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기사와 사설을 통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압박하고 청와대 관계자가 조선일보를 ‘부패기득권세력’으로 지칭하는 등 청와대와 조선일보 간 전면전 양상이 벌어져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MBC ‘이석수 특별감찰관, 감찰 상황 누설 정황 포착’ 리포트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의 감찰 상황을 전달한 특정 언론으로 조선일보가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19일 “이 특별감찰관이 감찰 내용을 특정 언론에 유출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건 중대한 위법 행위로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 발표하며 청와대와 조선일보간의 갈등 관계가 격화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병우 죽이기의 본질은 임기 후반기 식물 정부를 만들겠다는 의도”라며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우 수석 의혹에 대해 입증된 것이 없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조선일보가 청와대로부터 ‘부패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된 것이다.

당장 조선일보 기자들은 격분했다.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부패 기득권 세력’이란 지칭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부패 기득권 세력이냐. 우리가 기득권을 가진 적도 없고 누구한테 가서 돈을 받은 적도 없다. 기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데… 기가 찰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선일보 기자는 “보수지에서 우병우는 물러나야 한다고 말하는데도 (청와대의 대응이) 저 정도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말한 뒤 “우병우 수석이나 청와대에서 부패기득권 세력이란 식으로 계속 도발하니까 오히려 취재가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와의 전면전 프레임은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조선일보 기자는 “우리만 청와대를 비판하고 있는 건 아니다.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전면전이란 프레임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TV조선의 한 기자는 “청와대와 조선일보가 싸우길 바라며 부추기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프레임을 전쟁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한 뒤 “이 사건의 본질은 청와대와 조선의 싸움이 아니라 우병우 수석에게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다”라고 말했다.

MBC 보도에 대해선 비판적인 모습이었다. MBC는 해당 리포트에서 특정 언론사를 조선일보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조선일보는 19일자 사설에서 “감찰 정보 누설이라고 보는 것은 억지다”, “훨씬 중요한 것은 기자의 취재 메모가 어떤 경로로 MBC 등 언론에 유출됐느냐는 점”이라며 MBC보도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MBC 보도 이후 여당 일각에선 이석수 감찰관이 감찰 내용 누설을 금지한 특별감찰관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우병우 민정수석 관련 취재에 참여한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MBC보도는 내가 지금까지 봤던 보도 중에 제일 웃긴 보도다. MBC 보도대로라면 앞으로 MBC는 공개 브리핑에서 불러주는 내용 말고는 아무것도 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조선일보 기자는 MBC 보도에 대해 “우병우를 살리기 위한 물타기”로 단정했다.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MBC 보도에 대한 법적대응 여부를 묻자 “확인되지 않은 내용은 대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와대와의 전면전 분위기에 따른 위기감은 조금씩 판단이 달라보였다. 조선일보 한 기자는 “내부적인 위기감은 없다. 경영적인 압박이 온다면 그건 경영진이 고민할 문제”라고 밝혔다. 또 다른 조선일보 기자도 “박근혜 정부가 4~5년 남았으면 모르겠는데 지금 정부에게 힘이 있겠나”라며 “경영압박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TV조선의 한 기자는 “청와대가 마음만 먹으면 세무조사나 종편재승인 심사처럼 잠재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한 뒤 “VIP 특성상 이게 진짜 전쟁이라고 판단한다면 성격상 좌시하진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