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도부 사이의 균열이 포착되고 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 문제를 두고 이정현 대표는 청와대와 궤를 같이 하는 반면 정진석 원내대표 등은 우병우 수석이 스스로 거취를 정리해야한다는 입장으로 갈린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가 의뢰된 우병우 수석에 대해 “우병우 수석 입장은 지금 부자연스럽고 또 정부에 부담이 된다”며 사퇴 입장을 밝혔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다수 의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일부에서도 제기되는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누설’과 관련해서는 “감찰관에게 문제가 있으면 그것대로 다루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과 정진석 원내대표. 사진=포커스뉴스


정진석 원내대표는 전날인 18일 우병우 수석의 검찰 수사가 의뢰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병우 수석은 대통령과 정부에 주는 부담을 고려해 자연인 상태에서 자신의 결백을 다투는 것이 옳다. 우병우 수석이 결심해야할 시점”이라고 한데 이어 재차 우병우 수석을 압박했다.

새누리당 안팎의 관계자에 따르면 정진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올린 후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정현 당대표, 원내대표단에 해당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김재원 정무수석은 19일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어제(18일) 오후 8시11분 정진석 원내대표가 ‘우 수석 사퇴 하는 게 옳다는 뜻을 밝혔다’는 문자메시지가 왔다”고 전하며 일방적 통보였음을 강조했다.

복수의 원내부대표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원내부대표들에게도 해당 사실을 알렸다’고 확인했다.

당내에서는 우병우 수석이 스스로 거취를 정리해야한다는 의견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우병우 수석도 참모로서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본인 거취에 대해 숙고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원내대표와 함께 민정수석의 거취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날 한 재선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몇몇 의원들도 우병우 수석이 (사퇴) 타이밍을 놓친 거 아닌가 하는 의견이 있었다”며 “정진석 원내대표가 페북을 통해 사퇴 건의를 한 후 의원들에게 알려지면서 그런(사퇴 요구) 상황을 주도하게 된 거 같다”고 말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원내대표 개인적인 의견을 올린 것으로 본다”며 “원내대부대표들도 페북에 올린 사실을 들었는데 ‘알았다’는 정도로 공유가 됐다”고 말해 간극을 보였다.

반면 이정현 당대표는 19일 우병우 수석의 거취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진상을 규명해 문제가 나왔다면 1초라도 기다릴 수 있겠나. 당연히 의법조치해야하고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검찰 진상규명을 우선하겠다는 것으로 우병우 수석 사퇴 요구와는 결이 다른 반응으로 해석됐다.

이정현 당대표는 이날 연 상임고문단 오찬에서도 우병우 수석 사태가 지속될 경우 박근혜 정권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는 당부를 받았다. 당 안팎의 문제 해결 요구와 우병우 수석의 사퇴 요구를 받고 있지만 이정현 당대표의 입장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앞서 김현아 새누리당 대변인은 우병우 수석이 검찰 수사 의뢰가 된 후 보도자료를 통해 “법의 틀 안에서 한 점 의혹없이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면서도 특별감찰관의 기밀 누설 의혹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였다.

새누리당 친박계나 비박계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균열은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우병우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와 함께 감찰 기밀 누설 문제가 부각될수록 입장차가 더욱 명확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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