는 중국 알리바바 ‘Alipay(알리페이)’와 'Cainiao(차이니아오)'의 한국 파트너사다.

▲ 8월26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2016년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스토리텔링의 진화’에서 장재혁 ICB 수석컨설턴트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중국은 인구 13억6000만명, 인터넷 가입자는 6억9000만명, 휴대폰 가입자는 12억3000만명에 달하는 거대한 배후 시장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구매력 기준으로 GDP는 18조881억달러(약 2경원)로 세계 1위다. 이 외에도 중국은 대외무역액과 외자유치액, 외환보유고, 에너지생산력 등에서 모두 세계 1위를 차지한 ‘거인’이다.

그저 덩치만 큰 것은 아니다. 거대한 체력을 무기로 혁신에도 탄력을 내 아예 국가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중국이 새로운 밸류체인(Value Chain)을 구축한 덕분이라고 장재혁 컨설턴트는 설명했다. 과거의 중국은 전형적인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국가였다. 타국의 주문을 받아 제품 생산을 위탁받는 제조업 기반의 국가였다.

지금은 R&D에 투자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조와 디자인, 서비스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가치창출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예전처럼 중국이 싼 제품을 맡아 생산하는 ‘하청국가’와는 다른 모습으로 탈피하고 있다. 금융과 엔터테인먼트, 생활서비스를 넘어 O2O서비스와 음악서비스, 심지어 언론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인 'BAT'는 중국 혁신을 ‘하드캐리’하는 삼두마차다.

중국의 ‘굴기’는 이들 세 개 기업을 중심으로 한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특히 눈에 띈다. 2015년 기준 세계 전자 상거래 시장규모는 14조6000억달러인데, 이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7.62%다. 한국의 1%도 되지 않는 0.043%라는 수치에 비해 400배는 큰 수치다.

중국의 전자 상거래 시장은 한국과 달리 다양한 서비스로 세분화돼있다. 중국에는 쇼핑몰 플랫폼도 다섯 가지로 세분화돼있다. △해외전자상거래 플랫폼 △전자 쇼핑가이드 및 판매연동 플랫폼 △자유무역지구 및 보세구 전문 정부 주도 직구쇼핑 플랫폼 △입점형 역직구 쇼핑플랫폼 △자체운영형 역직구 쇼핑플랫폼 등 다양하다. 한국은 전자쇼핑가이드라고 해도 쇼핑몰 사이트 별 가격 비교 정도의 정보만 제공하는데 그친다.

중국의 비디오 스트리밍 산업은 올해 10조억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를 기반으로 수많은 MCN들이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스타로 유명한 ‘파피장(papi醬)’은 자신이 1인 방송에 실을 광고를 경매에 부쳤는데, 상하이 소재 화장품 업체인 리런리장이 38억원에 이를 구매하는 일도 있었다. 왕훙(網紅·인터넷 스타)이라 불리는 이들을 중심으로 한 시장 규모는 올해 기준 약 18조원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혁신이 우리의 머리 맡 중국 땅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은 지지부진하다. 장재혁 컨설턴트는 “BAT는 단순히 자신들이 자리잡은 기존 영역을 떠나 거대한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은 그저 파이 싸움에만 급급한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삼성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제조기업이라는 점에서 혁신의 콘텐츠와 플랫폼이 없고, 플랫폼 기반 혁신으로 가고 있는 BAT와 향후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했다.

알리바바만 해도 플랫폼 전략으로 체형을 키우고 있는데, 이와 함께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인터넷 플러스’라는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산업 구조 개편 정책이 맞물렸다. 혁신 DNA로 체질을 바꾸고, 정책이라는 '날개'까지 단 알리바바는 중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기반까지 갖춰가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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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진격의 거인'을 바로 머리 맡에 두고 있는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국은 중국 자본의 역습에 이미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식부터 바꾸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장 컨설턴트는 말했다. 중국에서 어떻게 돈을 벌 것이냐를 고민하기보다는 이미 중국이 IT분야에서는 한국을 앞질러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보다 근본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단계라는 것.

중국 진출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이미 산업 구조가 탄탄한 1선, 2선급 주요 도시가 아닌 3,4선 급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온라인 교육과 실버산업, 환경, 사회복지 등의 중국 내 수요를 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중국 산업 동향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을 길러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장 컨설턴트는 설명했다.

장 컨설턴트는 “중국에서는 한국의 물건을 직접 구매하고자 하는 역직구 열풍이 불었다. 이 수요가 어마어마하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중국에 비해 UI와 UX 수준이 너무 조악하기 때문이다. 인프라와 인재가 부족하다”면서 “고속성장하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만의 혁신형 플랫폼이 등장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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