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 안 나온다. 영상의 퀄리티가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크리에이터’들의 인터넷방송은 인기가 많다. 특히, 도티라는 이름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나희선 샌드박스네트워크 콘텐츠총책임자는 10대들에게 ‘초통령’으로 불릴 정도다. 그가 올리는 영상은 기본 10만 조회수가 넘고,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100만 명에 달한다.  

나희선 총책임자는 25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2016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스토리텔링의 진화’에서 “10대들이 TV를 보지 않는 이유는 부모님이 리모컨을 잡고 있거나, 자신의 방에 TV가 없어서가 아니다”라며 “유튜브에서 나온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가 10대들에게 가장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성세대는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B급’ ‘비주류’로 취급하지만 10대들에게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 나희선 샌드박스네트워크 콘텐츠 총책임자가 25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열린 ‘2016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스토리텔링의 진화’에서 10대들의 콘텐츠 소비문화를 설명하고 있다.
“도티님 오늘도 저를 위해 영상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관에서 영화보고 있는데 도티님 방송이 더 끌리네요.” 나희선 총책임자의 콘텐츠에선 이런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가 인기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나희선 총책임자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가 무엇이냐? 자막이 크면 모바일 콘텐츠인가? 아니다. 모바일과 함께 자란 세대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는 게, 그들의 감성에 맞는 게 적절한 모바일 콘텐츠”라고 말했다.

그가 10대들의 선호도가 높은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응용해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게임은 정해진 세계관 속에서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세계관을 창작자가 만들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그의 콘텐츠 중 유난히 인기가 많은 콘셉트는 ‘상황극’이다. ‘꿀벌대소동’ 같은 작품을 마인크래프트로 구현하고, ‘어벤저스’ 영웅들로 술래잡기를 하는 식이다.
 
도티가 유난히 큰 인기를 끌게 된 건 우연이 아니다. 그는 10대를 알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루에 무조건 30분씩 10대들이 주로 사용하는 카페, 소셜미디어에서 그들의 문화, 말투, 소통방식을 공부하겠다는 생각으로 모니터링 해왔다.”

▲ 도티의 마인크래프트 방송 콘텐츠 갈무리.
10대를 이해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도 필수적이다.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전반적인 추세를 분석한다. 그는 “방송국에서 분당, 회당 시청률을 파악하는 것처럼 내 영상을 초단위, 분단위로 분석해 이용자 이탈율을 파악한다”면서 “유튜브 내에서 어떤 키워드가 검색되는지 본다. 요즘 ‘핫’한 ‘오버워치’, ‘지렁이 키우기’ 등에 대한 검색량을 체크하고 얼마나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지 살펴본다”고 말했다.

TV를 보지 않는 10대는 자칫 콘텐츠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더욱 적극적이다. 나희선 총책임자가 꼽은 10대의 특징은 ‘접속(connection)’ ‘창조(creative)’ ‘커뮤니티(community)’ ‘큐레이션(curation)’이다. 10대는 직접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공유하고 소개한다. 기성세대처럼 단순히 시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세계와 관계를 맺는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어제 도티 콘텐츠 봤어?”라고 묻거나, 크리에이터들이 출연하는 행사에 참석하는 식이다.

그는 기성 미디어가 10대들에게 다가갈 것을 주문했다. “SBS의 ‘런닝맨’과 내가 만든 포켓몬스터를 응용한 술래잡기 콘텐츠. 10대들에게 무엇이 프리미엄 콘텐츠인가. 기존의 상식으로는 연예인들이 나오고 대규모 제작비, 인력이 투입된 런닝맨이 프리미엄 콘텐츠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도티의 영상이 런닝맨보다 재밌다. 기성 미디어를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직접 사용자들과 소통하면서 채널을 운영한 크리에이터들처럼 독자에게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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