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식회사 언론부.”
한 때 외국 언론들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 사회를 ‘한국주식회사’라는 색다른 조어로 표현한 적이 있었다. 한국 전체가 마치 하나의 회사처럼 조직적이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부러움의 눈길도 있지만 그보다는 비아냥기가 더 많이 섞여 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엄연한 국가를 주식회사로 표현한 것 자체가 일사불란하게 조직적 동원이 가능한 한국사회와 사회 각 부문의 독자성을 중시하는 선진민주국가를 대비시켜 은연중 우월감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느닷없이 돌출된 5·18특별법 제정 건을 보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는 ‘한국주식회사’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검찰의 결정이 1백80도 바뀌는 현실은 사장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회사 같은 조직체를 연상시킨다. 극히 일부를 제외한 언론계의 현실 역시 한국주식회사의 일개 부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5·18을 폭거라고 말하면 언론은 그대로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정부가 민주화운동이라고 물꼬를 튼 뒤에야 언론은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언론은 정부의 “공소권 없음”결정에 학살자 처벌은 운도 떼지 못했다. 지난 여름부터 불어닥쳤던 5·18단죄 외침에 놀라우리만치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것도 그간의 행태에 비춰보면 당연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노태우 전대통령의 부정부패 사건에 언론이 뜨거운 관심을 보인 것은 정부가 먼저 노씨를 수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틀린 말일까…. 언론이 제4부라는 고전적 원론을 들먹일 것도 없이 이제 무뇌아(無腦兒) 같은 부끄러운 행태는 그만 둘 때가 됐다.

“언론자유가 무한정 허용되고 있다”는 정부측 선전과 “못 쓸 것이 없다”는 허황된 자아도취에 빠져 있기에는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고 아직도 넘어야 할 벽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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