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신 보도지침’이후 KBS의 정부 비판 보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MBC, SBS 등 다른 방송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 역시 줄어들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9일 ‘세월호 참사 초기 방송사 메인뉴스 모니터보고서’를 내고 이 같이 밝혔다.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은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4월21일, 4월30일 두 차례 보도 내용에 항의하는 전화를 걸었고, 이를 기점으로 정부, 해경 등을 비판하는 보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현 홍보수석이 전화를 걸기 전까지 KBS 뉴스9의 세월호 참사 관련 정부 비판 리포트는 일 평균 4.6건이었으나 21일 첫 통화 이후 3.3건으로 줄었다. 두 번째 통화 다음날부터 김시곤 국장이 사퇴한 8일까지 KBS의 일평균 정부 비판 보도량은 2.4건으로 더 줄었다.

4월22일 KBS는 톱리포트와 두 번째 리포트에서 해경이 필사적으로 구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식당 격벽 뚫기 집중, 3·4층 동시 수색” “'산소 부족' 경보에도 한 명이라도 더”등이다. 4월24일 KBS는 톱리포트에서 '잠수부가 720여명으로 늘었다'는 해경의 발표를 인용했다. 그러나 같은 날 SBS는 “75명의 잠수요원이 교대로 투입되었다”고 보도했으며 JTBC가 "민간 잠수요원 343명 중 실제로 구조에 나선 사람은 16명"이었다고 보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4월25일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하자 KBS는 첫 번째 리포트를 포함해 다섯개 리포트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 방한 소식을 다뤘고, 세월호 참사 소식은 밀려났다. KBS가 22일부터 29일 사이 '해경 구조의 적절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보도는 2건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목포 해경을 압수수색했다’는 보도와 선원을 먼저 구조한 해경의 미숙함을 지적하는 보도였다.

▲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KBS보도국장.

이 같은 추이는 다른 지상파 방송도 마찬가지다. MBC의 경우 4월21일까지 정부비판 리포트가 하루 평균 3.3건이었지만 22일부터 30일까지는 2.1건으로 줄어들고, 5월1일부터 8일까지는 1.3건으로 줄어든다. SBS 역시 같은 기간 4.5건에서 4.2건으로, 다시 2.1건으로 줄어든다. 

사고 초창기 이미 정부를 비판했으니, 관련 보도량이 줄어드는 건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4월 말부터 ‘해경이 해군 투입을 통제했다는 사실’과 ‘해경-언딘 유착문제’등 구조 실패에 대한 구체적인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JTBC는 4월21일까지 정부비판 리포트가 일 평균 7.3건이었고, 22일부터 30일까지 11.4건으로 되레 늘어난다. 5월1일부터 8일까지도 8.2건으로 참사 초창기보다 정부비판 보도량이 더 많다. 5월1일부터 5월8일까지 언딘 관련 보도량은 KBS 3건, MBC 0건, SBS 1건, 채널A 1건, TV조선 2.5건으로 JTBC(10건)와 차이가 크다.

실제 보도 내용을 보면 관련 의혹을 끈질기게 추적한 건 JTBC 뿐이다. 4월30일 JTBC는 “국방부 ‘해경, 언딘 위해 UDT막아” “해경, 해군 헬기·고속함도 접근 통제”에서 해경이 언딘을 위해 군의 구조를 통제했다는 의혹을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JTBC는 1일 “출동하던 구조업체에 돌연 "돌아가라"”에서 청해진 해운이 10년간 거래했던 구조 업체를 돌려보내고 언딘과 계약한 사실을 보도했다. 6일 보도에선 “해경-언딘, 중국 인양업체 방문 동행”에서 언딘 사업팀의 중국 인양업체 방문에 해경이 동행한 사실을 보도했다.  

민언련은  “MBC도 청와대의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충분히 친정부적인 보도, 정부가 원하는 보도를 했거나 청와대의 요청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민언련은 “(이정현 전 수석이) 태연하게 (관련 통화를) '홍보수석의 통상적 업무'라고 말했다. 이 정도 확신에 찬 행태를 감안하면 청와대의 언론 통제는 분명 KBS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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