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SBS등 방송사가 김영삼 대통령의 5·18 특별법 제정 지시에 맞춰 일제히 김대통령을 80년대 민주화운동의 견인차 등으로 일방적으로 미화하는 기획프로그램을 내보내 안팎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KBS는 5·18특별법 수용이 발표된 11월25일 9시 뉴스가 끝난 35분부터 25분간 <보도기획 역사를 바로 세운다>를 긴급 편성, 5·18이후 김대통령의 행로를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내용을 방송했다.

SBS도 특히 이 보도를 내보내면서 83년 YS의 단식 및 연금 장면, 6월 항쟁 때 시위에 나선 YS, 문민정부 출범과 YS가 비서진들과 회의하는 장면 등 모두 YS 관련 화면으로 구성했다. 이 기사를 보도한 SBS 이정은 기자는 이에 대해 “자료화면 부족으로 대한뉴스를 인용하다 보니 김대통령과 관련한 화면이 많이 나갔다”고 해명했다.

이들 방송이 나가자 양사 보도국과 KBS노동조합(위원장 전영일)에는 시청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KBS 노조는 이에 따라 27일 주례회의에서 <보도기획 역사를 바로 세운다>가 공정보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오후2시께 편집회의가 열리고 있는 회의장으로 현상윤 부위원장 등 노조간부 8명이 올라가 격렬하게 항의했다.

KBS노조는 28일 성명을 내고 “광주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적 시위와 서명운동이 계속된 것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없이 마치 YS가 모든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한 것인 양 보도한 것은 YS를 일방적으로 미화한 것”이라며 관련 보도책임자의 퇴진을 요구했다.

시청자 박영태씨(31·서울시 강서구 공항동)도 “5·18 특별법은 모든 민주시민의 일관되고 일치 단결한 투쟁에 의해 얻은 것으로 방송 3사가 이를 마치 일부 특정 정치인의 전유물인 양 보도하는 보도태도는 상식적인 보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신미회간사도 “YS는 신군부 세력이 주도적으로 만든 민정당에 투항해서 민자당을 만들고 그들의 지원을 받아 대통령이 된 사람으로 그가 국민적 요구와 노태우씨 비자금 사건에 부딪혀 정국돌파용으로 5·18 특별법 제정을 수용했다는 것은 국민이 다 아는 일인데도 방송이 이를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방송사는 또 27일 김대통령이 내무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초중고교의 학원 폭력을 근절토록 지시한 것을 ‘민생치안에 나선 김대통령’ ‘김대통령 다른 민생현안들도 챙길 것’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등으로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해석해 보도하는 친절을 보여 지나친 홍보성 보도라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김영삼 정부 출범 후 누누이 강조해온 민생치안 중시방침에도 불구하고 학원 폭력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조망없이 ‘김대통령 척결 의지는 곧 학원폭력 근절로 이어질 것’이라는 단세포적 논법에 입각, 일방적으로 확대 보도한 것 또한 최근 들어 두드러지고 있는 이들 방송사의 권력 눈치보기 보도사례의 하나라는 지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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