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은 기술이자 플랫폼이며 매체다.”

‘어벤저스’ 등을 연출했던 미국의 조 루소 감독은 VR콘텐츠에 대해 이렇게 규정했다. 오늘날 VR기기 HMD(Head mounted Display)가 있으면 VR은 예능도 드라마도 심지어 뉴스도 볼 수 있는 매체로 변신한다. VR은 다양한 콘텐츠에 목마른 꽉 막힌 미디어 업계에 하나의 ‘오아시스’같은 존재로 등장한 상황이다.

박정훈 토마토프로덕션 본부장은 25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2016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스토리텔링의 진화’에서 VR로 여는 새로운 시청자 경험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박 본부장은 SBS에 몸담고 있다가 토마토프로덕션으로 옮겨 뉴미디어 기반의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특히 박 본부장은 VR로 드라마를 찍으며 VR의 새로운 문법을 담은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아직 대중에게 VR은 낯선 존재다. 박정훈 토마토프로덕션 본부장은 VR에 대해 “이미 우리가 일상에서 접해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크린골프는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VR로 볼 수 있다. VR 콘텐츠인 3D 영화 역시 대중에게 친숙하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VR을 접하고 체험하는 환경 속에 있었던 셈이다. 현재 VR을 사용하고 있는 분야는 게임과 영화, 교육, SNS, 헬스케어와 기업 업무 등 다양하다.

게임에서는 HMD 단말기를 끼고 1인칭 슈팅게임에서 사실감을 더욱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활용 가능하다. 교육 분야에서는 세계 각지의 학생들이 가상 교실에 모여 수업을 진행하거나 과학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물리법칙 체험 가상현실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분당 차병원은 VR을 통해 헬스케어를 활용하고 있다. ‘흔하디 흔한’ VR이 갑자기 미디어 업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 8월25일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2016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 '스토리텔링 진화'에서 박정훈 토마토프로덕션 본부장이 강연에 나선 모습. ⓒ이치열 기자
박 본부장은 2014년 마크 주커버그가 가상현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벤처기업인 ‘오큘러스 VR’을 2조5000억 원에 인수한 것을 꼽았다. 또한 올해 초 열린 전 세계 모바일·이동통신 산업 전시회인 MWC(Mobile World Congress)에서 많은 사람들이 삼성의 VR기기를 쓰고 콘텐츠를 체험하는 도중, 마크 주커버그가 깜짝 등장했던 사건도 있었다. 당시 마크 주커버그는 삼성과 VR 분야에서 협력하겠다며 “차세대 플랫폼은 VR”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라는 휴대폰 디바이스 제작 업체가 플랫폼 기업인 페이스북과 함께 VR에 뛰어들게 된 것은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미 하드웨어 시장은 성장의 변곡점을 찍고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시점에서, 결국 승부는 소프트웨어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에는 VR 콘텐츠를 볼 만큼의 충분한 기능이 포함된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VR은 새로운 미래의 먹거리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박 본부장은 “2020년까지 한국의 VR시장은 5조7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중요한건 결국 콘텐츠다. 저널리즘 분야에서도 VR 콘텐츠는 큰 의미가 있다. 하나의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다층적인 모습을 한 눈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재는 많은 언론사들이 VR을 시도하겠다며 360도 화면을 담은 콘텐츠를 내놓고 있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무슨 의도인지, 그리고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조차 감을 잡기 힘든 것들이 많다. 호기심은 끌 수 있지만 정작 360도로 돌아가는 화면 속에서 어지러움과 난해함만 느끼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VR영상을 제작할 때와 2D 영상의 스토리텔링 문법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2D 영상에서는 하나의 화면에서 다른 화면으로 넘어갈 때 ‘커트(cut)’와 ‘인서트(insert)’ 등의 방식으로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VR 영상에서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는 360도의 확장된 공간 안에 원하는 프레임을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핵심이다.

▲ 토마토프로덕션에서 제작했던 VR드라마인 '사월애'의 한 장면.
토마토프로덕션에서 제작했던 VR드라마인 ‘사월애’에서는 한 여학생이 교무실에 들어와 교생 선생님의 책상에 놓인 카메라를 본다. 카메라에 담긴 사진을 하나하나 넘겨본다. 여기서 VR드라마는 여학생이 보고 있는, 카메라 안에 담긴 사진을 360도로 보이는 공간 안에 배열한다. 여학생이 어떤 사진을 보게 될지를 유저가 실제로 돌려가면서 보게 되는 것이다. 유저가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동선을 배치하는 것이 VR 콘텐츠의 문법이다.

박 본부장은 VR 콘텐츠 제작의 핵심을 ‘유저와 콘텐츠 간 소통’이라고 짚었다. 박 본부장은 “이용자가 HMD를 쓰고 콘텐츠와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며 360도 공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하지 못하면 진정한 VR 콘텐츠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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