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폐막한 리우올림픽이 올림픽중계 역사상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 관계자는 “역대 올림픽 중 가장 많은 시차를 기록한 리우 올림픽은 주요 경기시간대가 새벽에 몰리면서 본방송 시청률로는 역대 최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상파3사의 올림픽 중계방송 평균 시청률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34.2%, 2004년 아테네 올림픽 31.5%, 2008년 베이징 올림픽 32%, 2012년 런던 올림픽 23.1%를 기록했으나 리우올림픽의 경우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리우 올림픽에서 지상파3사 시청률 30%를 넘은 경기는 양궁 여자 개인 16강전과 축구 남자 8강전 정도다. 기대를 모았던 손연재의 리듬체조 경기의 경우 오전 4시~6시 사이에 편성되며 3사 합계 6% 안팎에 머물렀다. 지상파의 한 관계자는 “시차는 극복할 수 없는 한계였다. 각오는 하고 있었다”고 전한 뒤 “8월16일 네덜란드와의 여자 배구 8강전은 오후 프라임시간대인 10시였고 국민적 관심도도 높아서 내심 3사 합계 50%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30% 수준이었다”며 “시차를 떠나서도 충격은 컸다”고 말했다.

▲ 20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손연재가 리본 연기를 펼치고 있는 모습. 개인종합 결선 경기는 시차로 인해 한국에서 새벽에 편성되며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8월15일(월) 오후 9시~11시 프라임시간대 MBC ‘리우올림픽’ 시청률은 7.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였다. 올림픽이 폐막한 이후인 8월22일(월) 오후 9시~11시 편성된 MBC ‘워킹맘육아대디’는 9.1%, ‘리얼스토리눈’은 8.5% ‘몬스터’는 8.9%의 시청률을 나타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동일 시간대에서 올림픽 편성보다 일반 편성 시청률이 더 높게 나온 대목은 상징적이다.

이번 올림픽은 그 어느 때보다 결방이 적었다. SBS의 경우 8월15일(월) 프라임시간대 올림픽 경기 대신 ‘생활의 달인’과 ‘닥터스’를 편성했다. 이날 ‘닥터스’ 시청률은 20.8%를 기록했다. 하지만 11시10분부터 새벽 1시까지 이어진 ‘리우2016’은 3.6%의 시청률로 저조했다. 같은 날 오후 8시30분부터 새벽 1시까지 편성된 KBS2TV ‘리우2016’도 8.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어디에도 ‘대박’은 없었다.

방송업계에 따르면 리우 올림픽 중계방송 광고판매량은 지상파3사 합계 200억 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런던 올림픽 당시 광고판매량은 574억 원 수준이었다. 지상파3사가 지불한 리우 올림픽 중계료가 44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적자가 예상된다.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4년 전에 비해 기본적으로 TV시청 총량도 줄었고 스포츠영웅도 없었다. 중계도 다음날 아침 포털사이트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본 사람이 많았다”며 “이제 모든 중계를 생방송 나열식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는 시청률이 안 나온다. 중계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8월22일자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지상파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개최지인 도쿄가 한국과 시차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중계권을 사와 인기경기를 틀면 성공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예컨대 리우와의 시차가 불과 한 시간(미국 동부 기준)에 불과했던 미국 NBC의 개막식 시청자 수는 2650만 명으로 2000년대 들어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런던 개막식에 비해 32%가 줄어든 수치다.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스포츠영상을 하이라이트로 보는 시청습관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상파의 한 관계자는 “본방 시청에 대한 욕구는 전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 같다. 미국은 올림픽 영상을 NBC가 독점하고 있지만 우리는 네이버나 다음에서도 핫클립으로 볼 수 있다. 뉴미디어에 중계권을 팔아서 얻는 이익보다 시청자를 빼앗겨서 얻는 손실이 더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털사이트에 영상을 판매하지 않을 경우 ‘올림픽 붐업’이 안 될 가능성이 높아 리스크가 있다. 

이런 가운데 지상파3사는 순차중계라는 ‘신사협정’을 깨며 출혈경쟁에 나섰고, 애국주의적이고 성차별적인 중계를 반복하며 비판을 받았다. 이래저래 지상파3사로선 괴로웠던 올림픽이 끝났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