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연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유력 언론인 A씨가 조선일보 고위급 간부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려 조선일보를 압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근 청와대가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다"고 비난한 것도 조선일보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알려졌다" 또는 "전해졌다"로 끝나는 언론 보도는 계속되고 있지만 A씨의 구체적인 혐의 사실은 거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유력 언론인은 누구? 

세계일보는 지난 8일 "검찰이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과 관련해 대우조선해양의 홍보대행사 N사를 전격 압수수색하고 N사 박모 대표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N사가 2008년부터 3년 동안 대우조선해양과 26억원 상당의 광고홍보 대행을 맺었고, 박 대표가 친분이 있는 정관계 인사들에게 남상태 전 사장의 연임을 부탁한 것으로 검찰이 보고 있다는 보도였다.

세계일보는 "검찰은 박 대표와 친분이 있는 유력 언론인 A씨가 3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며 "박 대표는 A씨를 통해 정관계와 재계 유력인사들을 만나 인맥을 쌓는 과정에서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을 알게 됐으며 박 대표와 민전 행장의 친분을 확인한 남 전 사장이 박 대표에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9일 “남상태 ‘연임로비 위해 민유성 측근 회사에 20억 썼다’”라는 기사에서 "특별수사단은 또 남 전 사장 측이 조성한 금품 일부가 박 사장 등을 통해 정관계와 친분이 깊고 우호적인 기사를 낼 수 있는 유력 언론사 간부에게도 흘러갔다는 의혹도 확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한발 나아가 22일 " 뉴스커뮤니케이션즈가 2010년 무렵 대기업들에 배포한 추천인 명단에는 당시 민유성 KDB산업은행장(62·출국금지), 검찰 고위 간부 K씨, 유력 일간지 고위 간부 S씨,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66·구속 기소) 등의 실명과 휴대전화 연락처가 여러 차례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뉴스커뮤니케이션즈가 추천인 명부를 작성한 것은 위법은 아니지만 정재계, 언론인 등의 실명과 휴대전화 연락처를 적을 정도로 고위층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영업을 벌인 구체적 정황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은 추천인으로 기재된 S씨 등이 박 대표나 대우조선해양 측에서 청탁과 함께 뒷돈이나 편의를 제공받았는지 수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세계일보는 22일자 <대우조선 검찰 수사, 정관계 넘어 언론까지 확대되나>라는 기사에서 "남상태(66·구속기소)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유력 언론인 A씨의 친형이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혐의를 구체화했다.

세계일보는 "22일 사정기관에 따르면 A씨의 친형 B씨는 남 전 사장이 연임에 성공한 직후인 2009년 3월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로 선임됐고, 대우조선해양의 내부 규정에 따라 감사위원회 감사위원도 겸하며 재무재표 승인 등의 업무를 맡았다"고 보도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해당 보도에서 유력언론인 A씨는 조선일보 고위급 간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일보 기사에 거론된 B씨는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를 역임한 교수로 A씨의 친형인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법조계 기자들은 기사에 등장하는 '유력 언론인', ‘유력 언론사 간부’를 조선일보 소속의 고위급 인사라고 지목했다.

'유력 언론인'의 소속 매체와 이름을 공개한 곳은 없지만 향후 수사 방향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어디에서 흘러나온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확인해줄 수 있는 것 없다'며 공식적인 확인을 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디어오늘은 수차례 거론된 언론인에게 검찰 수사 입장을 직접 물었지만 답을 주지 않았다.

조선일보 고위급 간부가 검찰 수사 대상이라며 이니셜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지난 19일 청와대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다고 한 비난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유력 언론인'의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단계는 아니지만 수사 가능성을 내비치며 조선일보를 점점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향후 청와대와 조선일보와의 전면전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조선일보는 우병우 민정수석을 남겨두고는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청와대는 우병우 수석의 사퇴 요구를 정권 흔들기로 규정하고 역으로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결과 누설을 문제삼고 있다. 우병우 수석의 비리가 청와대와 보수 언론의 갈등으로 비화하면서 정권 말 보수세력 내부의 균열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다.

박근혜 정부는 조선일보와 발을 맞춰 채동욱 검찰총장을 쫓아냈다.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죽이는 전략으로 국정원 검찰 수사를 중단시킨 전례가 있다.

박근혜 정부는 우병우 수석을 보호하기 위해 같은 전략을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검찰이 조선일보 고위급 간부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소문은 그 자체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차적 조회를 경찰에 부탁한 조선일보 이아무개 기자를 불구속 입건한 것이 전초전이라면 조선일보 고위급 간부가 비리 의혹 사건에 연루돼 거론되는 상황은 조선일보의 목을 대고 협박하는 것에 가깝다.

부패범죄특별수사 결과는 양날의 칼

지난 1월 꾸려진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지난 6월 대우조선해양을 압수수색하고 남상태 전 사장을 긴급 체포하면서 수사를 개시했다.

특별수사단이 대우조선해양을 첫 타깃으로 잡은 것은 조선해양 사업 분야의 경영 부실 은폐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목적은 MB 정권 인사들의 비리를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MB 정권 실세들이 자신의 자리를 이용해 일감을 몰아주는 형태로 특혜를 주는 비리를 잡겠다는 것.

특별수사단은 다른 한 축으로 남상태 전 사장의 개인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히 남 전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은 정관계 인사들이 개입돼 있다는 소문이 파다해 수사에 착수한다는 소식이 들릴 때부터 파장이 일었다. 검찰이 N사 박모 대표를 압수수색한 것은 연임 로비와 관련돼 있는 정관계 인사들까지 확대해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박모 대표는 정관계 유력 인사와 관계를 맺고 있는 마당발로 통하고 있다. 남상태 전 사장 연임의 키를 쥐고 있었던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을 포함해 이명박 정부 정관계 인사 등과 관계를 유지했고, 삼성물산 대 엘리엇 소송, 외환은행 대 론스타 소송 등 외국계 회사를 홍보하면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법조계에선 영향력이 큰 사건을 연결시켜주는 사건 브로커로도 유명하다.

특별수사단의 수사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 불투명하지만 박모 대표를 수사 중심에 올려놓고 로비 의혹에 관여된 인물로 조선일보 소속 고위급 인사가 거론된 것은 정권 차원에서 일종의 경고를 보내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다.

특별수사단의 수사는 우병우 민정수석과도 연관이 깊어 양날의 칼로 통한다. 박모 대표는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의 측근이다. 박 대표는 조 전 부사장 소송의 언론홍보를 맡았고, 법률자문을 맡은 인물이 우병우 수석이었다. 우병우 수석은 2013년 10월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가 효성을 압수수색하고 수사를 벌이자 변론에 나섰고 결국 조현문 전 부사장은 처벌 대상에 빠졌다.

경향신문은 지난 9일 "박 대표가 사건을 알선해주고 대가를 받는 등 브로커 역할을 한 사실이 확인되면 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우 수석과 관련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우병우 법률사무소의 공문을 보면 우 수석은 특수부 수사 방어 뿐 아니라 2014년 2월 효성 계열사의 회계자료를 요구하고 직접 찾아가 받아 오는 등 조 전 부사장을 대리해 효성 고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수석이 검찰 수사에도 개입했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는 보도였다.

정리하면 박모 대표를 수사하고 있는 특별수사단의 칼끝에 우병우 민정수석과 조선일보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는 셈이다. 현재까지 특별수사단은 박모 대표를 연결고리로 한 우병우 민정수석과 조선일보 고위급 인사에 대한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양날의 칼을 쥔 검찰이 과연 누구를 먼저 내리칠 것인지에 따라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힘겨루기도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 속도도 검찰의 수사 방향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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