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영화 ‘인천상륙작전’ 홍보리포트 제작 지시를 거부한 KBS 문화부 기자 2명에게 24일 감봉 2개월 징계를 통보했다. 징계사유는 ‘상사의 업무지시 거부에 의한 직장 질서 문란’이다. 내부 구성원들은 “사측이 KBS 역사상 유례가 없는 막장 징계를 결국 자행하고 말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KBS기자 다수가 가입되어 있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25일 성명을 내고 KBS 편성규약 6조 3항 “취재 및 제작 실무자는 신념과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프로그램의 취재 및 제작을 강요받을 경우 이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와 5조 4항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실무자의 취재 및 제작내용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정하거나 실무자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 조항을 언급하며 “사측의 처사는 사규보다 앞서는 편성규약 조항을 전면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영화 '인천상륙작전'. ⓒCJ엔터테인먼트
KBS 내부구성원들에 따르면 KBS의 문화부 간부는 일선 기자에게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흥행에 성공하고 있음에도 낮은 평점을 주는 평론가들을 비판적으로 보도하라고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편집회의에서 이념 프레임 논란을 문제 삼을 것을 주문했다’는 발언과 ‘국장이 시켰고 국장이 시키면 하는 것이 보도국 30년 전통이고 원칙’이라는 식의 발언이 등장했다는 게 기자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이 사건은 보도지침 논란으로 비화됐다.

당시 기자들은 “개별 영화 아이템은 홍보가 될 수 있어 과도하게 다룬 적이 없다”, “개봉 첫 주도 지나지 않아 영화에 대한 평가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관객과 평론가의 차이를 어떻게 논할 수 있느냐”고 반발했지만 경위서 작성을 요구받았다. KBS와 KBS미디어는 지난해 9월 이 영화에 각각 20여억 원, 10억 원을 투자했다.

▲ 7월27일 KBS ‘뉴스라인’에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주연배우 이정재씨가 출연한 모습. ⓒKBS
이번 징계를 놓고 KBS기자협회는 24일 “국장이 시키면 하는 것이 언제 우리의 전통이고 원칙이었나”라고 되물은 뒤 “이번 징계는 내부의 건전한 비판의식과 제작 자율성을 훼손하고 소통의 가치를 부정하려는 폭압적 조치”라며 즉각적인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200명이 넘는 KBS 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은 두 기자의 징계를 반대하는 연명부에 서명한 상태다. KBS기자협회는 해당 건과 관련한 보도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했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이번 사안을 논의할 임시 공방위 개최를 사측에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 역시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아이템 방향에 문제를 제기하고 부당한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것은 편성규약은 물론 내면의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적 기본권의 영역에 속한다”고 주장하며 “막장 징계 관련자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현재 징계무효를 위한 법적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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