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대통령이) KBS를 봤네.” “다른 걸로 대체를 해주든지, 아니면 한번만 녹음을 더 해주시오.” 이정현 녹취록으로 청와대의 공영방송 보도개입이 드러났으나 처벌은커녕 아무도 조사받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법안이 나왔다.

최명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방송법 개정안’과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방송편성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태가 벌어질 경우 방통위가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정현 녹취록 논란이 불거져 방통위 야당 상임위원들이 대책마련을 요구하자 최성준 위원장은 “방통위가 조사권이 있는 게 아니고, 검찰수사 중인만큼 수사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이치열 기자.
방송법 개정안에는 △방통위 조사 때 방송사의 협조의무 부과 △방통위의 조사결과 즉각공개 △의무적으로 후속조치 마련 등의 조항도 신설됐다. 또한 최명길 의원은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도 함께 대표발의해 방통위의 소관업무와 심의의결사항으로 ‘방송편성 관련 규제 또는 간섭의 조사, 제재’를 명시했다.

기존 방송법에도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해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4조2항)고 명시하고 있고, 처벌조항도 있다. 그러나 조항이 모호하다보니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 

지난 2월 백종문 MBC미래전략본부장이 MBC 편성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으나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방송법상 ‘누구든지’는 외부의 세력을 지칭하는 표현이기 때문에, (MBC 내부 인물의 편성개입은) 방송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조항 자체가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고, 사실상 사문화돼 지금까지 이 조항으로 처벌받은 경우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최명길 의원의 개정안은 이를 막기 위해 방송법 4조2항의 ‘누구든지’를 ‘정부 및 특정집단의 관계자, 방송사업자의 임직원 등 누구든지’로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 경우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 이정현 청와대 전 홍보수석의 보도개입정황을 편성개입으로 볼 수 있다.

▲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뒤)과 김시곤 전 KBS보도국장.
최명길 의원은 “방송법이 정하고 있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앞장서 지켜야할 방통위 수장이 방송법의 핵심가치가 훼손당함에도 ‘나몰라라’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면서 “방송법 4조의 권위를 다시 세우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담아 이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두 법안은 최명길 의원이 대표발의했으며 최인호, 윤호중, 박용진, 강병원, 이원욱, 유승희, 김영진, 진선미, 이훈, 고용진, 김두관 의원이 공동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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